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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 다가와도 쓸 곳 없어…항공 마일리지 20% 날아가나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사용 독려를 위해 최근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모형항공기의 종류를 늘렸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처]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사용 독려를 위해 최근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모형항공기의 종류를 늘렸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처]

항공사 제휴 신용카드를 통해 알뜰하게 항공사 마일리지를 모았다는 윤민주(47)씨는 요즘 마일리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올 연말까지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3만 마일가량 갖고 있는데 쓸 데가 마땅치 않아서다.
 
윤씨는 “3만 마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천-일본 도쿄(나리타) 항공편을 검색해봤더니 올 연말까지 왕복으로 예약할 수 있는 좌석이 단 한자리도 없었다”며 “항공사가 제공하는 대체 사용처도 치킨 열 번 시키면 일본 왕복 항공권이 없어지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이어서 화만 난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항공사 마일리지 첫 소멸기한이 올 연말로 다가왔지만, 마일리지를 사용할 데가 없어 고민하는 소비자가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약관을 바꿔 마일리지에 유효기간(10년)을 뒀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고객은 2008년 7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쌓은 마일리지를 올해 안에 쓰지 않으면 2019년 1월 1일부로 해당 마일리지가 사라진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10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쌓인 마일리지가 2019년 1월 1일부로 없어진다.
 
이렇게 소멸기한이 예고됐음에도 마일리지 소진율은 최근 몇 개월간 별 변화가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소멸예정분 중 20%가량이 아직 남아있고 이는 지난 7월 조사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소멸예정분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는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올 7월 대비 큰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변동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일리지를 ‘제대로’ 쓸 데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하는 게 가장 유리한데 국내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용 좌석을 전체 좌석의 3%가량으로 제한한다. 김용석(50)씨는 “좌석이 텅 빈 채로 가는 비용기도 마일리지 용 좌석은 없어 현금을 내고 항공권을 산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양대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항공권 대체 사용처로 만들어 놓은 상품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홈페이지에 ‘위클리 핫 딜’이란 코너를 만들어 소액 마일리지 사용처를 선전하고 있는데, 소셜커머스에서 1만8700원에 팔리는 도미노피자 세트 교환 마일리지가 2600마일이다. 신용카드사가 항공사에 돈을 주고 사는 항공사 마일리지가 1마일당 20원가량임을 고려할 때 5만2000원꼴로 소셜커머스 가격의 3배에 육박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매주 마일리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공개하고 있다. 2600마일로 살 수 있는 도미노피자 세트의 경우 소셜커머스에서 1만8700원에 팔리고 있어 마일리지 가치(5만2000원 가량)를 훨씬 밑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나항공은 매주 마일리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공개하고 있다. 2600마일로 살 수 있는 도미노피자 세트의 경우 소셜커머스에서 1만8700원에 팔리고 있어 마일리지 가치(5만2000원 가량)를 훨씬 밑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캡처]

 
그나마 아시아나항공은 이마트, 에버랜드 등으로 제휴사용처를 늘리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계열 호텔 등 계열사 상품으로만 사용처를 제한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모형비행기의 종류를 늘린 정도가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마일리지 사용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항공 홍보팀 민경모 차장은 “올해 고객들에게 마일리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한 결과 올 연말까지 마일리지를 사용한 항공권 예약률이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소멸하는 마일리지가 정확히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두 항공사 모두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이 올 3분기에 마일리지 관련 부채로 재무제표에 계상한 금액은 2조161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관련 부채 5751억원(2018년 반기보고서)과 합해 3조원 가까이 된다.
 
이렇게 국내 항공사의 마일리지가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개선책을 찾겠다고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별다른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마일리지로 항공기 좌석 예약이 어렵고 양도·판매하거나 유통사 포인트와 교환하기도 쉽지 않다”며 “마일리지를 더 넓은 범위에서 양도할 수 있도록 하거나 다양한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싱가포르항공·델타항공·에어프랑스 등 주요 10개국 항공사의 마일리지 제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마일리지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필요한 마일리지를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었고, 마일리지 사용처도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4000군데가 넘는 항공사도 적지 않았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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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