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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유가에 쌓이는 산유국 고민…사우디, 결국 감산한다

 국제 원유가격이 뚜렷한 베어 마켓(하락장세) 양상을 보이면서 산유국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생산량을 줄여서 가격을 정상화하고 싶지만 저마다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결국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리더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먼저 감산을 결정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장관은 국영 에너지업체 사우디 아람코가 다음 달부터 수요 감소를 고려해 11월보다 하루 5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더 적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알 팔리흐 장관은 “12월 추천량은 11월보다 50만 배럴 적을 것”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산유량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AP=연합뉴스]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AP=연합뉴스]

 
사우디 정부의 '깜짝' 발언은 이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OPEC 회의가 열리기 직전 나온 것이다. 이날 격론을 거쳐 다음 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유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감산 합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선수를 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사우디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력으로 하루 생산량을 100만 배럴 늘리기로 했는데, 중간선거 이후 지속해서 떨어지는 국제유가에 감산으로 돌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OPEC이 원유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자신이 쌓아 올린 경제 업적이 흔들리면서 중간선거에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실제 최근 국제 유가는 지난달보다 20% 안팎으로 하락하며 베어마켓을 형성해왔다. 뉴욕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0.19달러까지 하락하며 10월 고점 대비 21%가량 떨어졌다. 브렌트유 가격도 70.18달러로 한 달 전의 배럴당 86달러에서 19%가량 하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 [자료=CNBC]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 [자료=CNBC]

 
이날 사우디의 감산 소식에 국제 유가는 1%가량 반등해 WTI 가격은 60.72달러, 브렌트유 가격은 71.01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5일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재개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는 우려로 고공행진을 보였던 유가는 미국이 한국과 중국 등 8개국에 대한 한시적 제재면제를 허용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국 통화 약세 등이 겹쳐지면서 글로벌 경제 둔화 및 원유 수요 급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러시아이다. WSJ은 “러시아가 혼재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우디 정부는 시장의 공급과잉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러시아는 유가 급락 현상이 일시적인 계절적 요인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또한 “내년 원유가 공급 과잉이 될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산유 정책에 정통한 소식통은 FT에 지난주 러시아의 산유 업체들은 산유량을 하루 30만 배럴가량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 등이 이란산 대체 원유로 러시아산을 사들이고 있어 감산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2016년 산유량 감산 합의 당시부터 원유 정책을 협력해오면서 OPEC 회원국의 불만을 사 왔다. 그러나 이번 사우디의 일방적인 감산 결정으로 두 나라의 국제유가 카르텔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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