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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위해 싸우다

지난달 29일 폐막한 제10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개막작 ‘시민 제인, 도시를 위해 싸우다’는 거리의 소리가 인상적인 다큐멘터리였다. 주 무대는 미국 뉴욕인데 그 거리에는 사람 소리가 와글와글했다. 영화는 이 소리가 얼마나 도시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지 알려줬다. 뉴욕의 거리에 자동차만 가득했다면, 세계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가 거리의 벤치에 앉아 컵 케이크를 먹는 장면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뉴욕 도시사에서 꼭 거론되는 두 인물이 있다. 자동차 중심의 20세기 도시계획사에 제동을 건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 제인 제이콥스(1916~2006·사진)와 불도저식 개발주의자 로버트 모지스(1888~1981)다. 1950년대 뉴욕에서는 모지스가 진두지휘하는 개발붐이 일고 있었다. 도시개발업자 출신에 뉴욕시 공원국장을 거친 그는 1950년대 뉴욕 도시계획의 독재 군주로 불렸다.  
 
그의 철학은 간단했다. 도심 내 슬럼가를 깨끗이 밀고 새로 짓는다. 뉴욕은 새로운 교통수단인 자동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자동차는 사람들의 거주지를 교외로 이동시켰고, 그 여파로 도심은 텅 비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 교외에서 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인해 교통체증은 심해졌다. 모지스는 “도심 내 슬럼가를 정리하지 않으면 도시가 썩을 것”이라며 마치 암 종양을 칼로 도려내듯 슬럼가를 밀고 새로 짓는데 박차를 가했다. 슬럼가에 살고 있는 사람은 외곽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시켰다. 낡은 건물을 헌 자리에 고층 건물을 지었으며 도시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마구 건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욕은 모지스의 계획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외곽으로 강제 이주당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터에 만족할 수 없었고, 새로운 공동주택 단지는 급격히 슬럼화됐다. 도로는 넓힐수록 더 막혔다. 이 때 뉴요커 제인 제이콥스가 반대 운동에 나섰다. 그는 거리를 걷고 걸으며 관찰하길 즐겼으며 맨홀 뚜껑의 패턴을 보고서 하수시설의 원리를 추적하는 글을 쓸 정도로 호기심이 뛰어났다. 제이콥스는 언뜻 보면 혼란스럽고 더러워 보이는 도시라도 그 안에는 나름의 질서와 균형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결국 도시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들의 커뮤니티가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구축했다. 제이콥스는 61년 출간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을 통해 “어떤 도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죽은 도시라는 의미다. 살아 있는 도시는 짜증나지만 사람들의 꿈이 이뤄지는 곳이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를 주축으로 일어난 시민 운동 덕에 거주ㆍ상업ㆍ산업 등 지구별로 도시를 분리하고 자동차 중심으로 도시를 개발하려는 모지스의 계획은 저지당했다.  
 
반세기도 전의 뉴욕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오늘날의 도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마천루의 도시를 계획하기는 쉽다. 아래에서, 사람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웃음소리의 맥을 짚어가며 살맛나는 도시를 만드는 것. 누군가의 업적으로 바로 생색내기 어렵겠지만 미래의 도시를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일 아닐까.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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