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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최순실'에서 쫓겨난 배넌···왜 유럽에 갔나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내 시간의 50%를 유럽에서 쓰겠다. 주로 브뤼셀 사무실에 있게 될 거다.”
 
한때 ‘트럼프의 책사’ ‘트럼프의 최순실’로 불렸던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65)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계획입니다. 브뤼셀은 벨기에의 수도이자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도시입니다. 배넌은 이곳에서 2019년 5월까지 자신의 역량 절반을 바치겠다고 합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였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핵심 공신으로 꼽히는 배넌. 그가 유럽에서 무엇을 하려는 속셈일까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 [EPA=연합뉴스]

내년 5월엔 유럽의회 선거가 열립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난민 갈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결과가 주목되는 선거입니다. 그런데 배넌은 여기에 반EU 성향의 의원들을 3분의 1이상 진출시키겠다고 공언합니다. 즉 EU의 통합된 리더십보다 각국의 국민 주권을 중시하고 국경 보호 및 이민 억제 정책을 추구하며 급진 이슬람에 대한 저항을 독려하는 정치세력, 한마디로 우파 포퓰리즘을 유럽의회에 심을 작정이지요.  
 
이런 계획의 교두보가 될 곳이 브뤼셀에 위치한 우파정치 지원단체 ‘더 무브먼트’입니다. 이를 설립한 벨기에 변호사 미카엘 모드리카멘(52)은 벨기에 극우 정당 인민당(People's Party)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배넌과 모드리카멘은 이달 내 ‘더 무브먼트’ 재단 설립 총회를 연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 독립당(UKIP) 대표를 비롯한 프랑스·헝가리 극우 정치인들과 협력을 모색해왔습니다. 이미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동맹당과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당은 더 무브먼트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트럼프의최순실 #유럽우파를깃발아래
 
배넌은 유럽에서 뭘 원하는 걸까요. 알려진대로 배넌은 지난해 8월 백악관 내 권력 다툼에서 밀려났고 이어 자신이 대표로 있던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에서도 사실상 쫓겨났습니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 때도 자신이 지지하는 티 파티(Tea Party, 미국의 신흥보수세력) 후보들을 위한 지원 이벤트를 열었고, 그에 앞서 브라질 대선에서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를 원격 지지했습니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린 우파 정치인으로 ‘후후월드’ 1회 주인공이었습니다.)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동부 도시 릴에서 열린 극우정당 국민연합(옛 국민전선) 총회에서 마린 르 펜 국민연합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이 자리에서 배넌은 "역사는 우리 편"이라면서 국민연합과 르 펜 대표를 추켜세웠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동부 도시 릴에서 열린 극우정당 국민연합(옛 국민전선) 총회에서 마린 르 펜 국민연합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이 자리에서 배넌은 "역사는 우리 편"이라면서 국민연합과 르 펜 대표를 추켜세웠다. [AP=연합뉴스]

배넌은 유럽에서도 이런 인물들을 발굴하고 지원할 계획입니다. 예컨대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같은 정치인입니다. 오르반 총리는 서슬퍼런 반난민 정책으로 인해 EU에서 경고를 먹은 인물인데 배넌은 그를 “트럼프 이전의 트럼프”라고 추켜세우면서 “진짜 애국자이자 진짜 영웅”이라고 예찬해왔습니다. 또 다른 모범 사례는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 옛 국민전선)의 대표 마린 르 펜입니다. 배넌은 지난해 프랑스 대선 캠페인 동안 르 펜 지지자들 앞에서 “사람들이 당신을 인종주의자로, 인종혐오주의자로, 이민배척주의자로 부르면 그것을 훈장으로 여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창하는 가치의 반대편을 향합니다. 배넌은 이에 따라 내년 유럽의회 선거가 “포퓰리즘과 다보스 세력 사이의 진정한 첫 대립”이 될 거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보스 세력이란 스위스 다보스 포럼이 대표하는 글로벌 자유주의, 자유무역 신봉자들이지요. 배넌이 목표하는대로 반EU세력이 유럽의회 중심부로 진입한다면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가 현실화하는 것도 멀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제4의전환 #미국망치는리버럴리즘?
 
도대체 배넌은 왜 이런 도박을 벌이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 배넌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제로 세대’(Generation Zero)를 돌아봐야 합니다. 배넌은 백악관 입성 전에 경력이 다채로운데요 미 해군 장교로 7년간 복무했고 골드만삭스에서 M&A 전문가로 활약한 데다 영화· 미디어 투자 사업도 벌인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직접 영화 제작에도 나섰는데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주 주지사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등입니다. 이와 함께 2010년 내놓은 문제작이 ‘제로 세대’(Generation Zero)입니다.  
스티브 배넌이 제작한 2010년작 다큐멘터리 '제로 세대'는 1997년 출간된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닐 호위의 미래서 '제4의 전환'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스티브 배넌이 제작한 2010년작 다큐멘터리 '제로 세대'는 1997년 출간된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닐 호위의 미래서 '제4의 전환'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제로 세대’를 가리켜 어느 평론가는 “미국 경제에 대한 공포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답니다. 이 다큐는 2007~2008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재조명하는 데요, 간단히 말하면 배넌은 “지금은 미국 역사상 네 번째인, 엄청난 위기의 시기”라고 주장합니다. 그것은 일종의 순환적 역사관, 종말론적 세계관에서 바탕하는데 그 근거가 되는 것이 1997년 미국에서 출간된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닐 호위의 미래서 『제4의 전환』(The Fourth Turning)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은 먼저 혁명을 겪었고, 남북전쟁이 있었으며,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네번째 주기가 탄생하기 직전인 전환기랍니다. 급진 무슬림의 창궐, 월스트리트발 경제 혼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이 그 증거라는 겁니다. 나아가 1960년대 세대가 대표하는 ‘리버럴리즘’도 미국적 가치를 붕괴시키는 징후라고 합니다.  
 
#대안의보수주의 #소로스재단과 맞짱
 
따라서 미국을 퇴락시키는 리버럴 운동을 잠재우기 위해 대안 우파(alt-right)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배넌은 주장합니다. 대안 우파는 원래 주로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던 반세계화, 반이민, 반유대주의, 반이슬람, 반페미니즘, 백인 우월주의 움직임을 통틀어 지칭하던 용어인데 트럼프 시대 들어선 실제 정책으로 발현되는 중입니다. 배넌은 이슬람·이민에 대한 나약한 정책이 미국적 가치를 쇠퇴시킨다면서 무분별한 글로벌리즘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캐러밴(이민행렬)을 ‘침략자’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인식이지요.  
 
지난해 1월 백악관 사이버안보회의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 [AP=연합뉴스]

지난해 1월 백악관 사이버안보회의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 [AP=연합뉴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잘 하고 있으니 배넌은 이제 유럽으로 목표를 돌립니다. 사실 유럽도 이미 이와 유사한 인식을 하는 극우 정당들이 곳곳에서 약진해 왔습니다. 이미 오스트리아·이탈리아·헝가리에선 집권 정치 세력으로 부상했습니다. 프랑스·네덜란드·독일·체코·스웨덴 선거에서도 포퓰리즘 정당들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배넌은 이를 “글로벌 티 파티 운동”이라고 칭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각국 내셔널리스트 정당끼리 싸워야 하지만 유럽에선 공동의 적, 유럽연합(EU)이 있습니다. 배넌은 반이민·반EU 구호를 통해 이들이 결집할 것을 요구합니다. 더 무브먼트는 그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이들은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박애주의 재단 오픈 소사이어티(OSF)에 맞서 각국의 이민 장벽을 높이고 중앙집권 엘리트의 힘을 약화시키길 갈망합니다.
 
#한쪽선 코인개발도 #수퍼빌런의 꿈  
 
이렇게 얘기하니 배넌이란 인물이 으리으리+으스스한데요,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행동보다 말이 앞선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배넌은 트럼프 취임 직후 무슬림 국가 출신에 대한 입국 금지명령 초안을 공동작성했는데요, 이 초안에 디테일이 ‘함량 미달’이라 나중에 법조인들이 전면 손질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뭔가 큰일을 벌일 듯 말하지만 정작 배넌 자신도 풀타임이 아니라 50%만 쓰겠다고 합니다. 남은 시간엔 뭘 할까요. 미 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배넌은 “포퓰리스트 운동에 유용한 토큰(코인)을 제공하겠다”면서 암호화폐 스타트업을 준비 중이랍니다. 정치와 돈벌이를 함께 할 속셈으로 보이는데 아직 이렇다 할 외부 투자를 끌어들이지 못했다는군요. (배넌은 트럼프와 틀어지면서 공화당의 ‘큰손’ 후원자로 소문난 로버트 머서와 그의 딸인 레베카로부터 더 이상 후원을 받지고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를 방문해 토론에 참석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EPA=연합뉴스]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를 방문해 토론에 참석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EPA=연합뉴스]

그가 『제4의 전환』을 기반으로 주창하는 우파적 역사 인식을 두고서도 일부 학자들은 “헛소리”라고 폄하합니다. 무엇보다 정치는 실체인데 배넌이 이미 백악관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전례에서 보듯 그가 말하는 우파 결집도 구호만 앞선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일각에선 그가 우파 운동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우파 흐름을 눈치채고 미리 숟가락 얹는 데 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하지요.  
 
물론 배넌은 아직까지 자신만만합니다. 실제로 최근 프랑스에선 내년 유럽의회 선거 때 투표할 정당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르 펜 대표가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이 마크롱 대통령의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를 처음으로 제쳤습니다. 배넌은 르 펜 대표를 추켜세우며 “역사가 우리 편”이라고 자찬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선 캠페인 기간 진보 진영 일각에서 자신을 다스 베이더, 사탄으로 비판했을 때 "어둠(darkness)은 좋은 것"이라며 "딕 체니도, 다스 베이더도, 사탄도 권력"이라고 받아쳤던 인물입니다.“세계사적인 수퍼 빌런(악당)이 되겠다”는 배넌의 야심은 과연 현실이 될까요.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후후월드

'트럼프의 최순실' 스티브 배넌을 알려주마

'유럽 정복' 꿈꾸는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완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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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 다음 중 스티브 배넌의 경력 사항이 아닌 것은?

정답 : 4번 워싱턴포스트 대표 ( 배넌은 우익매체 브레이트바트 대표를 지냈습니다. )

Q2 : 배넌이 반난민 정책으로 추켜세우는 빅터 오르반은 어느 나라 총리일까요?

정답 : 1번 헝가리 ( 반난민 정책을 앞세운 오르반은 지난 4월 헝가리 4선 총리로 선출됐습니다. )

Q3 : 다음 중 배넌이 지향하는 가치와 가장 동떨어진 것은?

정답 : 3번 햇볕정책 ( 배넌은 민족주의(내셔널리즘)에 기반한 우파 포퓰리즘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합니다. )

Q4 : 배넌이 내년 5월 우파 세력 진출을 노리는 선거는?

정답 : 2번 유럽의회 선거 ( 배넌은 2019년 5월 유럽의회에 반EU 우파 세력을 3분의1 이상 진출시킨다는 계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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