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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 반짝했지만 … 대륙의 소비 꺾인다

12일 중국 인추안(银川) 소재 물류센터에 택배상자가 쌓여있다. 11일 광군제를 맞아 중국인들이 주문한 상품들이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당일 매출이 총 310억달러(약 35조원)라고 밝혔다. [신화통신=연합뉴스]

12일 중국 인추안(银川) 소재 물류센터에 택배상자가 쌓여있다. 11일 광군제를 맞아 중국인들이 주문한 상품들이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당일 매출이 총 310억달러(약 35조원)라고 밝혔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 사는 건축가 란후(29)는 전문직 일자리를 갖고 있지만,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월세를 내는 데 쓴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달 집세 4000위안(약 65만원)을 내고 남는 돈으로 생활하다 보니 외식비나 여가비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한마디로 ‘가방끈 긴 파산자’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인의 ‘소비 파워’가 무너지고 있다. 꺾이지 않을 것 같던 대륙의 구매력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깊어지자 소비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 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면서 정책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매판매액이 지난달보다 8.6% 증가한 3조5534억 위안(약 580조원)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발표했다. 지난 5월(8.5%)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전문가 전망치(9.2%)를 밑돌면서 중국 내수 시장의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이 확인됐다.
 
소매판매 감소는 ▶자동차(-6.4%) ▶문화 및 사무용품(-3.3%) ▶술·담배(-1.2%) 항목에서 두드러졌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소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상이다. 10월 중국 자동차판매(238만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급감했다. 지난달 중국 증시의 ‘황제주’로 꼽히는 바이주(白酒) 업체 마오타이는 올해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지난해(138.5%)와 비교하면 바닥 수준인 2.7%라고 발표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블룸버그는 특히 란후와 같은 대도시 근로자들이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달 중국의 신규 주택 구매 증가율은 6개월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중 자금 유동성에는 더욱 급격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중국인민은행은 10월 위안화 신규대출액(약 6970억 위안)이 9월(약 1조3800억 위안)의 절반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매체들은 축제 분위기였던 지난 11일 광군제를 소개하며 중국이 여전히 소비 대국이라고 주장한다.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광군제는 중국인에게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연중 최대 쇼핑 행사다. 올해 광군제 하루 매출액은 2135억 위안(약 34조708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 증가했다. 파티는 성대하게 치렀지만, 그 성장세가 확연히 꺾인 건 사실이다. 전년 대비 광군제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39.3%)와 비교해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소비에 의존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무역전쟁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내수 소비 진작을 탈출구로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지난 7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내수 확대를 강조한 뒤 올해 세금 및 비용 감면 목표액을 총 1조1000억 위안(약 182조9400억원) 규모로 설정한 게 대표적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산업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차 소비세율을 현행(10%)의 절반인 5%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출 둔화를 각오하고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는 중국 정부는 이제 미국과 대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1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연례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해 “경제가 하방압력을 받고 있지만, 대규모 부양책에 의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협상이 이뤄져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를 제외한 나머지 중국 경제지표는 혼조세다. 10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하며 9월(5.8%)과 시장전망치(5.7%)를 다소 웃돌았다. 올해 들어 10월까지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7%로 9월(5.4%)보다 약간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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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