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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수능 날 오토바이에 태우고 시험장까지 달렸던 남편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62)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오늘 오전 대전 구봉고등학교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들이 교문에서 선생님과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시험실로 향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오늘 오전 대전 구봉고등학교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들이 교문에서 선생님과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시험실로 향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다. 수능을 치는 아이를 둔 부모는 온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힐 듯하다. 어제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청취자와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려고 잠시 차를 세웠다. 그는 새벽에 일을 나가야 하는 처지라 아이가 자는 걸 보고 나와 지금쯤 혼자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어떠냐고 물으니 그 아이 인생이니 잘 되길 바랄 뿐이라며 뒷바라지 못 해줘 미안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아이의 등을 토닥거려 주지 못한 애틋한 속마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반찬가게를 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마음만 보내고 자신이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노라고 덤덤히 말하는데 울컥 눈물이 나왔다.
 
첫 아이가 수능을 치러 갈 때가 생각난다. 아이를 군대에 보내면 군복 입은 아이들이 모두 내 자식 같아 보였다. 아이가 고3일 때 밤늦은 시간 학원에서, 독서실에서 축 처진 어깨로 걸어오는 고3짜리 아이들을 보면 모두 내 아이같이 짠해서 공부가 뭔지 어떠한 마음으로도 표현이 안 될 때가 많았다.
 
모든 엄마가 몇 달 전부터 교회에 나가서 기도하고 부처님 전에 무릎이 망가지도록 엎드려 절을 할 때 나는 먹고사는 게 먼저라 일만 했다. 추운 날씨에도 학교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며 기다리는 부모들의 모습을 TV에서 볼 때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채널을 돌리기도 했다.
 
딸 수능 날 난 일터로, 아빤 오토바이로 딸 수송 작전 
7일 2014학년도 수학능력시헙 고사장이 마련된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진여고와 양정고 앞에서 재학생들이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은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수험생들을 고사장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7일 2014학년도 수학능력시헙 고사장이 마련된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진여고와 양정고 앞에서 재학생들이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은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수험생들을 고사장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수능 당일, 애 아빠는 첫딸이 어느새 자라 수능을 치는 것에 본인이 흥분해 걸어가겠다는 딸아이를 억지로 오토바이 뒷자리에 태워 시험장 들어가는 2km 거리 한복판을 빵빵거리며 내달렸다. 그날 시험을 치고 온 딸아이는 아빠 때문에 시험 망쳤다고 집에 와서 화를 내고 투덜대며 속상해했다.
 
나는 아이를 보내고 일을 더 열심히 했다. 종일 마음이 어수선하고 울컥 눈물도 흘렸던 것 같다. 성당 가서 기도도 못 해줄 만큼 바쁘기만 한 부모라 미안하고, 남들처럼 학원 보내며 뒷바라지 못 해준 부모라 미안하고…. 모든 게 미안하던 시간이었다. 아들 수능일은 기억에 없지만 첫 아이는 무엇이든 첫 번째라 기억이 크게 나는 것 같다.
 
어제 딸 아이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조금 비싼 뷔페식당엘 왔는데 교복을 입은 학생이 많다. 알고 보니 수능을 치를 학생들이 수험표를 보여주면 음식값을 할인해 주는 식당이었다. 미주알고주알 어찌나 시끄러운지 정신이 없었지만 그 소리가 싫지는 않았다. 딸도 수능 예비 소집 뉴스를 보다가 감회가 새로운 듯 옛날이야기를 했다.
 
경적 울리며 달린 아빠가 창피했다는 딸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5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휴대전화기 제출을 위해 이름을 적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5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휴대전화기 제출을 위해 이름을 적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내일이 수능이네. 많이 떨리겠다. 저 아이들 저리 시끄러운 건 많이 떨려서 그러는 거야. 그러고 보니 난 그 시절 우리 부모님은 자식에게 참 무관심하다고 생각했어. 아니, 내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을 전혀 몰랐던 것 같아.

내가 수능 치러 가는 날 아빠의 행동도 이해가 안 됐어. 시험은 내가 치는데 아빠의 어이없는 행동이 부끄럽고 민망하고 원망이 컸는데.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그것이 얼마나 큰 기쁨의 표시이고 행동이었는지 이해가 가. 아빠는 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나를 뒤에 태우고 달리며 얼마나 뿌듯했을까?

그래도 그날 아빠의 경적을 뒤에서 들으면서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고 그래서 시험을 잘못 친 것은 맞아. 아니면 서울대에 갔을 거야. 호호호. 교회에 가서 기도는커녕 엿도 한 개 안 사주고 정성도 없는 도시락을 건네주고 일터로 나간 엄마가 친엄마 맞나 하고 원망했는데 엄마가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에 눈물이 났다고 하는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살았기에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우리 두 사람이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 같아. 참 좋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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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