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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백령도 15㎞ 앞 北장산곶, 포구 여전히 열려있었다

14일 오전 백령도 심청각에서 바라본 북쪽 장산곳 갱도 진지. 일부는 여전히 포구가 열려 있다. 국방부는 "군사합의서 문구를 그대로 이해해달라"며 "9ㆍ19 군사합의서에 따라 해안포 포문은 모두 폐쇄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박용한]

14일 오전 백령도 심청각에서 바라본 북쪽 장산곳 갱도 진지. 일부는 여전히 포구가 열려 있다. 국방부는 "군사합의서 문구를 그대로 이해해달라"며 "9ㆍ19 군사합의서에 따라 해안포 포문은 모두 폐쇄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박용한]

 
지난 13일 오후 백령도의 심청각 전망대. 바다 건너 15㎞ 떨어진 곳이 북한의 장산곶이다. 전망대 망원경으로 보자 짙은 중국발 황사를 뚫고 장산곶의 해안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를 막지 않은 갱도가 여럿 보였다.
 
서해의 최북단 섬인 백령도는 당연히 황해남도에 더 가깝다. 인천에선 직선거리로 175㎞ 떨어져 있다. 이날 오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오는 데 4시간이 걸렸다. 쾌속선을 타고서다.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 5도는 항상 긴장 속에 있다. 백령도 인근에선 대청해전(2009)과 천안함 피격사건(2010)이 연이어 발생했다. 동남쪽으로 90㎞ 떨어진 연평도에선 연평해전(1999ㆍ2002)과 연평도 포격사건(2010)이 벌어졌다.
 
북한 해안포 · 미사일 배치 현황

북한 해안포 · 미사일 배치 현황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안가에 이들 서북도서와 그 해안을 사정권에 둔 해안포 50~60여 문과 152㎜ 곡사포를 설치했다. 또한 샘릿ㆍ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을 설치해 서북도서 주민과 인근 수역을 지나는 한국 해군을 위협한다. 김진수 용기포 이장은 “상선 비상주파수 등의 채널로 남북 해군이 나누는 교신이 들리곤 했다”며 “서로 해역을 침범했다고 나가라는 얘기가 오가면 정말 긴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청해전 당시 백령도 바다에서 조업 중이었다.
 
백령도는 섬 전체가 사실상 군부대다. 도로에서 군 차량을 수시로 마주쳤고, 길목 곳곳엔 부대가 위치했다. 군사지역이 많아 차량 내비게이션도 작동하지 않아 길을 잃거나 엉뚱한 곳을 안내하기도 했다. 백령도의 거주민은 1만여 명인데 이 중 절반이 군인이다. 해병대 6여단 병력이 가장 많은데 육ㆍ해ㆍ공군 병력도 모두 배치돼 있다. 해병대는 북한군 침투 방어 임무를 맡았고, 육군은 북한 상륙정을 격파하는 아파치헬기를 운용한다. 공군은 주변 상공을 지키는 방공부대, 해군은 NLL 경계활동에 나서는 고속정 출항 기지를 두고 있다.
 
13일 오후 백령도와 NLL 사이를 지나는 해군 참수리급 고속정과 NLL 부근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사진 박용한]

13일 오후 백령도와 NLL 사이를 지나는 해군 참수리급 고속정과 NLL 부근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사진 박용한]

 
다음 날인 14일 전망대를 또 찾았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폐쇄되지 않은 갱도는 그대로였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 9ㆍ19 군사합의서 문구 그대로 이해해 달라”며 “군사합의서에 따라 해안포 포문은 모두 폐쇄됐다”고 설명했다. 열려 있는 갱도는 해안포가 없는 갱도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당국자는 추가적인 설명은 아꼈다. 9ㆍ19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라 남북은 이달 1일부터 NLL 일대에서 해안포 포문을 폐쇄하고, 해안포 사격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이곳을 지나는 함정엔 함포 덮개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날도 장산곶 해안절벽의 일부 갱도는 열려 있었지만 올해 들어 북한에선 변화 조짐이 보였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과거엔 수시로 해안포 갱도의 문을 연 뒤 해안포를 노출해 긴장을 고조시키곤 했다”며 “그런데 남북 정상의 지난 4ㆍ27 판문점 선언 이후엔 갱도 진지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13일 오후 백령도와 NLL 사이를 지나는 해군 참수리급 고속정. 남북한 합의에 따라 함포에는 흰색 천을 덮었다. [사진 박용한]

13일 오후 백령도와 NLL 사이를 지나는 해군 참수리급 고속정. 남북한 합의에 따라 함포에는 흰색 천을 덮었다. [사진 박용한]

13일 북한이 보이는 심청각 전망대. 오래전 쓰던 전차가 북쪽을 향해 전시되어 있다. [사진 박용한]

13일 북한이 보이는 심청각 전망대. 오래전 쓰던 전차가 북쪽을 향해 전시되어 있다. [사진 박용한]

 
백령도 주민들은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따른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주민들의 최대 고민은 급감한 꽃게다. 이구동성으로 “어획량이 대폭 줄었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13일 백령도에서 건진 꽃게는 전날 500㎏에도 크게 못 미치는 100여㎏에 불과했다. 이런 날이 요즘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민들은 어장 확대를 기대했다. 김진수 이장은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해 조업활동을 보장한다는 남북 간 합의를 놓고 “어장도 확대되고 조업시간도 늘 것 같다”며 환영했다. 서해5도 어장 면적은 현재 3200㎢ 수준인데 최소 300㎢ 이상이 늘어날 수 있다. 어민들에 따르면 일몰 전후를 금지한 조업시간은 일몰 전 30분, 일몰 후 3시간까지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13일 백령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두무진 포구. 조업을 마친 어선이 돌아오고 있다. [사진 박용한]

13일 백령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두무진 포구. 조업을 마친 어선이 돌아오고 있다. [사진 박용한]

 
13일 오후 함포를 흰색 천으로 덮고 NLL 인근을 지나던 해군 고속정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보던 유신문 연지어촌계장은 “함포 덮개를 보면 긴장이 완화되는 것을 느낀다”며 “최근에는 해군이 어업 통제도 다소 완화했다”고 말했다. 서해5도 해역에선 해경이 아닌 해군이 어업을 통제한다. 해경 경비정도 있는데 NLL에서 떨어진 해역에서 대기하다 해군과 함께 중국 불법조업 어선 단속에 나서곤 한다.
 
13일 두무진 포구에서 조금전 바다에서 건져 온 꽃게를 옮겨 담는 어민 손길이 분주하다. 이날 꽃게를 100㎏ 수확했는데 이는 전날 500㎏보다 적은 규모다. [사진 박용한]

13일 두무진 포구에서 조금전 바다에서 건져 온 꽃게를 옮겨 담는 어민 손길이 분주하다. 이날 꽃게를 100㎏ 수확했는데 이는 전날 500㎏보다 적은 규모다. [사진 박용한]

 
13일에도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의 바다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배들이 보였다. 중국 어선은 NLL 부근에서 조업하면 남북한 모두 단속하기 어려운 사정을 악용하고 있다. 장태현 백령선주협회장은 “중국 어선은 쌍끌이를 하면서 바닥을 흡입하는 장치까지 써서 싹 쓸어간다”며 “중국어선이 버리고 가는 해양 폐기물 문제도 심각하다. 이곳에서 2~3년은 해양 청소 활동을 해야 한다”고 혀를 찼다. 그는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해야 중국 어선이 들어오는 길목을 막을 수 있다”고도 했다. 
 
13일 백령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두무진 포구에 걸린 깃발. 어장 확대를 바라는 어민들 소망이 담겨 있다. [사진 박용한]

13일 백령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두무진 포구에 걸린 깃발. 어장 확대를 바라는 어민들 소망이 담겨 있다. [사진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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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인 2016년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백령도와의 거리가 20㎞에 불과한 마합도를 직접 찾았다. 지난해 8월 선군절(8월 25일)을 맞아선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보고받고 실제 훈련 과정도 지켜봤다. 하지만 요즘 남북 간에 변화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유신문 계장은 “북한 해안포 진지는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남북 간에 무선주파수 교신으로 서로 비난하던 것은 안 들린다”고 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배 안 뜰라…수능 이틀 전 인천 가는 백령도 고3
백량도 주민들에게도 수학능력평가 시험이 일제히 치러지는 15일은 중요한 하루였다. 백령중·고등학교는 백령도에 하나뿐인 고등학교인데 고등학생 86명이 재학 중이고, 이중 고3 수험생은 31명이다. 수능시험 때는 전국에서 듣기평가 시간엔 항공기 이착륙도 금지하고, 경찰이 지각한 수험생을 긴급 수송한다. 이처럼 국가 행정력을 총동원하는 행사다. 그러나 백령도에는 수능고사장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백령도 수험생에게 수능은 남다른 여정이다. 이들은 예비소집일(14일)을 하루 앞둔 13일 170㎞ 떨어진 인천항으로 출발했다. 수능 전날 바람이라도 심하게 불면 배가 출항하지 못해서다. 매년 30여 명이 수능을 며칠 앞두고 바다를 건너야 한다. 백령도엔 시립병원이 있지만 처방전에 기재된 약이 없으면 육지를 다녀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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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