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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물건도 시간도 누군가 내게 잠시 맡긴 것

기자
밀리카 사진 밀리카
[더,오래] 밀리카의 반쪽 미니멀 라이프(2)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지 얼추 3년이 되어가는 평범한 주부. 미니멀 라이프를 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물욕도 많고 정리정돈에도 서툰 사람이다. 다만 물욕이 많으면 관리능력도 좋거나, 정리정돈이 서툴면 물건이라도 비워야 한다는 인식이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생겼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일과 사은품 증정 문구 앞에서 한없이 마음이 흔들리는 반쪽짜리 미니멀 라이프 지향자다. 반쪽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뻔뻔함으로 오늘도 미니멀 라이프를 외치고 있다. <편집자>
 
(현재 자녀가 없는 남편과 2인 가족으로 살고 있지만) “아이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신이 잠시 맡긴 소중한 손님 같은 존재”라는 말을 우연히 듣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문장을 되뇌다 보면 지금 내가 지닌 모든 존재가 어쩌면 신이 잠시 맡긴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생 자체가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있듯,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신이 잠시 제게 선물처럼 맡긴 존재라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제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도, 곁에 있는 가족도, 건강도 더 감사해집니다. [사진 밀리카]

인생 자체가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있듯,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신이 잠시 제게 선물처럼 맡긴 존재라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제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도, 곁에 있는 가족도, 건강도 더 감사해집니다. [사진 밀리카]

 
그 밑바탕엔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얻은 ‘소유’에 대한 고민이 깔려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 이전에 왜 그토록 소유를 넘어선 과욕을 부렸던 것일까 되돌아봤습니다. 한도 끝도 없이 가지고 싶어하는 욕심이 건강치 못한 탓도 있지만 그와 더불어 아주 사소한 거라도 잃어버리지 않으려 하는 나의 불안이 큰 원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갖고 싶은 욕구가 나쁜 게 아니라 생각합니다. 지극히 건강한 욕망입니다. 다만 가지고 싶어 할 줄만 알았지, 티끌만큼 줄어드는 것은 무작정 손해라고만 여겨 어떻게든 쥐고 있으려 아등바등했던 스스로가 무척 아쉬울 뿐입니다. 때로는 놓을 줄도 알고, 베풀 줄도 알고, 손해 보는 줄도 알아야 한다는 명언이 새삼 깊게 다가옵니다.
 
사실 이렇게 말은 해도 고치기 어려운 부족한 천성을 잘 압니다. 옷장 안에 거의 입지 않는 옷이 있지만 비우지 못하고, 물건에도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자아가 있다는 것을요.
 
어디 물건뿐이던가요. 친하게 지내는 무리 중에서 그들끼리만 만났다는 별것 아닌 에피소드에도 짙은 소외감을 느끼니 말입니다.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아주 조금씩 소유만 알던 것에서, 놓는 방법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건을 나눔과 기증으로 비우는 과정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100% 선하고 옳은 일을 위한 나눔과 기증은 못 됩니다. 어느 정도는 가진 물건이 정신 사납고 어수선해 정돈할 여력이 안 되니, 피치 못해 나눔과 기증을 택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런 의도로 어쩌다 했지만 나눔과 기증으로 물건을 비우면서 내 돈으로 샀다 해도 물건의 주인이 영원히 나여야만 한다는 편견을 버리게 됐습니다. 절대 상실해서는 안 된다는 불안감을 조금은 거둬야 한다는 것도요.
 
노력해서 물질적인 부를 쌓는 건 굉장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살면서 물질적인 것을 포함해 사회적 지위나 인맥, 건강 등 여러 가지 것에서 의도치 않게 갑자기 혹은 차츰 멀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만약 먼지만 쌓인 채 방치한 물건 하나조차도 더 필요한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나누는 경험조차 없는 상태였다면, 정서적으로 타격이 컸을 겁니다.
 
아직도 작은 것 하나도 쥐고 있던 것이 사라지면 서운해할 철없는 나 자신이지만, 미니멀 라이프로 경험한 긍정적인 비움의 습관으로 과거보다는 덜 낙담할 거라는 용기가 생깁니다. 
 
내 것이라 여기고 오래오래 사용하고픈 물건이라 여기며 애착을 가지면서, 이 모든 물건이 내 것이 아닌 누군가가 제게 잠시 맡긴 거에 불과하다는 겸손함도 배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지금 가진 모든 것은 잠시 맡은 것이니 타인보다 더 많이 가졌다는 우월함을 갖거나 과시하는 것을 경계하길 소망해봅니다.
 
물건에서 얻는 만족과 가치는 적지 않지만 거기에만 탐닉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건을 소유함으로 얻는 행복 대신 지금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따뜻한 차 한잔을 나누는 시간같은 작은 행복도 귀하게 여기고 싶답니다. [사진 밀리카]

물건에서 얻는 만족과 가치는 적지 않지만 거기에만 탐닉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건을 소유함으로 얻는 행복 대신 지금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따뜻한 차 한잔을 나누는 시간같은 작은 행복도 귀하게 여기고 싶답니다. [사진 밀리카]

 
살다 보면 저보다 많은 걸 지닌 타인을 부러워하거나 미워하는 못난 속마음도 생길 겁니다. 타인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것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에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제 주변의 것을 둘러봅니다. 무탈한 건강과 제 한 몸 편히 쉴 수 있는 집과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사서 읽을 정도의 돈도 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나만의 문장으로 작성하는 즐거움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글을 읽어주시는 소중한 분들도 있습니다.
 
더운 여름에 냉장고를 열면 시원한 물과 수박을 갖춰놓을 정도의 여유가 있습니다. 추운 겨울엔 맛있는 홍차를 우려먹을 따뜻한 물을 끓여 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열하다 보면 누군가 내게 잠시 맡긴 거라 해도 과분할 정도의 축복이 넘치는 듯합니다.
 
서두에 “아이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신이 잠시 맡긴 소중한 손님 같은 존재”라는 말을 우연히 듣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했던가요? 그 말에 지금 내가 사랑하는 존재를 대입해봅니다.
 
"남편은 나의 소유가 아니라 신이 잠시 맡긴 소중한 손님 같은 존재입니다."
"물건은 나의 소유가 아니라 신이 잠시 맡긴 소중한 손님 같은 존재입니다."
"시간은 나의 소유가 아니라 신이 잠시 맡긴 소중한 손님 같은 존재입니다."
 
곧 잃어버릴 거라는 허무함이 아니라, 영원한 소유는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지금 이 순간 귀하게 아끼자는 마음이 듭니다. 미니멀 라이프로 얻은 ‘모든 것은 언젠가는 비워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소중하게 여기면서 집착은 미니멀하게 만들고 싶은 바람과 일맥상통합니다. 모든 것은 내게 잠시 맡겨진 것이니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비우는 것도 염두에 두는 것. 그래서 이 순간을 아끼고 충실하게 살기. 미니멀 라이프가 추구하는 현재에 집중하라는 본질이 무엇인지 조금은 가깝게 다가간 기분입니다.
 
밀리카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저자 chosun42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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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