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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남자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가뜩이나 요즘처럼 페미니즘이 '남녀갈등' 구도인양 흘러가는 상황에서 '남자 페미니스트'라는 수식어는 더욱더 아득히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페미니스트'가 되려 노력하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혜화역에서 열린 '당당위'(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의 '곰탕집 성추행' 사법부 유죄 추정 판결 규탄 시위에 대한 맞불 시위로 같은 날 '2차 가해 규탄 시위'를 연 '남함페'(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사람들입니다.
 
지난 3일 남함페 멤버인 닉네임 '페아나로'와 '회색세포', 그리고 '며니'를 만났습니다. 남함페는 지난해 서울 청담동에 있는 페미니즘 북카페 '두잉'에서 '남자들끼리 페미니즘 책을 읽고 공부해보자'는 취지로 결성됐습니다. 세 사람 중 유일한 여성인 며니는 우연히 남함페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이 사람들과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더 배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합류하게 됐다고 합니다.
 
세 사람은 페미니즘을 알게 된 계기로 모두 2016년에 있었던 '강남역 살인사건'을 꼽았습니다. 페아나로는 "학창시절부터 학교에 일베하는 애부터 '김치녀' 같은 표현을 수업시간에 대놓고 쓰는 애들까지 다 있었어요. 군대에서는 휴가 갔다온 선임이 유흥업소 갔다 온 얘기를 자랑스레 떠벌리기도 했고요"라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다 페미니즘을 배운 뒤 자신이 일상적인 '여성혐오' 속에 얼마나 파묻혀 살아왔는지 알게 됐다고 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혜화역에서 남함페가 2차 가해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조한대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혜화역에서 남함페가 2차 가해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조한대 기자

 
지난달 27일 당당위 시위와 남함페의 맞불시위, 당사자인 세 사람은 어떻게 봤는지 물었습니다.
 
며니="당당위나 남함페나 사람들이 그리 많이 오지 않았는데 저희 활동가 분이 논평을 냈어요. '남함페 시위에 사람이 나오지 않는 건 그만큼 남성 페미니스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고 당당위 시위에 사람이 안 나온 건 그만큼 이 문제에 급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요."
 
회색세포="정말 그게 역차별이라 느끼고, 절박했다면 어떻게든 거리로 뛰쳐나왔어야죠. 항상 여성 주차장이나 임산부 배려석 같은 걸 얘기하면서 일부 남성 분들이 들고 나오는 단어가 '역차별'인데 왜 그 단어가 '남성차별'이 아니라 '역'차별인지 생각해봤으면 해요."
 
페아나로="'한남충' 가지고 한국 남성 전체를 비하한 거라고 하면서 '김치녀''맘충'은 일부 여자만 말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이중 잣대만 봐도 남성성이라는 것 자체가 여성을 공격함으로써 강해지고 견고해지는 것 같아요."
 
회색세포="남자들도 알아요. 페미니즘이 남성들이 수천년 간 누려 온 권력과 남성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요. '난 그런 권력 못 느끼고 살아왔는데?'라고 말하는 남성들도 있겠죠? 권력을 가진 걸 인지 못하는 것 자체가 권력이라고 봐요. 당장 제 여자 지인들은 그래요. '넌 남자라 좋겠다. 밤에 어두운 골목길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만취한 채로 밖에서 자도 크게 위험함을 못 느끼잖아'라고요. 남자들은 그런 두려움 평생 잘 못 느끼고 살거든요."
 
요즘엔 '탈코르셋'에 대항한 '탈갑옷' 운동이 있다고 합니다. 여성들이 사회에서 차별받는만큼 남성들도 '남자'라는 이유로 여러 책임과 의무에 시달린다는 겁니다. 이에 회색세포는 말했습니다. "정말 자기가 들고 있는 짐을 내려놓고 싶으면 여자들에게 나눠주면 돼요. 그거를 하는 운동이 페미니즘이에요." 이들이 생각하는 '남자 페미니스트들의 역할'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페아나로="남자 페미니스트들이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남성 집단 내에 균열을 일으키는 일이에요. 밖에서 큰 소리를 내기보다는 우리가 속한 남성 집단 내에서 행동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회색세포="'남자 페미니스트는 모피코트를 입고 동물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랑 똑같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정말 완벽하게 성평등한 사회가 오기 전까지 남자 페미니스트들은 항상 조심하고 1년 365일 자아비판의 자세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함페는 당당위의 2차 시위가 열리는 24일 또 다시 맞불시위를 엽니다. 이들에게 '페미니즘에 분노하는 일부 남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회색세포="페미니즘은 여러분을 잡아먹지 않습니다"
 
페아나로="페미니즘은 '남성의 권리를 빼앗아가는 운동'이 아니에요. 인권은 호두파이가 아닙니다."

 
며니="흐르지 않는 물은 썪기 마련이고 움직이지 않는 남성은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도태된다'는 말을 엄청 싫어하시겠지만!"
 
'뜨거운 감자 미식회' 일동 hongsam@joongang.co.kr
 
※세상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어이'로 놀러오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WnyqTsk86NFkmzranBFkLw?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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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