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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 대북정책 과거 회귀 안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모든 국가와 사회는 저마다의 장점이 있지만, 미국 사회의 가장 큰 장점은 일상화된 선거 문화가 그 백미(白眉)다. 대선과 중간선거가 2년마다 겹쳐서 치러지니, 일반 유권자의 민심을 잘 헤아릴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선거와 중간선거 사이에는 명백한 역할 구분이 있는데, 대선은 미래에 대한 심판이고 중간선거는 과거에 대한 심판이다. 미국 대선 때마다 ‘도전(Challenge)’과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와 같은 구호가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중간선거를 치를 때마다 집권 여당을 견제할 동력을 확보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트럼프 행정부 집권 2년 차 중간선거가 막을 내렸다. 상원의원 일부와 하원의원 전원 그리고 주지사 상당수를 뽑는 정치적 의식이 막을 내린 것이다. 상원은 공화당 지배, 하원은 민주당 지배, 그리고 주지사는 민주당의 박빙 우위로 요약된다. 이번 중간선거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작동하겠지만, 지난 2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정치의 주류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국외자로 깎아내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예상을 뛰어넘은 경기 호조, 드물게 높은 취업률,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전쟁 등을 정교하게 수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지도자임을 각인시켰다. 통상적으로 미국 중간선거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 거로 알려져 있다. 우선은 집권 후반부에 얼마나 야당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것이냐의 문제, 그리고 2년 후에 다가올 재선을 위해서 얼마나 유리한 국내 정치적 환경을 마련하느냐에 있다.
 
시론 11/12

시론 11/12

결론적으로 하원의 민주당 지배로 백악관에 대한 견제 기능이 강화되기는 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정도는 아닐 것이다. 또 공화당 지도층으로부터도 겉돌던 트럼프 대통령은 몇몇 주요 주(州)의 유세에 적극적으로 가담함으로써 공화당 내부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미래의 재선 국면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 훨씬 쉬워진 셈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이다. 미국 주요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대체로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첫째, 2018년의 평화적인 외교 협상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그는 과거 어떤 미국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북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지도자라는 평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이란 핵 협상을 파기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진행 중인 외교 협상마저 중도에 거둬들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 보인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를 2020년 재선까지 끌고 가서 외교적 치적의 하나로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둘째, 이와는 상반되게 북한을 상대로 한 외교 테이블을 걷어찰 수 있다는 ‘과거로의 회귀’ 가능성도 적잖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위협은 일단 제거한 셈이니 시계는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갔고, 경제 건설과 외교 고립 탈피를 위해 조급증을 내는 건 북한인 셈이니 집권 후반기를 맞이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논리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북한 이슈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객관적인 상황 역시 이러한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선 게임의 방정식과 중간선거 게임의 방정식은 전혀 다르다. 중간선거가 지금까지 얼마나 잘해 왔느냐에 대한 투표라면, 대선은 앞으로도 얼마나 잘할 것인가에 대한 투표이다. 그러다 보니 대선 게임에는 거의 예외 없이 외교적 성과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관점이 있다. 소위 ‘소환 권력’으로 알려진 하원의 힘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일일이 점검하고 확인하는 임무를 가진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향후 북·미 협상 과정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또한 이에 따르게 된다면,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의회의 불만은 상당 부분 수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좋아해서 북·미간 협상을 전개한 것도 아니고,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한반도의 평화를 더 간절히 바라서 북한과의 외교적 담판을 선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필요 때문에 움직이는 동물이다.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호(號)가 만에 하나라도 북한 문제 접근에서 과거로 회귀하지 않도록 한국의 중재 외교 버전 2.0이 긴요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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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