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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휘문고 재단 건물 세입자 보증금 130억원, 관리인이 탕진

휘문의숙이 보유한 대치동 더블유(W) 타워의 모습. 학교 주차장 부지에 세워진 해당 건물은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특정인에게 장기 임대를 맡기며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박태인 기자

휘문의숙이 보유한 대치동 더블유(W) 타워의 모습. 학교 주차장 부지에 세워진 해당 건물은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특정인에게 장기 임대를 맡기며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박태인 기자

서울 휘문 중·고교가 속한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보유한 대치동 더블유(W) 타워의 세입자 120여명이 보증금 130억원을 되돌려받지 못하고 퇴거당할 처지에 놓였다. 휘문의숙과 2011년 임대(전대) 대행 계약서를 맺고 임대 업무를 맡아온 (주)휘문아파트관리 대표 신모씨가 보증금을 모두 탕진하고 "반환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건물을 소유한 휘문의숙에서도 "재단에서 법적으로 보증금을 되돌려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세입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W타워는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이 휘문의숙에 대한 특정감사에서 "재단이 주택관리임대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업체에 장기임대하여 특정인(신씨)에게 특혜를 준 의혹이 있다"며 동작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곳이다. 이에 세입자들은 "신씨와 개인 비리 혐의로 물러난 휘문의숙 전 이사장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공동으로 횡령하려는 것 아니냐"며 집단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휘문의숙 측에선 "우리도 신씨의 사기에 당한 피해자"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8월 휘문의숙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돌려받지 못한 방모(35)씨가 14일 오후 W타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긴급 공지문'을 올리면서 세입자들에게 알려졌다. 방씨는 긴급 공지문에서 "신씨가 입주민들의 보증금 130억원을 빼돌리는 사기 사건을 저질렀다"며 "건물의 소유주인 휘문의숙 측에 보증금 반환청구를 요구했지만 '그럴 의무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적었다. 
 
W타워 세입자 방씨가 14일 오후 오피스텔 엘레베이터에 붙여 놓은 긴급 공지문. 박태인 기자

W타워 세입자 방씨가 14일 오후 오피스텔 엘레베이터에 붙여 놓은 긴급 공지문. 박태인 기자

입주자들이 당일 저녁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음날인 15일 오전 신씨가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며 "휘문의숙에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명도소송(건물 반환소송)을 낼 것이라 확인했다"는 입장문을 엘리베이터에 붙이며 논란이 일었다. 명도소송은 휘문의숙 측에서 입주자로부터 건물을 되돌려받고 퇴거 등을 요청하는 소송이다. 
 
방씨 등 전세금 수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100여명의 세입자들은 "임대차 계약시 휘문의숙이 보증을 해줬고 재단 행정실에 찾아가 관련 보증 서류도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씨는 신씨와 임대대행 계약을 맺었던 휘문의숙 전 이사장과 신씨를 '공동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고발을 당한 전 이사장은 지난 3월 서울교육청 감사에서 재단 비리 혐의가 드러나 물러났다.
 
W타워의 임대관리를 맡았던 신씨가 130억원의 보증금을 탕진했다며 건물 엘레베이터에 사과문을 붙여 놓았다. 박태인 기자

W타워의 임대관리를 맡았던 신씨가 130억원의 보증금을 탕진했다며 건물 엘레베이터에 사과문을 붙여 놓았다. 박태인 기자

15일 기자와 만난 또다른 입주자 김모(35)씨는 작년 전세 보증금 2억원을 내고 (주)휘문아파트관리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휘문의숙 측에서 제공한 사용인감계와 인감증명서 등을 보여주며 "억울하다"고 했다. 김씨는 "휘문의숙 측에서 제공한 보증 서류가 없었다면 신씨와 계약을 체결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김씨가 휘문의숙 측으로부터 받은 휘문의숙의 법인인감과 전 이사장의 사용인감이 적힌 '사용인감계'에는 "학교 법인 휘문의숙과 신씨의 임대대행 업무 및 이에 수반하는 업무로 발생되는 제반 하자는 학교법인인 휘문의숙이 책임질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와 같은 서류를 받았던 방씨의 경우 학교 행정실에 찾아가 관련 사실에 대한 재확약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휘문의숙의 이런 '보증'을 받았다고 해도 130억원의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법상 임대인과 임대인의 대리인을 통해 임대차 계약을 맺은 전차인(세입자)은 월세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임대인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입자 김씨가 W타워 전세 임대차 계약을 하며 휘문의숙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용인감계'. "임대대행 업무 중 발생하는 제반하자에 대해 학교법인인 휘문의숙에서 책임질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박태인 기자

세입자 김씨가 W타워 전세 임대차 계약을 하며 휘문의숙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용인감계'. "임대대행 업무 중 발생하는 제반하자에 대해 학교법인인 휘문의숙에서 책임질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박태인 기자

세입자 방씨의 변호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휘문의숙 전 이사장과 130억원을 탕진한 신씨가 체결한 임대대행 계약은 이런 사태가 발생해도 휘문의숙에게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없도록 정교하게 짜여있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어 "휘문의숙 전 이사장과 신씨가 어떤 관계이며 왜 두 사람이 이런 특혜성 계약을 맺었는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휘문의숙은 방씨에게 보낸 전대차보증금 상환요구 관련 답변서에서 "(주)휘문아파트 관리가 올해 1·2분기 임대료 10억 5000만원을 연체하고 전차인의 보증금을 사용한 것에 대한 내용 확인도 거부하고 있다"며 재단 역시 신씨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휘문의숙은 지난 14일 신씨와의 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방씨는 "재단은 매년 신씨로부터 21억원의 수익을 취했다"며 "피해자라 주장하며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동작경찰서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수사 의뢰를 한 다른 휘문의숙의 비리 의혹과 함께 이번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교육청 감사에서 휘문의숙의 전 명예이사장은 학교 공금 38억원을 횡령했고 당시 이사장 역시 법인카드로 단란주점에서 900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와 휘문의숙 전 이사장 간의 관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지만 큰 그림을 그리며 휘문의숙 관련 사건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중앙일보는 재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재단 내선 번호와 홈페이지 등에 남겨진 번호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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