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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벽에 걸린 ‘집권여당 원내대표’

김승현 정치팀 차장

김승현 정치팀 차장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14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수진 최고위원이 한 발언 때문이었다. 간호사 출신에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을 지낸 그는 노동 부문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당사자는 배제되고 성급하게 진행되는 듯해 아쉽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 전날이 전태일 열사 추모일이라고 발언을 시작했고, 당과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노동계의 양해를 구하고 있는 당에 대한 항의였다. 홍 원내대표는 달갑지 않다는 표정과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2일 홍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지역사무실을 점거한 한국GM 노조에 대해 “내가 노조와의 대화를 거절한 적 있느냐. ‘선거 때만 표를 구걸한다’는 매도엔 모욕감을 느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진보 성향의 정부와 평행선을 달리는 노동계에 여당 원내대표가 서운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도 홍 원내대표의 표정과 발언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가 자동차 회사에서 용접 업무를 했고, 노조 간부를 지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 달여 전 그가 소개한 사무실 벽에 걸린 그림이 더 큰 이유다.
 
그림의 제목은 ‘집권여당 원내대표’였다. 작가는 홍 원내대표의 대학생 딸이라고 했다. 멀리서 보면 붉은색 수탉인데 자세히 보면 닭의 부리가 사람의 손처럼 생긴 상상화다. 닭 부리에 있는 손은 닭의 입을 막고 있고, 꼬리 날개 쪽엔 손에 칼을 쥔 또 다른 손이 숨어 있다. 홍 원내대표는 “집권여당 원내대표 자리가 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하고 가까운 곳에서는 누군가 칼을 겨누고 있다고 딸이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케이블TV의 예능프로그램에 처음으로 나와 이 그림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집무실에는 자신의 딸이 그린 그림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벽에 걸려 있다. 김승현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집무실에는 자신의 딸이 그린 그림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벽에 걸려 있다. 김승현 기자

 
칼을 든 그림 속 손이 이날 회의에서 날을 세운 이 최고위원의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국회에 진입했다가 제지당한 민주노총 노조원들의 것이거나 ‘광주형 일자리’에 반발하는 현대차 노조일 수 있다. 입을 막은 다른 손은 욕설을 마다치 않으며 매사에 반대하는 야당 지도부 또는 빨리 성과를 보여 달라 재촉하는 청와대 누구의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골치가 아픈 모든 것과 마주해야 하는 게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노조를 누구보다 잘 상대할 거라 생각했는데 홍 원내대표가 너무 발끈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멋진 벽그림까지 가진 지피지기의 원내대표라면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촛불 청구서’를 내밀며 판을 키우는 노조에 ‘집토끼의 배신’이라고 노려보는 식은 안 된다. 어딘가에 ‘압도적인 지혜’가 있다는 믿음으로 대안을 찾고 또 찾아야 한다.
 
김승현 정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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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