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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논설위원이 간다] “물고기 낚는 법 가르치기 전에 물고기 원하는지 살펴야”

설립 102년 된 중대부속유치원 가보니
중대부속유치원에서 만5세 아이들이 짝을 맺은 동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우상조 기자]

중대부속유치원에서 만5세 아이들이 짝을 맺은 동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유치원 원아 모집 시즌이다. 우선선발에 이어 21일부터 일반모집이 시작된다. 그런데 유아를 둔 학부모들 마음이 설레기는커녕 어수선한 모습이다. 곳곳에서 유치원 휴·폐원 얘기가 나도는 등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 파문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아서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에서 아이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지 여간 걱정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아동발달학자들은 유아기가 한 인생을 결정짓게 하는 시기라고 규정한다. 그만큼 이 시기의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자칫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로 인해 유아교육이 소홀히 다뤄지거나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우리 유아교육의 현주소를 짚어보기 위해 설립 102년이 된 중대부속유치원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중대부속유치원의 전신인 ‘중앙유치원’이 문을 연 때는 일제 강점기인 1916년 9월이다. 독립운동가 박희도 선생 등이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2세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세운 ‘조선인에 의한 조선인을 위한’ 최초의 유치원이다. 창학 정신이 ‘취미 있는 방법, 쉬운 교육과정, 부드러운 사랑’이다. 놀이시간인 ‘유희시간’도 있었다. 중대부속유치원 지성애 원장은 “100년 전에 이미 아동 중심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교육을 실천했다”며 “이를 계승해 유아의 관심과 흥미에서 발현되는 놀이를 통한 교육을 하며 유아 중심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일 단아한 2층 건물의 중대부속유치원에 들어서자 각 교실에서 쏟아지는 아이들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웠다. 만3세에서 만5세까지 6개 학급 150명의 유아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게 실감 났다. 이날 연령별 교실과 유희실, 목공놀이실 등을 돌아보며 느낀 교육프로그램(교육과정)의 특성은 크게 ‘통합’ ‘몸으로 노는 신체활동’ ‘유아 중심의 자율성’ ‘개별화’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을 듯싶다.
 
만4세 빨강반 교실에서 이뤄진 ‘도란도란 형님동생 우애남매 활동’ 수업. 이웃 만5세 보라반 형·언니들이 건너와 동생들과 짝을 이뤄 책을 읽어주는 통합 수업이다.
 
신상아 교사가 묻는다. “우애가 뭐죠?” 아이들 대답이 쏟아진다. “사이 좋은 거예요.” “같이 뭐도 많이 하고 함께 하는 거요.” 형·동생이 짝을 이루자 서로에게 바라는 걸 묻는다. “형이 책을 천천히 읽어 줬으면 좋겠어요.” “동생이 너무 어려운 책을 안 골랐으면 좋겠어요.”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신 교사는 “배려와 책임감을 배우고 관계 형성과 사회적 친밀감을 느끼게 하려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수업 시간에 노래를 부르며 공놀이하는 모습. [우상조 기자]

음악수업 시간에 노래를 부르며 공놀이하는 모습. [우상조 기자]

만3세 연두반 교실에서 진행된 ‘새 노래 부르기’ 수업은 프로그램의 통합이다. 정현선 교사가 피아노를 치며 ‘공놀이’란 노래를 아이들과 함께 부른다. 이어 정 교사가 아이들 사이에 앉아 실제 공을 갖고 놀면서 노래를 한다. 공 무늬 모자를 쓴 아이들이 공 역할을 하며 노래에 맞춰 뜀을 뛰기도 한다. ‘노래에 맞춰 몸으로 하는 활동 수업’이 된 셈이다. 정 교사는 “연초에 짠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 반응을 봐가면서 탄력적으로 프로그램을 추가하거나 통합한다”고 말했다.
 
유희실에서 신체활동 수업을 하는 모습. [우상조 기자]

유희실에서 신체활동 수업을 하는 모습. [우상조 기자]

‘몸으로 하는 활동’은 유아교육 특성상 특히 강조되는 영역이다. 중대부속유치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체활동’ ‘바깥놀이’ ‘목공놀이’를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해 놓고 있다. 신체활동 수업이 이뤄지는 곳은 ‘유희실’. 만3세 노랑반 아이들 수업이 한창이다. 순서대로 매트 위에서 구르고, 평균대 위를 걷고, 말 모양 공을 타고 노느라 시끌벅적하다.
 
바깥놀이 공간은 유치원 마당에 조성된 놀이터다. 아이들에게 적합한 놀이기구, 모래놀이, 물놀이 영역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우수 어린이 놀이시설’이다. 이날은 미세먼지가 심해 아이들이 바깥놀이 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날씨와 관계없이 실내 전용공간에서 진행되는 목공놀이 수업은 근육을 사용하는 신체활동이면서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수업이다. 목공놀이 전담 김정훈 연구교사는 “손을 쓰면서 공간 지각 능력을 키우고 함께 작업을 하면서 협동심과 배려심을 배우게 하려는 게 수업 목표”라고 말했다.
 
유아의 자율성과 개별화를 강조하는 교육프로그램도 눈에 띄었다. ‘이야기 나누기’ ‘자유선택활동’이 그런 경우다. 이야기 나누기는 유아 스스로 관심과 흥미가 있는 주제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교사와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 결정하는 활동이다. 자율선택활동은 일정 시간 교실 곳곳에 마련된 영역별 공간에서 유아 혼자 스스로 선택한 내용과 수준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유치원 교육과정 운영을 총괄하는 조유진 원감은 “자기 의견을 활발히 표현해 인정을 받고 자기 수준에 맞는 교구를 스스로 선택해 노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과 자기 결정 능력을 키워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중대부속유치원은 지난 9월 서울시가 선정한 ‘학부모안심유치원’, 2015년 교육부가 선정한 ‘전국 50대 교육과정 우수 유치원’이다. 이를 이끌어낸 지성애 원장에게 유아교육에 대해 더 물었다. 그는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다.
 
유아교육이 왜 중요한가.
“유아기는 전인발달의 기초를 확립하는 시기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잖은가. 어느 시기보다 유아기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시대에 따라 교육내용이 달라질 순 있지만 유아교육에서만큼은 ‘유아를 중심으로, 유아가 행복한 교육’을 우선으로 한다는 게 변치 않는 원칙이다.”
 
바람직한 유아교육의 방향은.
“유아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을 찾아가게 해야 한다. 흔히 ‘물고기를 낚아주는 게 아니라 낚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하는데 유아가 물고기를 원하는지 살피는 게 먼저다. 유아가 원하는 게 물고기라는 걸 깨닫고 잘 낚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유아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교육방법을 지향하나.
“유아가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즐겁고 의미 있는 놀이다. 신나게 ‘놀이’를 하면서 생긴 다양한 궁금증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개념과 정보, 지식을 ‘배워나가게’ 된다. 또 유아의 자율적인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면서 또래 간 관계 교육을 중요시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배려하는 인성을 갖춘 행복한 어린이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에 대한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유아교육에 30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깝다”는 대답이 먼저 나왔다. 이어 지 원장은 “유아교육의 위기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유치원은 유아 중심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투명한 운영을 하고, 교육 당국은 지원과 점검 시스템을 더 다듬고, 학부모는 신뢰를 가지고 유치원을 평가함으로써 바람직한 유치원 운영 시스템이 정착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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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