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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학습지가 만든 교육 빅데이터 '노다지' 한국

[박해리의 에듀테크 탐사] ②  
방문 학습지는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 과외처럼 1대1 학습이 가능한 장점으로 80~90년대부터 유행했다. [사진 픽사베이]

방문 학습지는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 과외처럼 1대1 학습이 가능한 장점으로 80~90년대부터 유행했다. [사진 픽사베이]

초등학생 시절 매주 목요일 오후 4시는 한 주 중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놀이터에도 못 가고 집에서 가만히 누군가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과일을 깎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합니다.
 
딩동~♬
 
벨이 울리면 큰 가방을 멘 여자분이 들어옵니다. 매주 거르지 않고 집으로 방문하는 이 손님. 아이들에게 반갑지만은 않은 이 손님은 바로 방문 학습지 선생님입니다.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눈높이, 구몬, 빨간펜 등 방문 학습지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개인 과외처럼 학습이 가능한 장점 때문에 80~90년대부터 유행했습니다.
 
방문 학습지가 빅데이터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놀랍게도 한국의 독특한 사교육이 교육 빅데이터 시장을 ‘노다지’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과연 이 둘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흔히 해외의 유망한 교육 빅데이터 시장으로 미국과 중국을 꼽습니다. 미국은 기술이 발달했고 중국은 거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앞서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는 뒤지지만 한국도 발전 가능성이 잠재돼 있습니다. 교육 빅데이터 분야를 연구하는 최재화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한국의 교육 빅테이터 시장에 대해 "이 정도 규모의 교육 데이터를 찾는 게 쉽지 않다. 미국에서 이 정도 데이터만 있으면 정부에서 펀드를 지원받아 연구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국민 사교육’으로 꾸준히 사랑받던 방문 학습지 업체들은 저출산으로 위기를 마주하자 태블릿PC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사진 구몬 홈페이지 캡쳐]

‘국민 사교육’으로 꾸준히 사랑받던 방문 학습지 업체들은 저출산으로 위기를 마주하자 태블릿PC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사진 구몬 홈페이지 캡쳐]

빅데이터를 이야기하기 전 먼저 학습지의 변신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80년대부터 ‘국민 사교육’으로 꾸준히 사랑받던 학습지는 위기를 맞습니다. 교원·웅진·대교 등 국내 대형 학습지 업체의 매출은 2010년 전후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저출산 기조로 인한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죠.
 
학습지 기업들은 태블릿PC에서 돌파구를 찾습니다. 학습지를 신청하면 12~36개월 약정으로 태블릿을 지급해 고정 고객을 확보합니다. 화상 러닝 등 새 교육법 도입으로 교사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은 요즘 학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며 학습지 시장의 태블릿PC 보급은 2015년부터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태블릿 학습지를 이용하는 초등생 수를 약 70만명으로 추산합니다. 전체 초등생이 25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죠.
교원 스마트 빨간펜은 2년 약정으로 학습지를 신청하면 태블릿 기기를 함께 지급한다. [사진 교원 홈페이지 캡쳐]

교원 스마트 빨간펜은 2년 약정으로 학습지를 신청하면 태블릿 기기를 함께 지급한다. [사진 교원 홈페이지 캡쳐]

 
이렇게 학습지 시장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데이터가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가 꽤 양질이라고 합니다. 방문 학습지 시장이 없는 미국에서는 학생 개인이 아이패드에서 교육 앱을 다운받아 사용합니다. 이러한 교육 앱은 유저가 3~5개월 정도만 써도 꽤 괜찮은 케이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일반 앱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다운받고서 쓰지 않는 앱도 많고, 몇 개월에 한 번씩 쓰는 앱도 있으니까요. 이런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꾸준히 쌓아나가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학습지는 적게는 6개월에서 수년을 유지합니다. 다수의 학생들이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쌓아가는 데이터는 양질의 데이터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실리콘밸리 에듀테크 스타트업 키드앱티브는 올해 초 웅진 씽크빅과 업무협약을 맺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학습코칭을 개발했습니다. 김민우 키드앱티브 대표는 "유저 수도 많고 한 명이 생성하는 데이터양도 많아 한국은 발전 가능성이 큰 에듀테크 시장"이라며 "미국에서 6~7년 동안 모은 데이터를 한국에서는 6개월 만에 모았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교육 빅데이터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1차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고 2차로는 데이터의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진 픽사베이]

교육 빅데이터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1차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고 2차로는 데이터의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진 픽사베이]

 
하지만 모든 데이터가 다 쓸모 있는 데이터는 아닙니다. 제대로 된 방식으로 수집하지 않은 데이터는 쓸모없는 것이 됩니다. 어떤 학습 앱이 1초 단위로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생각해봅시다. 학습이 뛰어난 아이들은 OX처럼 단순한 문제는 한 문제당 1초보다 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기도 합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속도보다 아이의 문제 풀이 속도가 빠르면 아무리 퀴즈를 다 맞춰도 데이터상으로는 0점이 됩니다. 데이터가 쓸모 있으려면 1초보다 더 작은 단위로 쪼개서 수집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제대로 된 기술과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엔 아직 몇가지 장벽들이 있습니다. 학습지 기업이 아무리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어도 학교 단위를 따라갈 순 없죠. 기업마다 데이터도 표준화돼있지 않습니다. 외국의 학교들은 적극적으로 에듀테크 기업들의 서비스를 도입하고 학교 단위에서 아이들의 데이터를 축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 공교육에는 이런 루트가 막혀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수학 등 학습에서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개인식별 정보가 아닌 문제푸는 형식 등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 없는 비식별 정보쪽 데이터 규제를 풀어준다면 교육 데이터 시장이 더 발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픽사베이]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수학 등 학습에서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개인식별 정보가 아닌 문제푸는 형식 등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 없는 비식별 정보쪽 데이터 규제를 풀어준다면 교육 데이터 시장이 더 발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픽사베이]

 
한국 학교도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부터 학년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해서 2021년에는 중학교 3학년까지 모두 디지털 교과서를 공급한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하지만 와이파이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학교 현실에서 디지털 교과서의 보급은 아직 요원합니다.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연구소장은 "국내 공교육은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이유로 폐쇄적인 시스템을 쓰고 있다. 하지만 개인 식별정보 외에 수학 문제 푸는 정보 같은 비식별 정보 쪽 규제를 풀어준다면 에듀테크의 발전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꾸준히 성장하는 빅데이터 시장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Wikibon·신용정보원]

꾸준히 성장하는 빅데이터 시장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Wikibon·신용정보원]

 
빅데이터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데이터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데이터산업 전체 시장 규모는 2016년 13조 7547억원에서 4.0% 성장한 14조 3047억원이라고 합니다. 2010년 이후로 연평균 7.5%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죠. 이런 가운데 국내 교육 빅데이터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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