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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인·외국인 같이 살지만 따로따로...서울은 외롭다

중앙일보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다양한 예술가·데이터분석가 등과 뉴스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보는 ‘콘텐츠 임팩트, 임팩트 콘텐츠-아름다운 뉴스’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앞서 총 8개 팀 40명이 내놓은 결과물 가운데 주목할만한 작품을 소개했는데요,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작업은 팀 A의 '서울 도시의 리듬'입니다. 데이터분석가와 아티스트가 모여 서울의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하고 도시의 소리를 채집해 데이터 아트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작품명: 서울, 도시의 리듬
주민등록인구는 도시계획과 행정의 출발점이다. 용도별 토지면적을 배분하고 교통 수요를 추정하며 주택 공급량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등록인구와 실제 생활인구 사이에 차이가 크다면 이 모든 계획은 틀어진다. 팀 A는 서울시와 KT가 제공하는 서울 생활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확인했다. 서울 생활인구는 공공빅데이터와 LTE 통신데이터를 이용해 실제 서울에 머무는 인구가 몇 명인지 시간대별, 자치구와 행정동별, 집계구별 추산치를 제공한다. 주민등록인구와 생활인구 사이의 차이는 '인구의 이동'을 의미한다. 팀 A는 이를 '도시의 리듬'으로 표현했다. 
 
'아름다운 뉴스-서울 도시의 리듬'을 만든 팀A 멤버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아름다운 뉴스-서울 도시의 리듬'을 만든 팀A 멤버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팀 A가 특히 주목한 것은 20대 청년과 60대 이상 노인, 3개월 이상 국내에 머문 장기체류 외국인이다. 세 집단 모두 주민등록 대비 생활인구 초과분이 평균치(9%)를 훌쩍 넘어선다.

2017년 1사분기 평일 생활인구 데이터 평균치와 통계청 주민등록 인구 비교.

2017년 1사분기 평일 생활인구 데이터 평균치와 통계청 주민등록 인구 비교.

주민등록인구 대비 생활인구는 20대가 약 28만명(19%), 60대 이상 약 45만명(23%), 외국인이 약 19만명(69%) 더 많았다. 주소는 다른 곳에 두고, 생활은 서울에서 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웬만하면 모두가 잠들 새벽 3시의 생활인구를 살펴본 결과, 60대는 서울 전역에 고루 퍼져 있지만 20대는 신촌·신림동 등 대학가와 고시촌에 많이 모여 있었다. 외국인은 특정 지역에 밀집된 정도가 특히 높았다. 중국인 밀집 지역인 대림역과 건대 입구 일대, 유학생이 모여 사는 신촌과 경희대 주변 지역, 중앙아시아인들의 생활권인 동대문 일대 등 집단 거주촌이 그 중심에 있었다.
 

새벽 3시, 20대의 생활인구 데이터. 밝은 곳이 밀집된 지역이다.

새벽 3시, 20대의 생활인구 데이터. 밝은 곳이 밀집된 지역이다.

새벽 3시, 60대 이상의 생활인구 데이터. 밝은 곳이 밀집된 지역이다. 서울 전역에 고루 퍼져있음을 알 수 있다.

새벽 3시, 60대 이상의 생활인구 데이터. 밝은 곳이 밀집된 지역이다. 서울 전역에 고루 퍼져있음을 알 수 있다.

새벽 3시, 외국인의 생활인구 데이터. 밝은 곳이 밀집된 지역이다.

새벽 3시, 외국인의 생활인구 데이터. 밝은 곳이 밀집된 지역이다.

20대 청년의 주민등록 인구보다 생활인구가 많은 이유는 지방에서 유학 온 대학생이나 시험준비생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60대 이상은 왜 주민등록인구와 생활인구의 차이가 크게 날까. 
전체 1만9153개 집계구 가운데 생활인구가 등록인구보다 300인 이상 많은 상위 1% 집계구는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그 집계구 안에 세브란스 병원과 아산병원, 가락시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동량이 적은 새벽 3시 기준이다.

전체 1만9153개 집계구 가운데 생활인구가 등록인구보다 300인 이상 많은 상위 1% 집계구는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그 집계구 안에 세브란스 병원과 아산병원, 가락시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동량이 적은 새벽 3시 기준이다.

팀 A는 서울의 대형 병원과 독산동 일대 요양원에서 60대 이상 생활인구가 주민등록인구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대문과 가락시장 등도 오전 3시 노인 생활인구가 많았다. 그 지역에서 새벽까지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늦도록 잠들지 않는 서울
그러나 이들은 서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팀 A는 2017년 2월 27일~3월 5일 일주일간 시간대별 생활인구 이동량을 분석했다. 생활인구가 감소한 집계 구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 기점, 생활인구가 증가한 집계 구는 다른 곳으로부터 이동해온 종점으로 봤다. 1만 9153개 집계구별 감소 총량과 증가 총량을 합산해, 서울로 들고 나는 생활인구를 따져봤다. 

서울 외부를 드나드는 인구집단별 이동률을 2017년 2월 27일(월)부터 3월 5일(일)까지 시간대별로 살펴봤다. 그래프가 양수(+)이고 위로 치솟을수록 서울로 유입되는 비율이 높고, 음수(-)이며 아래로 떨어질수록 서울 밖으로 나가는 비율이 높다. 파란색은 20대, 노란색은 60대 이상 노인, 빨간색은 장기체류 외국인. X축은 날짜_시간.

서울 외부를 드나드는 인구집단별 이동률을 2017년 2월 27일(월)부터 3월 5일(일)까지 시간대별로 살펴봤다. 그래프가 양수(+)이고 위로 치솟을수록 서울로 유입되는 비율이 높고, 음수(-)이며 아래로 떨어질수록 서울 밖으로 나가는 비율이 높다. 파란색은 20대, 노란색은 60대 이상 노인, 빨간색은 장기체류 외국인. X축은 날짜_시간.

분석 결과 서울을 드나드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였다. 평일 오전 7시~8시 사이에 서울로 흘러들어왔다가, 주로 오후 10시 이후 서울 밖으로 빠져나갔다. 노인들의 서울 외부 이동 패턴도 20대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그 비율이 20대만큼 높지 않았다. 서울로 들어오는 시간도 주로 평일 기준 오전 9~10시로, 청년들보다 두 시간쯤 늦었다. 

 
외국인은 이와 정반대 패턴을 보였다. 오전 출근 시간에는 서울 밖으로 나가고, 퇴근 시간에 서울로 유입되는 패턴이었다. 즉, 서울에 모여 살지만 일은 서울 밖 수도권에서 하는 생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구집단별 서울 내부에서의 요일별, 시간대별 이동률. 파란색은 20대, 노란색은 60대 이상 노인, 빨간색은 장기체류 외국인. X축은 날짜_시간. 세 집단 모두 출근 시간대보다 밤 시간에 오히려 분주하게 이동한다.

인구집단별 서울 내부에서의 요일별, 시간대별 이동률. 파란색은 20대, 노란색은 60대 이상 노인, 빨간색은 장기체류 외국인. X축은 날짜_시간. 세 집단 모두 출근 시간대보다 밤 시간에 오히려 분주하게 이동한다.

서울 안에서의 움직임은 어떨까. 평일에는 출근 시간을 제외하면 청년과 노인의 이동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휴일에는 노인이 청년보다 더 많이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청년과 노인 모두 밤 10시~11시 사이에 가장 높은 이동률(약 14%)을 보였다. 팀 A는 "늦은 귀가, 학원생 픽업, 동네 산책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일찍 잠들지 못하는 서울 사람들의 피곤한 일상을 반영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경우 서울 안에서 이동 비율이 세 인구집단 중 가장 낮았다. 수도권까지 흩어져 있는 일터로 출퇴근하는 것을 제외하곤, 생활권을 좀체 벗어나지 않는다고 추정할 수 있다.
 
공존하되 서로 만나지 않는 그들
이렇게 생활 패턴이 다른 청년과 노인, 그리고 외국인이 함께 공존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팀 A는 상대적으로 이동성이 낮은 외국인 밀집 지역이 집단별 혼합도(뒤섞이는 정도)가 높을 것이라 보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20대 청년과 60대 이상 노인, 장기체류 외국인 등 세 집단의 혼합도를 오전 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시간 단위로 시각화했다. 인구 집단별 혼합도는 엔트로피(entropy) 지표를 활용해 측정했다. 청년과 노인과 외국인이 같은 비율로 존재할 때 최댓값을 갖는다. 유의미한 비교를 위해 총 생활인구 50명 미만의 셀은 일괄적으로 제거했다. 분홍색은 세 집단의 혼합도가 높은 지역이고, 푸른색은 세 집단이 좀체 섞이지 않는 지역이다. 한밤중과 새벽에는 공존하는 지역이 넓지만 날이 밝아지면 혼합도가 떨어진다.

20대 청년과 60대 이상 노인, 장기체류 외국인 등 세 집단의 혼합도를 오전 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시간 단위로 시각화했다. 인구 집단별 혼합도는 엔트로피(entropy) 지표를 활용해 측정했다. 청년과 노인과 외국인이 같은 비율로 존재할 때 최댓값을 갖는다. 유의미한 비교를 위해 총 생활인구 50명 미만의 셀은 일괄적으로 제거했다. 분홍색은 세 집단의 혼합도가 높은 지역이고, 푸른색은 세 집단이 좀체 섞이지 않는 지역이다. 한밤중과 새벽에는 공존하는 지역이 넓지만 날이 밝아지면 혼합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좀 달랐다. 차트를 보자. 분홍색일수록 혼합도가 높은 지역, 하늘색일수록 인구 구성이 단조로운 지역을 가리킨다. 대부분 잠든 오전 3시에는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평균적으로 높은 혼합도를 보여주지만, 일과 시간인 오후 3시에는 이런 뒤섞임이 현저히 낮아진다. 세 집단이 잠든 시간에만 공존한다는 의미다. 같이 거주하지만, 함께 생활하지는 않는 셈이다. 
 
특히 강남 서초 일대는 경제생활 중심권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인구 구성을 보여준다. 팀 A는 "외국인들이 아직 경제생활의 중심권에 진입하지 못한 결과"라고 추정했다.
 
작품명 '시티 리듬 매트릭스' 
생활인구 데이터의 시간대별, 연령별, 집계구별 밀집도와 흐름을 영상으로 시각화했다. 데이터 처리과정을 디지털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이었다.
 
외로운 도시에서 길을 잃다, VR 로스트(Lost)   
공존하되 만나지 않는 그들. 팀 A의 데이터분석가들이 뽑아낸 메시지에서 받은 영감을 아티스트들은 가상현실(VR) 미디어 아트로 구현했다. 사람이 도시의 데이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형태다. 에이 빔(ABIM) 건축연구소 김호중 소장에게 받은 혜화동 골목 3D 스캔 데이터가 요긴하게 쓰였다. 도시의 소음과 일상은 일일이 채집했다. 인구밀집 데이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이미지로 바꾼 뒤, 디지털 사운드를 얹어 시각화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을 숫자와 점으로 표현한 건, 도시의 한 구역 안에서도 많은 움직임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시연 작가는 "데이터 팀이 생활인구 분석 결과가 주거정책을 위한 자료로 쓰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면, 아티스트들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소외와 이방인으로서의 감정에 집중했다"면서 "서울의 리듬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문득 길을 잃어버린, 조금은 외로운 우리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은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너무 피곤하지 않고 너무 외롭지 않게, 서로에게 너무 부대끼지 않도록 도시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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