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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정보는 뭐든지 믿는 당신에게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더,오래] 김성희의 천일서화(10) 
요즘은 매체가 늘어난 만큼이나 '정보'와 '전문가'가 넘쳐난다. 문제는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진 pixabay]

요즘은 매체가 늘어난 만큼이나 '정보'와 '전문가'가 넘쳐난다. 문제는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진 pixabay]

 
서른 살이 넘으면 생각이 바뀌기 쉽지 않다고 한다. 이미 고정관념이 자리 잡혀 설사 뛰어난 인물이나 잘 쓰인 책을 접하더라도 가치관이나 정의관, 지지 정당이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구미에 맞는 정보를 취하는 경향 탓도 작용한다.
 
이것이 ‘정보의 바다’와 만나면 우려스런 상황이 벌어진다. 인터넷, SNS, 뉴미디어 등 정보 매체가 늘어난 만큼이나 ‘정보’와 ‘전문가’가 넘쳐난다. 문제는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려내기도 쉽지 않아졌다는 점이다. 이른바 전문가들도 매체에 따라 입장에 따라 상충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유전자변형 식품(GMO)이 과연 유해한지, 원전 중단의 손익, 소득주도 성장의 당위성이나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심지어는 ‘팩트’도 헷갈린다. “그러고도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는, 북한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발언의 사실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러니 음모론, 가짜 뉴스, 진영논리가 판치고, 자기 생각만 강요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 소피 마제 지음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 소피 마제 지음

 
이럴 때 참고가 될 만한 책이 프랑스의 고교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쓴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소피 마제 지음, 뿌리와 이파리)이다. 원제가 ‘지적 자기방어를 위한 매뉴얼’로 주로 언론이 전하는 정보의 진위를 가려 제대로 된 생각을 갖도록 하는 유익한 조언이 여럿이다.
 
이를테면 TV에 나오는 ‘전문가’ 패널이 항상 비슷한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는지? 아니면 변호사가 스포츠 관련 주제를 다루듯 온갖 분야에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이 출연하는 이유는? 지은이는 ‘공장 조립라인’처럼 운영되는 방송과 신문에서 전문가를 찾을 때는 짧고 간결하게 답하고, 부르면 응답할 수 있다는 조건을 우선 따지기에 비슷한 얼굴 혹은 만능 평론가들이 등장한다고 설명한다.
 
꽤 그럴듯한 설명이다. 그러면서 “신뢰할 만하다는 말은 진실을 알려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 아니라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 중 인터뷰를 수락한 사람”이란 뜻이라 꼬집는다. 출연한 ‘전문가’들 못지않게 유능한 이들도 많지만, 패널 구성이 다양하지 못한 이유는 이걸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건강, 음식, 환경에 관한 ‘불길한 소식’을 따져보자. 환경호르몬, 광우병, 기름유출 사고 등을 안전을 위협하는 온갖 뉴스에 접하다 보면 도심과 뚝 떨어진 곳에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직접 씨 뿌리고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과연 그럴까.
 
지은이가 소개한 프랑스 통계에 의하면 프랑스인의 평균 수명은 75.3세로 30년 새에 7년이나 늘었다. 사망률을 보면 시골 마을보다 공해가 넘쳐나는 도시가 더 낮다. [사진 pixabay]

지은이가 소개한 프랑스 통계에 의하면 프랑스인의 평균 수명은 75.3세로 30년 새에 7년이나 늘었다. 사망률을 보면 시골 마을보다 공해가 넘쳐나는 도시가 더 낮다. [사진 pixabay]

 
지은이는 프랑스 통계를 소개한다. 1985년 프랑스인의 평균 수명은 75.3세로 30년 새에 7년이나 늘었다.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오염, 불량 식품 등에 불구하고 말이다. 프랑스 인구 77.5%가 건강에 안 좋은 공해가 넘쳐나는 도시에 살고 있는데 사망률을 보면 시골 마을보다 수도권이 더 낮단다. 도시에 살면 의사와 병원이 많아서 치료를 받고 생명을 건질 가능성이 더 큰 덕분이란다. 암 환자가 늘었다는 소식도 살펴보면 사실과 다르다.
 
전체 사망 중 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늘었지만, 발생 건수는 줄었다. 요컨대 우리가 걱정하는 ‘보이지 않는 위험’은 그리 비밀스러울 것이 없으며 실상과도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자기를 과대평가하는 우리 자신의 본성도 그릇된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을 부채질한다. 유명인사들이 사후 천국에 갈 확률을 물은 한 프랑스 여론조사에서 79%가 테레사 수녀가 천국에 갔다고 답했는데 무려 87%가 자신은 천국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고 답했단다.
 
따져보면 우리의 생각은, 또는 결정은 온전히 우리만의 것일 수는 없다. 교육, 역사, 관습은 물론이고 타인의 의견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우리의 결정, 의견을 좌우하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지은이는 완벽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건강한 회의주의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수집, 비교하면서 항상 반대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비판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함정에도 빠지지 말아야 하지만 우리 곁의 드라마, 광고, 미디어 등 다양한 정보원의 허구성을 따져봐야 한다. 과연 특정 정보로 누가 이익을 얻는지부터 말이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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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