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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뒤에서 웃는 야당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을 보는 두 가지 독특한 시선이 있다. 하나는 의문, 하나는 기대다. 의문은 필리핀 영어 강사 웽(wheng)의 것이다. 하루 10여 명의 한국인과 일대일 전화 영어 교습을 하는 웽은 한국에 관심이 많다. 10년 넘게 시사 영어를 가르쳐 온 터라 한국의 온갖 이슈를 꿰뚫고 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너무 궁금하다며 물었다. “트럼프는 되는데 왜 문재인 대통령은 안 되나?” 요약하면 이랬다.
 
“트럼프는 규제를 완화하고, 감세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2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14%포인트 내리는 감세를 단행하고 디젤차 관련 환경 규제도 폐지했다) 미국 경제가 트럼프 덕분에 호황이라고 한다. 과잉 우려가 있을 정도다. 일자리도 급속히 늘고 있다. 10년간 꼼짝하지 않던 임금도 오르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왜 안 되나. 문재인은 트럼프보다 더 열심이다. 날마다 혁신성장, 규제 완화를 말한다. 트럼프처럼 야당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지지율도 트럼프보다 높다. 그런데 왜 (한국에선 규제 완화가) 안 되나.”
 
두서없이 이것저것 설명했지만, 성이 차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한 뒤 나중에 글로 써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걸 지금 한다.
 
“진정성(Earnestness)의 차이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뚝심이 강하다. 진정성을 가진 문제는 끝까지 밀어붙인다. 평양 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 비준이 좋은 예다. 애초 청와대는 국회 비준을 요구했다. 안되니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야당은 위헌이라고 공격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만약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평화 프로세스’만큼 진정 원한다면 그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했을 것이다. 어디 대통령뿐인가. 이념과 진영논리에 맞는 일엔 뚝심과 고집으로 밀어붙이는 게 이 정부다. 편법도 불사한다. 공정경제의 집행 부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좋은 예다. 김상조 위원장은 프랜차이즈 기업의 내년 1월 원가공개를 밀어붙였다. 법을 고쳐야 하지만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자 시행령부터 고쳤다. ‘마차 앞에 말’ ‘법 위에 시행령’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들은 체도 않는다.
 
물론 다른 핑계와 이유도 많다. 작게는 관료들의 복지부동부터 이해집단의 반발, 굵게는 진영 논리가 모두 (규제 완화의) 훼방꾼이다. 은산 분리, 원격 의료, 영리 병원 같은 것은 여당이 반대한다. 당의 이념과 맞지 않아 안 된다는 이른바 ‘당론 반대’라 요지부동이다. 우리 국회는 의원 하나가 죽어라고 반대하면 법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지지율 55%의 대통령이다. 트럼프보다 높다. 여당을 마음먹고 설득하면 못할 것도 없다. 그만큼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시선, 기대는 야당의 것이다. 며칠 전 만난 한 중진 야당 의원은 “경제 투톱 교체는 국민을 무시했다. 잘못된 길을 더 당당히 가겠다는 뜻이다”며 “경제가 이미 위기의 입구에 들어섰다. 방향을 틀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다. 정말 걱정이다”고 분개했다. 그런데 정치 셈법은 달랐다. 그는 “(정부의 경제 실패가) 야당엔 결코 나쁘지 않다. 지금 야당은 지리멸렬이다. 정부의 악수만 기다린다. 그게 경제다. 경제가 더 나빠지면 1년 반 뒤 총선은 야당에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다. 그런 기대가 야당을 흩어지지 않게 한다”고 했다.
 
경제는 평소엔 정치에 휘둘리지만,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꼭 복수한다. 정치권력을 갈아치운다. 야당도 잘 안다. 앞에선 “경제를 살려라”고 목청을 높이지만, 진실은 숨어 있다. 계속 그렇게 헛발질을 해달라며 야당은 지금 뒤에서 웃고 있다. 마이동풍 정부·여당에 실패만 기다리는 야당뿐이니 이래저래 경제만, 국민만 불쌍하게 됐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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