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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품위없고 옹색"···국회의사당 43년만에 내·외관 고친다

국회의사당이 1975년 서울 여의도에 건립된 이후 처음으로 의사당 개ㆍ보수를 위한 기본 계획이 세워진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1일 “국회 건물을 계획 없이 짓고 고치다 보니 주변과 조화가 안 되는 문제가 있다. 미래지향적인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 자문을 통해 장기 마스터 플랜(기본 계획)을 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우선 5명 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릴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장 모습. 한국 국회의 모습은 외국 국회와 비교했을 때 품위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진옥 기자]

국회 본회의장 모습. 한국 국회의 모습은 외국 국회와 비교했을 때 품위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진옥 기자]

 
당초 국회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내년에 헌정기념관을 개ㆍ보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취임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연간 40만명이 찾아오는 곳인데 기왕 돈을 쓸 거면 전문가 진단을 받아서 제대로 고쳐보자”며 예산 결재를 미뤘다. 유 총장은 더 나아가 국회의사당을 포함한 국회 전체를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전문가에게 자문하기로 했다. 문 의장과 평소 공유한 생각이었다.
 
문 의장과 유 총장은 지난 5일 김원 건축가,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 승효상 건축가를 국회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국회 곳곳을 둘러봤다. 김 건축가는 1960년대 말 여의도 개발 당시 마스터플랜을 짰던 이들 중 한 명이다. 유 이사와 승 건축가는 유 총장과 평소 친분이 깊다. 이 자리엔 국회 개ㆍ보수에 평소 관심이 많은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도 함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문희상 국회의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승효상 건축가는 의장석이 너무 높아 권위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문희상 국회의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승효상 건축가는 의장석이 너무 높아 권위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스1]

 
세 명의 전문가는 “국회의사당에서 한국의 문화 예술적 수준이 안 보인다. 내부가 옹색하고 품위가 없다. 외빈이 오면 창피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또 이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자문단을 꾸려 의견을 들어보라”고 문 의장에게 권했다. 김원 건축가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회가 지저분하면 멱살 잡고 싸우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숭고하게 꾸미면 고상한 일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고도의 기술로 국회를 근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언도 나왔다. 승효상 건축가는 “국회의사당을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조명이 국회를 너무 위압적으로 보이게 한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 본회의장의 의장 단상이 너무 높아 권위적으로 보인다는 점도 언급했다. 키가 작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할 때 단상 위에 있는 국회의장과 악수하기 힘들어했다는 일화도 있다.
 
국회의사당 야경 모습. 건축 전문가들은 조명이 비춰진 국회의사당이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고 위압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강정현 기자]

국회의사당 야경 모습. 건축 전문가들은 조명이 비춰진 국회의사당이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고 위압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강정현 기자]

 
김원 건축가는 국회 뒤편이 허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회 뒤편에 작은 언덕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김 건축가는 “여의도 개발 전에는 국회 뒤편 자리에 양말산이 있었다. 여의도의 뿌리와 같은 산이다. 그런데 양말산을 허물어 윤중제라는 제방을 쌓았다. 지금은 국회 뒤편에 운동장밖에 없다. 풍수지리학에서 집 뒷통수가 허전하고 시끄러우면 집안이 편안하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원혜영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툰다(국회 돔 아래 원형 공간)의 뒤쪽 시야가 막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회 건립 당시엔 로툰다에 서서 보면 국회 정문 쪽 시야는 동여의도까지 뚫려 있었고, 뒤쪽으로는 한강이 보였다. 국회의사당 설계에 참여한 안영배 건축가는 국회 설계 당시 아쉬움을 말하며 “중앙 로툰다 뒤쪽에 한강이 내다보이는 넓은 로비 공간을 두는 것에 만족해야 했어요”(『안영배 구술집』)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1년 G20 국회 의장회의 당시 넓은 접견실이 없다는 이유로 로툰다 뒷쪽 공간을 접견실로 만들고 벽을 쳤다. 원 의원은 “건축가가 국회를 앞뒤로 뚫어 소통의 의미를 담았는데 그 취지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국회 로툰다 홀에서 뒤를 바라본 모습. 윗쪽 사진은 1975년 건립 당시 모습이며, 아랫쪽 사진은 현재 모습. 과거엔 로툰다에서 한강이 보였지만, 지금은 벽으로 막혀 있다. [윤성민 기자, KTV]

국회 로툰다 홀에서 뒤를 바라본 모습. 윗쪽 사진은 1975년 건립 당시 모습이며, 아랫쪽 사진은 현재 모습. 과거엔 로툰다에서 한강이 보였지만, 지금은 벽으로 막혀 있다. [윤성민 기자, KTV]

 
헌정기념관과 관련해선 “전시관이 너무 좁다. 전시 내용이 나열식이어서 체계적이지 않다. 공간도 좁은데 식당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전시 전문가에게 자문해 전반적으로 전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공통 의견이 나왔다.
 
국회는 가까운 시일 내에 국회 개ㆍ보수 기본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자문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유인태 총장은 “가칭 ‘공간조성위원회’라는 자문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라면서도 “공식 기구로 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문단장은 김원 건축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희상 의장과 유인태 총장은 “돈을 들여 큰 공사를 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추가 예산을 편성하기보다는 쓰기로 계획돼 있는 예산을 전문가 조언을 토대로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유 총장은 “(기본 계획은) 예산을 임기응변식으로 쓰지 말고 어떻게 국회를 고쳐나갈지 계획을 세운 뒤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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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