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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경제 간섭하는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

[김진국이 만난 사람] 이춘희 세종특별시장
이춘희 시장은 ’국회의원, 보좌진이 한 동네에 살면서 의사당에서 밤늦게 격론을 벌이고, 걸어서 집에 가다 소주도 한잔하면 싸움도 덜 하고, 국회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이춘희 시장은 ’국회의원, 보좌진이 한 동네에 살면서 의사당에서 밤늦게 격론을 벌이고, 걸어서 집에 가다 소주도 한잔하면 싸움도 덜 하고, 국회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세종시는 아직 진행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시작했다. 신행정수도는 위헌 결정이 났다. ‘관습 헌법’ 탓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옮기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다.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름을 바꿨다.
 
중앙정부의 3분의 2가 옮겨갔다. 아직도 정부는 옮기고 있다. 내년에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려간다. 18개 중앙행정부 중 서울에 남는 것은 통일부·외교부·법무부·국방부·여성가족부, 5개뿐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남아 있으니 공무원들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고위공무원은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국회 분원, 혹은 이전 문제가 논란인 이유다.
 
공무원들이 길에서 시간을 보낸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나라 정책을 다듬을 시간을 흘린다. 정책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바람에 KTX 세종역도 논란이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 이춘희(63) 세종특별시장이 있다. 그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수위에서부터 관여했다. 16년째다. 지난 7일 중앙일보를 찾은 그는 “세종시는 저의 분신, 운명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드는 게 꿈이다.
 
 
국회 분원, 비용 대비 효율 3~6배
 
“미국은 연방정부와 각 주가 경제수도와 행정수도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연방정부 행정수도는 워싱턴DC, 경제수도는 뉴욕입니다. 뉴욕 주는 행정수도는 올바니, 경제수도는 뉴욕입니다. 캘리포니아 행정수도는 어딘지 아십니까? 샌프란시스코도, LA도 아닙니다. 새크라멘토예요. 정부가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부산에 사는 사람, 목포에 사는 사람도 모두 강남에 집을 갖고 싶어하니 안 오를 수가 있습니까? 이렇게 모든 게 서울에 집중된 나라는 없습니다. 대통령과 국회가 세종시로 옮겨야 정치가 경제에 간섭하는 버르장머리를 고칠 수 있어요.”
 
처음 세종시를 추진할 때 반대 여론이 많았죠?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국토 불균형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잘 모릅니다. 서울에 앉아 있는 사람은. 전 국민 2명 중 1명이 수도권에 삽니다. 수도가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나라들이 집중이 심해요. 프랑스 지식인들은 이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60년대 말, 70년대 초 지식인들을 주축으로 지방분권 운동이 굉장히 거세게 불었습니다. 밤에 사진을 찍어보면 파리만 불이 켜져 있고, 다른 곳은 깜깜했습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불이 고루 켜져 있죠. 젊은이들이 기회를 찾아 지방으로 많이 갑니다. 헌법도 고치고, 정책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죠. 프랑스는 70년대 이후 공공기관 일자리 6만 명을 내려보냈습니다. 우리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서울 아니면 1등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방 도시가 특정 분야로도 유명해지기 어렵습니다. 대학 자동차학과로 울산이 유명합니까, 해양학과로 부산이 유명합니까. 다 서울대에 있습니다. 서울 집중은 국내 문제인 동시에 국제 문제예요. 다국적 기업이 동북아 거점을 세울 때 땅값이 비싼 서울보다 상하이 등으로 갑니다.”
 
국회 분원 타당성 조사는 했죠?
“정세균 국회의장 시절 한국행정연구원에 의뢰해 타당성 조사를 했습니다. 중간 조사 결과 비용 대비 효과(B/C)가 3~6배 정도로 나온 거로 압니다. 그런데 국회 사무처가 이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어요. 사무처가 이사 가기 싫은 거죠.”
 
국회 분원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정치는 서울, 행정은 세종으로 분리돼 비효율이 많습니다. 긴밀히 협조하는 데 굉장히 불편합니다. 정부 정책의 완결성, 품질에 문제가 있습니다. 중요 정책은 장·차관과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대 토론하고, 문제들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많이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 밤샘토론도 해야 좋은 정책이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장·차관은 서울에 계시고, 고위공직자들은 가끔 서울로 가고, 실무자들이 그때그때 상의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요.”
 
분원이 생기면 달라질까요?
“세종의사당(분원)이 들어서면 국회 문화를 바꿀 수 있습니다. 여의도 국회는 출근부터 사람을 짜증 나게 합니다. 만원 지하철에 1시간씩 시달리면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세종의사당은 의원회관과 도서관, 숙소 등을 한곳에 모아 국회 타운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의원들, 보좌진들,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한 동네에서 같이 살아야 합니다. 퇴근 후 걸어서 갈 거리에 집을 지어서 밤늦게 여야 간 격론을 벌이다 별 걱정 없이 걸어서 귀가하고, 같이 가다 소주도 한잔 하며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지금 여의도 풍경과는 정말 많이 달라지고, 싸움도 덜 할 겁니다.”
 
국회도 쪼개면 그 자체가 비효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울에 남아있는 부처와 세종시에 내려가 있는 민생 관련 부처들 간에는 같이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경제부처는 경제부처끼리 모여서 토론하고, 회의할 일이 많기 때문에 국회 관련 상임위가 세종시에 내려와 있게 되면 굳이 서울 올라올 일이 많이 없어요.”
 
이제 여론도 좀 달라지지 않았나요?
“중앙일보의 국회 분원 설문조사(중앙일보 10월 10일자 10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를 추진했을 때 찬성이 40%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찬성률이 60%를 넘었더라고요. 엄청난 변화입니다. 19대 국회 때만 해도 국회 분원은 말 꺼내기가 어려운 구조였어요.”
 
 
국회법 개정안 추진 예산 2억 낮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경. [중앙포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경. [중앙포토]

2012년 박수현 전 의원이, 2016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국회 분원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박 전 의원 안은 19대 국회 임기와 함께 자동폐기, 이 대표 안은 아직 소위 심사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전계획을 세우기 위한 용역비 2억원을 국회 예산에 배정해놨지만, 아직 손도 대지 않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이 공약으로 반영했습니다. 그 자체가 많은 국민이 그렇게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제협력이 어려울 거라는 지적도 있는데.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건설되더라도 우리나라의 글로벌 시티는 서울입니다. 서울이 우리나라 수도로서 여전히 다른 기능들을 다 가지게 됩니다. 행정만 가져가는 것이죠.”
 
공무원들이 세종시와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가장 큰 불만이 교통입니다.
“두 가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세종-서울 고속도로입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7년에 완공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KTX 세종역입니다. 처음에는 오송역을 이용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세종시 공무원, 시민들이 굉장히 불편하다고 느낍니다. 오송역에서 세종청사까지 15분 정도 걸리는데, 버스 타러 가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까지 40분 이상 걸립니다. 급할 때 택시도 타는데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주변 도시들에서 세종시가 빨대처럼 흡수한다는 불만이 있는데.
“당초 계획대로 행정수도를 제대로 만들어서 수도권에서부터 사람들이 많이 오도록 해야 합니다. 세종시는 50만 명이 살 수 있는 계획도시입니다. 더는 키울 수가 없습니다. 빨리 수도권에서 기관들이 유치돼 넘치면 대전도 가고, 충북도 가게 됩니다. 두 번째는 수도권에 대응할 새로운 경제 중심 도시를 중부권에 만드는 겁니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대전·청주·천안·공주를 묶으면 300만 정도의 경제권이 만들어집니다. 이 정도는 돼야 서울에 대항할 수 있는 경제 축으로 구실을 합니다.”
 
세종시 입지·이름·설계·보상 총지휘
이춘희 시장은 행정고시(21회) 출신 관료다. 78년 공무원을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건설교통비서관, 건교부 주택도시국장을 거쳤다.
 
그가 세종시와 인연을 맺게 된 건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 부단장을 맡아 관련법을 만들었고,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으로 세종시의 도시 입지, 이름, 도시 설계, 보상 등을 지휘했다. 이후 건교부 차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인천 도시개발공사 사장을 거쳐 민주당 세종특별시장 후보로 발탁했다.
 
‘왜 정치를 시작했느냐’고 묻자 그는 “귀가 얇아서…”라고 했다. 2006년도 행복도시건설청장 때 지역 주민들과 보상 협상을 하며 “정말 좋은 도시를 만들 테니 보상금을 다시 투자해 여기 살아라”고 했다. 그때 자신도 세종시에 살겠다고 약속했다.
 
첫 세종특별시장 선거인 2012년 4·11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떨어지고,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연임했다.
 
김진국 칼럼니스트 kim.jinkook@joongang.co.kr 
녹취·동영상=김지수·우아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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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