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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시원 1080곳, 스프링클러 없거나 있어도 먹통”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11일 한 시민이 추모 꽃과 음료수 등이 올려진 테이블을 향해 절하고 있다. 이날 희생자 중 5명의 장례가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치러졌다. [장진영 기자]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11일 한 시민이 추모 꽃과 음료수 등이 올려진 테이블을 향해 절하고 있다. 이날 희생자 중 5명의 장례가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치러졌다. [장진영 기자]

지난 9일 서울 종로의 한 고시원. 4층 입구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소화기 10여대가 방치되다시피 놓여있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방마다 소화기 설치’라고 홍보하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겨우 누울만한 3.3㎡(1평) 남짓한 공간에는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거주자들이 놓은 전기장판과 전기난로가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종로 고시원 화재로 7명이 사망한 가운데, 인근 고시원 역시 노후한 곳이 많아 화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불이 난 국일고시원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소방안전관리자도 없어 화재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피해가 컸다. 취재진이 둘러본 인근 고시원 역시 비슷한 처지였다.
 
익명을 원한 인근 고시원 거주자는 “일대 고시원에는 장년층 일용직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라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는 것만 해도 빠듯해, 화재 대비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한다”며 “내가 사는 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있지만 ‘너무 오래돼서 작동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산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는 2009년 7월 이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고시원이 1300여곳에 이른다. 이중 221개 고시원에 서울시가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했으나 1080곳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전 건물에 대해선 스프링클러 설치를 소급 적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는 일반 스프링클러 설치에 비해 공기가 짧고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다”며 “비슷한 화재가 반복되어 온 만큼 관련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안전관리자 지정도 스프링클러처럼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92년 관련법 개정으로 연면적 600㎡ 이상 복합건축물에 소방안전관리자를 의무 선임하도록 했지만 노후 고시원들은 대부분 이같은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화재가 난 국일고시원은 연면적이 614㎡지만, 1983년 사용승인을 받았다.
 
한편 전담 수사팀을 구성한 경찰은 증거물과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화재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10일 현장감식을 진행했고 발화 지점으로 추정하는 장소에서 수거한 전기난로와 콘센트, 주변 가연물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넘긴 상태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3주 내에 나올 예정이다.
 
서울시도 관내 고시원 5840곳과 노후 주택 및 소규모 건축물(연면적 2000㎡ 미만) 1675곳을 점검한다. 점검반은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유무 ▶비상구·피난경로 장애물 적치 여부 ▶피난 안내도 부착여부 ▶건축물의 기둥·보 등 주요 구조부 균열·변형 등에 중점을 맞춰 건축물의 상태와 구조적 안전성을 점검한다. 점검 결과 위험 요인이 발견되면 보수·보강 요구 등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행정 조처를 할 계획이다.  
 
홍지유·임선영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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