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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온 킹 “네가 누구인지 기억하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라이온 킹’. 정글의 왕 무파사(오른쪽)가 동생 스카와 대결하는 장면이다. 동물 가면과 배우의 얼굴을 동시에 드러냄으로써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사진 디즈니]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라이온 킹’. 정글의 왕 무파사(오른쪽)가 동생 스카와 대결하는 장면이다. 동물 가면과 배우의 얼굴을 동시에 드러냄으로써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사진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 내한 공연이 막을 올렸다. 지난 7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시작해 내년 1월 9일부터 3월 28일까지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4월에는 부산 드림시어터 무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2006년 일본 극단 시키의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 이후 12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 무대다. 이번엔 브로드웨이 버전을 영어 대사 그대로 선보인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세계 20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된 디즈니의 대표 흥행작이다. 전세계에서 이 뮤지컬을 본 관객만 9500만명이 넘는다. 한국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연일 2000여석 계명아트센터 객석을 가득 채운 대구 관객들은 “철학을 담아낸 우화”라며 탄성을 터뜨렸다.
 
‘라이온 킹’이 20년 넘게 생명력을 이어온 비결은 무엇일까. 공연 개막에 맞춰 방한한  ‘라이온 킹’의 작곡가 레보 엠(54)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라이온 킹’의 성공 공식”이라고 말했다. 주인공 ‘심바’ 역의 캘빈 그랜들링,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 역의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일레, 형 무파사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는 악역 ‘스카’역의 안토니 로런스,  암사자 ‘날라’ 역 조슬린 시옌티 등 네 명의 주연배우가 꼽은 명장면 속에서 그 메시지를 찾아봤다.
 
 
심바 “인생에서 길을 잃었을 때…”
 
‘라이온 킹’ 배우들. 왼쪽부터 안토니 로런스(스카)·캘빈 그랜들링(심바)·조슬린 시옌티(날라)·음토코 지시 엠케이 카니일레(무파사). [사진 클립서비스]

‘라이온 킹’ 배우들. 왼쪽부터 안토니 로런스(스카)·캘빈 그랜들링(심바)·조슬린 시옌티(날라)·음토코 지시 엠케이 카니일레(무파사). [사진 클립서비스]

‘라이온 킹’은 심바의 성장 스토리이기도 하다. 아기 사자로 태어나 어린 왕자와 추방된 도망자를 거쳐 마침내 왕이 된다. 뮤지컬 속에서 심바는 세 종류의 퍼펫과 아역 배우, 성인 배우가 연기한다.
 
성인 심바 역의 캘빈 그랜들링(31)은 남아프리카공화공 출신으로 ‘라이온 킹’의 영국·독일·대만·남아공 공연에서도 심바 역을 맡았던 베테랑 배우다. 그는 “‘그가 네 안에 살아있다(He lives in You)’는 넘버가 나오는 장면에서 스스로 감동 받으며 연기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실수로 아버지를 잃고 왕국에서 도망쳐 나와 살고 있을 때였다. 개코원숭이 라피키가 방황하는 심바를 보며 “네가 누구인지 기억하라”면서 “물 속에 비친 네 모습 속에 그(아버지)는 살아있네”라고 노래한다. 그랜들링은 “인생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항상 그 답은 내가 살면서 배운 것, 특히 가족에게 배운 것 속에 있었다. 심바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 속에 있는 아버지의 모습,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무파사 “아버지와 아들이 교감하는 순간”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는 ‘라이온 킹’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오리지널 연출가 줄리 테이머(66)가 가장 먼저 디자인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무파사는 강하고 무서우면서도 인정이 많고 대쪽같은 성격을 가졌다. 무파사의 의상과 분장은 전통 마사이 전사에서 따왔다. 가면을 머리 위에 왕관처럼 얹은 채 등장할 때부터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무파사 역의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일레(28)는 “여덟 살 심바에게 ‘넌 미래의 왕’이라며 인생의 가르침을 전해주는 순간이 내겐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꼽았다. 그는 “심바와 제대로 교감했다고 느끼는 날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이 장면에서 무파사는 “언젠가 나의 시간이 가고 심바 너의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왕은 하고 싶은 것 그 이상의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바는 훗날 무파사의 이 가르침을 떠올리며 왕의 숙명과 책임감을 깨닫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스카 “다 이룬 것 같은데도…”
 
스카는 ‘라이온 킹’의 대표적인 악역이다. 형 무파사를 죽이고 조카 심바를 내쫓은 뒤 왕좌를 차지한다. 스카의 비뚤어진 심리는 분장에서도 드러난다. 눈썹 한쪽은 올리고 다른 한쪽은 내려 얼굴을 비틀어놨다. 일본 사무라이 복장에서 실루엣을 따온 의상도 골격이 드러나는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 불안정한 스카의 본성을 표현했다.
 
스카 역의 안토니 로런스(29)는 “2막 첫 장면, 스카가 처음으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스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왕이 됐지만 행복하지 않다. “삶의 절정에 서 있건만 깊은 공허에 시달린다”고 고백한다. 집사 역할을 하는 코뿔새 자주에게 “내가 형 무파사보다 못한 점이 뭐냐”고 물으며 비교와 열등감의 굴레에 빠져들기도 한다. 관객들이 악역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되는 놀라운 순간이다.
 
 
날라 “순환하는 생명의 신비”
 
심바의 친구로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날라는 훗날 심바의 용기를 북돋우는 강인한 암사자로 자란다. 날라 역의 조슬린 시옌티(28)는 “생명의 순환이 완성되는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제자리를 찾은 아프리카 정글에서 동물들은 “삶은 돌고 돌 것이니 그것은 생명의 순환”이라며 “절망과 희망, 믿음과 사랑 등 그 모든 것 속에서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라고 노래한다.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은  ‘라이온 킹’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이자 대표 넘버의 제목이기도 하다. “모든 생명은 균형을 이루면서 공존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무파사에게 어린 심바가 “하지만 우린 영양을 잡아먹지 않냐”라고 물었을 때도 답은 ‘생명의 순환’이었다. “우리가 죽으면 풀이 되고, 영양들은 그 풀을 먹는다”면서 “모든 것은 돌고 돈다”고 했다.
 
대구=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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