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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지명과 내정 사이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문재인정부’란 문구를 만날 때면 실소(失笑)한다. 과거의 잔향이어서다. 바로 박근혜 정부다. 집권 첫해인 2013년 봄 “‘박근혜정부’는 한 단어이기 때문에 ‘박근혜’와 ‘정부’를 붙여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문민정부나 참여정부처럼 하나의 고유명사일 수 있어서 붙여 써도 무방하다”고 했었다. 박근혜 정부로 쓰는 게 맞지만 박근혜 정부가 박근혜정부로 쓰겠다는 데야 막을 도리가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런 사정에도 문재인 정부를 문재인정부로 쓴다면 무심하거나 무지한 일이다.
 
문재인 청와대가 최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했다. 홍남기 내정자는…”이라며 ‘내정(內定)’이란 단어를 쓴 걸 보고도 유사한 상념이 들었다. 인사청문회 시대가 열린 후엔 내정은 부적확한 단어여서다.
 
공식적으론 대통령이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들이 모범을 보인 바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직후인 지난해 5월 마이크를 잡고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지명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에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을 지명한다고 했다. 수시로 ‘내정 발표’를 했던 박근혜 청와대와의 차이였다. 그런데 다시 내정? 과거의 퇴행 아닐까 의아했다.
 
궁금할 게다. 내정과 지명이 그리 다르냐고. 다르다. 국회 청문 절차에 대한 존중, 적어도 의식은 한다는 얘기여서다. 그럼에도 굳이 내정을 쓴다면 세 가지 경우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①청문 통과를 자신하거나 ②논란이 있고 설령 부적격자란 판단이더라도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해줄 것이라고 믿거나 ③보고서 채택이 안 돼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집권 초기엔 ①이겠으나 점차 ② ③, 특히 ③으로 가곤 한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18개월 만에 10명을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야당에선 “박근혜 정부 4년6개월간 9명”이란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에선 “야당의 과도한 흠집 내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싶을 게다. 문 대통령의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란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그럼에도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직위에 대해 ‘내정’을 쓰는 것이 잘못이란 사실엔 변함없다.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하라, 습관이 된다”는 경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시간은 문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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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