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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피하려면 … ” 삼바 내부 문건이 분식회계 스모킹 건

[삼성바이오 거래 정지] 판단 근거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뒷줄 왼쪽 셋째)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뒷줄 왼쪽 셋째)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2년 가까이 끌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논란은 고의적 분식회계로 일단락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법하게 회계 처리했다”는 삼성바이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고의 또는 과실로 회계 원칙을 위반했다는 금융감독원 재감리 조치안을 대부분 인용했다.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회사)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회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회계 기준 변경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느냐였다. 종속회사와 관계회사는 하늘과 땅 차이다.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꿀 경우 장부가가 아닌 시장가로 회계 처리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고, 에피스의 기업 가치는 2905억원에서 4조8806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삼성바이오 역시 단숨에 1조9000억원이 넘는 흑자 회사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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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스는 삼성바이오와 미국 바이오젠이 2012년 초 합작 설립한 회사다. 지분율은 85(삼성바이오)대 15(바이오젠)였다. 하지만 양사는 바이오젠이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내용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계약을 맺었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에피스는 처음부터 삼성바이오의 단독지배회사가 아닌 공동지배회사, 즉 관계사였다고 봤다.
 
“지배력에 변화가 없는데도 2015년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회계 처리한 것은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임상 통과 등으로 에피스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회계처리 변경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준수했다는 것이다.
 
증선위는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다. “바이오젠이 신제품 추가, 판권 계약 등 경영에 대한 동의권을 보유했고 콜옵션을 행사하는 데 장애 요소가 없었다”며 지배력을 공유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증선위가 2015년 회계 처리 변경뿐 아니라 2012~14년 회계 처리까지 위법(중과실 또는 과실)으로 판단한 근거도 에피스를 애초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의 공동지배회사로 봤기 때문이다.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 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고의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증선위의 이번 판단에는 금감원이 제출한 삼성바이오의 내부 문건이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다. 김 부위원장은 “내부 문건은 금감원이 감리 조치안을 만들 때 매우 중요한 증거로 제시됐고, 증선위에서도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며 “삼성바이오에서도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2015년 9월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회계 기준 변경과 관련해 삼성 미래전략실에 전달한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1조8000억원을 부채로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에 빠지기 때문에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2015년 11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지한 정황도 포함됐다. 2015년에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힘에 따라 관계사로 전환했다는 그동안 삼성바이오의 주장과 다른 내용이었다. 증선위는 이런 정황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윤·김도년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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