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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하라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심리지리학자인 콜린 엘러드라는 사람의 최근 저서다. 공간의 배치와 구조, 미학이 인간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흥미롭게 논증했다. 이 책을 정치적 관점에서 읽다 보면 “사람이 공간 때문에 고통받고 억압받는 일도 정치가 해결해야 할 민생 문제”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예를 들어 인간을 압도적으로 짓누르는 듯한 청와대 건축물 같은 문제 말이다.
 
여의도 국회는 어떨까. 이 경우는 건축물의 압도성보다 모든 의정(議政)을 서울 한 곳에서만 수행하려는 공간 독점 때문에 문제가 된다. 지난주 금요일 1만1103명의 동의를 얻어 마감된 ‘국회 분원(分院)을 세종시에 설치해 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은 국회를 서울 중심주의에서 해방시키자는 정신이 담겼다. 사흘 만에 청원인 70만 명을 넘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처럼 뜨거운 이슈는 아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군불처럼 서서히 달아올랐다. 범상히 넘길 주제가 아니다. 다음은 청원 요지.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대부분 세종시에 있으나 국회는 서울 여의도에 있다. 국정감사나 상임위 등이 열리면 수천 명의 세종 공무원이 국회에 출장 가며 엄청난 행정 비효율을 낳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해소하려면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하나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다. 대신 국회 분원 설치는 국회의원 표결로 가능하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대선주자들이 모두 국회 분원 설치에 동의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오늘 당장 국회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소위 같은 곳에 가보면 10~20명 여야 의원이 널찍하고 쾌적한 회의실을 귀족처럼 사용하면서 저쪽 한구석 좁아터진 공간에 행정부 장차관, 국과장, 실무자들이 모여 있는 양계장 같은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 간 비틀리고 일그러진 권력관계의 단면이다. 위력과 호통으로 행정부를 제압하는 척하는 국회나 굽신대는 척하면서 빠져나오기에 급급한 정부의 모습에서 납세자는 껍데기, 추상명사로 전락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정부 세종청사엔 18개 부처 중 12개가 내려가 있다. 이들의 연간 국회 출장비용이 5000만~5억원(2017년 11월 21일, ‘국회 분원설치 타당성 연구’ 중간보고)에 이른다는 수치는 진실을 드러내기에 미흡하다. 진짜 무서운 진실은 정책의 품질이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정책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세종시엔 재경부, 교육부, 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세금을 엄청 써대는 경제·민생 부처가 집중돼 있는데 허구한 날 장차관이 서울에 올라가 있고 세종 청사엔 비전과 상상력을 제한받을 수밖에 없는 직책들이 긴밀한 콘트롤타워 없이 따로 놀고 있다. 겉만 번드레하고 치밀한 재정 추계 없는 속 빈 정책들이 남발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청와대와 국회는 수도에 있어야만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2004년 결정, 경제·민생 부처만이라도 세종시로 이사 가야 한다는 2014년 입법이 한국의 공간 구조를 엉망으로 헝클어 놨다. 인간을 고통과 억압으로 내모는 기형적이고 비민주적이며 혼란스러운 공간 문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심화되고 있다. 이쯤에서 멈춰 세워야 한다. 당장 추진할 건 국민청원대로 세종시에 제2국회 청사를 세우는 일이다. 의원들이 서울에서 군림하지 않고 대거 세종시에 내려가 의정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청와대와 국회를 싹 세종시로 옮겨 명실상부하게 행정수도를 만들고 서울은 뉴욕처럼 경제·문화 수도로 재탄생시키는 일대 국가 발전전략을 새로 짜는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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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