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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경영권 방어 수단 취약...한진사태 남 일 아니다"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한진그룹이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으로 경영권을 위협 받을 처지에 놓였다.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과 간섭에 시달려온 다른 국내 대기업들은 이번 공격이 국내토종 펀드에 의해 이뤄진 것이지만 목적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 소버린이나 엘리엇 등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발생 할 때마다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최소한의 경영권 보호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지만 실제로 입법된 경우는 전무하다.

A그룹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의 사회적 물의 등 상황적 특수성이 없지않고, 이번에 해외펀드가 아닌 토종 지배구조개선펀드가 나선 것이기 때문에 일견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면서도 "이는 적은 지분을 가지고 소액주주들을 움직여 경영권을 위협하며 소기의 목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투자자본들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계 입장에서도 과거 한진그룹 사태의 특수성 때문에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을 주장하기 어려워 보이는 측면도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여진다"며 "어떻게 보면 한진그룹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하에서 이뤄지는 일로 보이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기업 지배구조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한 애널리스트도 "해외 투기자본이나 국내자본이나 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사모펀드들의 목적(차익실현)은 똑같다"면서 "토종자본이라고 해서 국내 기업의 발전과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 염두한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B그룹 관계자는 "과거 10여년 전 소버린-SK, 2016년 삼성-엘리엇 등 당시엔 이들 해외자본들도 경영권과 관련해 상당한 명분을 갖고 여론전을 펼쳤지만 결국은 '먹튀'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느냐"면서 "기업 입장에선 경영권을 방어할 최소한의 수단이라도 있어야하는데 갈수록 국내외에서 경영권을 위협받는 환경만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C그룹 관계자는 "지금 재계는 장기화되고 있는 저성장 경제 국면,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혁신과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주친화 및 투명경영을 확립하되 헤지펀드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고 본연의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권은 대주주의 의결권 등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외국계 투기자본 공격에 대한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으므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재계는 상법개정안 처리보다는 우선적으로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과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 국가들은 차등의결권 내지 포이즌 필 가운데 한가지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와 달리 한국은 기업 경영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그간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경영 관련 법제도는 지속적으로 개선해 이미 글로벌 수준에 접근했으며, 자본시장 역시 급속도로 개방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기업이 활용 가능한 경영권 방어수단은 매우 취약해 수차례 외국계 투기자본 공격으로 막대한 국부 유출과 경영간섭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소 혁신성장실장도 "최근 몇 년간 행동주의 해지펀드들의 공격적인 경영개입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차등의결권,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상법이 개정되면 투기 자본에 국내 대기업 경영권이 그대로 노출되어 '먹잇감'이 되고 우리나라가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재벌과 지배구조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차익실현에 몰두하는 투기자본만 이득을 볼 것이다. 선의가 결과를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로선 사모펀드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같은 경영권 위협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자산 매각이나 재무구조 개편을 하거나 '자기주식 취득', '황금낙하산' 같은 소극적 방어수단이 전부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재무구조가 악화될 부담이 있어, 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분 매입 등 자사주를 늘림으로 지배력을 스스로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으로 꼽힌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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