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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한국 정부 '디스'하는 美언론 VOA의 실체는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VOA)로고. [사진 VOA 홈페이지]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VOA)로고. [사진 VOA 홈페이지]

A: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북한에 갈 수 있대!
B: 교황은 방북 요청을 듣긴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교황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는데?
 
A: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은 11월 말~12월 초쯤 하기로 했어.
B: 북한이랑 하는 철도사업은 심각한 대북제재 위반이야!
 
엇나가는 두 사람의 대화. A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고, B는 미국 언론 ‘미국의 소리(VOA)’ 보도내용입니다. VOA가 우리 정부에 태클을 걸고 ‘디스’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는 VOA는 어떤 언론일까요? 이번 [고 보면 모 있는 기한 계뉴스-알쓸신세]에서는 우리 정부와 ‘다른 소리’를 내는 미국의 소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북제재 완화’ 말하자 ‘대북제재 강화’ 기사 쏟아내는 VOA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부터 7박 9일 동안 유럽 순방을 다녀왔습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에 참석해 대북제재 완화를 공론화했고, 청와대는 이런 시작이 “의미 있었다”고 평했습니다.
 
하지만 VOA의 입장은 다릅니다. VOA는 슬로바키아, 체코, 스위스, 캐나다, 스웨덴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하다는 논지의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습니다. 직접 청와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하는 각국의 입장을 내보내면서 제재 완화를 강조한 우리 정부를 비판한 겁니다. 기사를 보면 VOA는 직접 슬로바키아 외교부 대변인에게 메일을 보내 답변을 받았는데요, 아래 내용과 같습니다.
 
[슬로바키아 외교부의 보리스 간델 대변인은 23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 정부가 협력적 태도로 북한과 관련해 구체적인 행동을 열망하며, 이 때문에 독자적 대북 제재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0월 24일 <슬로바키아 “한국, 제재 완화 미국과 보조 맞춰야…중재 아닌 거래가 중요”> 中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각국입장을 보도한 VOA. [VOA 홈페이지 캡쳐]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각국입장을 보도한 VOA. [VOA 홈페이지 캡쳐]

 
체코 외교부 대변인에게도 VOA가 직접 논평을 요청해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멘트를 받았습니다.  
 
[체코 외교부의 미첼라 라그로노바 대변인은 지난 19일, 북한의 비핵화 유인책으로 대북 제재 완화가 거론되고 있는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이 정책을 바꿀 때까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10월 23일 <체코 “북한 정책 변하지 않는 한 제재 체제 유지해야”> 中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고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갈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나라에선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죠. 하지만 이틀 뒤 VOA는 찬물을 끼얹는 듯한 보도를 했습니다. 바로 <교황청 “방북 구두초청 받았지만, 많은 말 안 해”>라는 기사를 통해섭니다.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한 뒤 교황이 선물한 묵주 상자를 들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한 뒤 교황이 선물한 묵주 상자를 들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여부와 문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묻는 VOA 기자의 질문에, “바티칸 교황청 측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답했습니다.] 10월 20일 <교황청 “방북 구두초청 받았지만, 많은 말 안 해”> 中
 
물론 VOA는 교황청 대변인이 “교황과 문 대통령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사회, 교육, 보건과 남북한 사이의 대화와 화해 증진에 관해 이야기했다”는 내용도 전했지만 두 사람이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내용을 앞세워 기사를 쓴 것이죠. 
 
‘디스’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15일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남과 북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도로 착공식을 11월말~12월초에 열기로 합의하자 바로 사흘뒤 VOA는 윌리엄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남북 철도·도로 사업 제재 위반”>이라고 보도하며 해당 사업에 ‘태클’을 걸었습니다. 이외 <미 전문가들 “재무부 한국 은행 접촉, ‘세컨더리 보이콧’ 경고”>라는 기사를 통해 남북경협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美정부가 운영하는 VOA…“정부입장이지만, 정부목소리가 아닌 것 처럼”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VOA는 올해 유독 주목을 받았는데요, 지난 7월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고, 9월엔 4·27 판문점선언 유엔 제출본을 청와대가 오역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에 제출한 공식 영문본에는 ‘올해 종전선언에 합의했다’는 문구가 새로 포함되면서 4월 공개된 국문본·번역본과 내용이 달라졌다고 지적한 겁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미국을 더 압박해서 종전 선언을 미국이 주도해서 남과 북과 같이 올해 내에 단기간 내에 종전선언을 하자, 이러한 미국에 대한 메시지와 유엔에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판문점선언’이 각기 다른 표현을 담고 있고, 다른 현실 인식을 보여주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9월 12일 <“유엔 제출된 판문점선언, 기존 번역과 달라”…종전선언 연내로 못박아> 中
 
이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4월 외신에 배포한 번역본은 ‘비공식 번역본’이었다고 해명했죠. 최근엔 VOA가 북한에서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후 숨진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 국무부가 이 매체를 이용해 ‘진짜 속내’를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VOA는 실제 미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방송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의 소리(VOA)' 방송국 현관. VOA는1954년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자리를 옮겼다.[중앙포토]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의 소리(VOA)' 방송국 현관. VOA는1954년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자리를 옮겼다.[중앙포토]

VOA는 미 국무부 소속 국제협력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42년에 만든 방송으로, 나치 치하의 독일 국민을 대상으로 첫 방송을 했습니다. 이후 냉전 시절엔 주로 공산권 국가 국민을 상대로 방송했고, 지금은 한국어를 포함해 전 세계 45개 언어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매년 미 의회에서 이 매체의 예산을 책정하기도 합니다. VOA가 홈페이지에 ‘균형 잡힌 뉴스와 정보를 전한다’고 소개했지만, 매체 이름 그대로 ‘미국의 소리’를 대변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거 '미국의소리(VOA)' 한국어과 사무실 모습. [중앙포토]

과거 '미국의소리(VOA)' 한국어과 사무실 모습. [중앙포토]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VOA는 정부 산하기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기자들도 공무원 신분이나 다름없다”며 “구조적으로 정부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김 교수는 “‘한미관계가 안 좋다’고 말하면 외교적 파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제한적”이라며 “절제된 기관인 VOA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옹호함으로써 정부 입장이지만, 정부가 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 VOA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요. VOA에 직접 이를 묻는 이메일을 보냈는데요.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습니다. 
“VOA는 1976년 서명한 ‘VOA 선언문’에 따라 어떤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거나 홍보하지 않는다. VOA의 미션은 권위있고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으로서 봉사하는 것이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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