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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태극기 부대’ 품으면 약 될까 독 될까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덕수궁 앞에서 열린 태극기시민혁명운동본부 주최 태극기 혁명 국민 대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덕수궁 앞에서 열린 태극기시민혁명운동본부 주최 태극기 혁명 국민 대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태극기 부대’는 자유한국당에 약일까, 독일까.
 
태극기 부대는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위를 주도하는 장외 그룹을 통칭하는 말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당에서 ‘태극기 부대’는 금기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국당에서 태극기 부대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사람은 지난 9일 조강특위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다. 그는 지난달 22일 한 인터뷰에서 “태극기 부대를 극우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라며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고 직전 대통령이 구속돼 추락한 국격을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또 “그분들 빼고, 뭐 빼고 하면 (보수 통합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태극기 부대와 함께 했던 당내 인사들은 더욱 적극적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달 2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태극기는 대한민국 보수의 주류고 뼈대”라며 “바른미래당이 들어오는 건 좋은데 태극기를 빼라는 건 망언”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에 찬성한 나경원 의원도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 감옥에 가실 정도의 잘못을 하셨느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태극기 부대에 대한 한국당의 인식이 바뀌는 이유는 지지부진한 당 지지율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하락세가 두드러지지만 한국당은 전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일각에선 태극기 부대를 흡수하는 게 ‘약(藥)’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박계의 한 중진의원은 “태극기 부대는 한국당에 실망해 떠난 ‘집토끼’”라며 “집토끼를 잡지 못하고 중도층을 잡는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태극기 부대에 동의하지 않아도 보수통합을 위해선 당내 세력으로 포섭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시선도 있다.
 
탄핵에 찬성했던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영국 보수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건 영국독립당(UKIP)의 목소리를 대거 흡수하며 보수 단일대오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태극기 부대도 별개 세력으로 놔두기보다는 당내 마이너 세력으로 활동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비대위와 복당파 등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히 강하다. 태극기 부대 영입이 일시적 효과는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독(毒)’이 된다는 판단이다.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되기 어려운 데다 간신히 봉합된 친박-비박 간 내전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7일 부산 강연에서 “태극기 부대, 바른미래당, 한국당은 생각이 달라 한 그릇에 넣으면 싸우고 쪼개지고 또 싸운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태극기 부대 수용에 대해 “그런 극단적인 사고와 주장은 배척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태극기 부대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태극기 부대와 손을 잡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돌아가겠느냐”며 “지금도 친박계가 탄핵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는데, 몇 만 명이나 되는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 안에서 목소리를 높인다면 지난 1·2차 탈당 때 돌아가는 것보다 나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태극기 부대의 한국당행이 이뤄지면 반사이익을 보는 것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라는 분석도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17일 “한국당은 태극기 부대까지 통합대상이라며 오직 수구세력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 있다”고 비판했다. 엄태섭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바른미래당 중심의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추구하는 손 대표로서는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와 가까워질수록 차별화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이를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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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