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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의 퍼스펙티브] 세계 인구 변화 알면 절호의 기회 낚아챌 수 있다

인구로 보는 세계
인구는 시장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인구의 양과 질이 바뀌면 시장도 당연히 바뀌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인구 변동에 대해서는 참 많이 들어왔다. 그럼 전 세계의 인구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수많은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개인도 세계의 주요 인구 변동에 대해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성장 중인 세계 인구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전 세계 인구는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지구에는 약 77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세계 인구는 1999년 60억 명이 되었고, 12년 만인 2011년 70억 명이 되었다. 현재 1초에 약 4명의 아이가 탄생하고 있으니 인구 증가가 얼마나 빠른지 상상이 안 될 정도다.
 
빠른 인구 증가는 전 지구적 걱정거리가 되었다. 인구는 말 그대로 입이니, 입에는 먹거리가 필요하다.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자연과 자원이 활용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분쟁이 발생한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첩보 영화들의 단골 소재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설국열차’, ‘킹스맨’, ‘007시리즈’, ‘인페르노’ 등의 영화를 보면 광기를 지닌 천재가 등장하고 대규모 인명 살상을 도모한다. 주인공은 그것을 막아선다. 하지만 광기 어린 천재의 선택은 사실 지구 멸망보다는 지구 보전일 수도 있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 인구밀도가 끊임없이 높아지는 돌이킬 수 없을 상황이 오기 전에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여 후손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숭고한 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야 당연히 광기 어린 천재는 절대 악(惡)이고 주인공은 절대 선(善)이지만 현재의 지구를 살리는지 미래의 지구를 살리는지에 대해 고민한다면 과연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일까?
 
급성장하는 세계 인구는 영화의 주제만이 아니다. 시장의 성장도 의미한다. 당장 1초에 4명씩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들이 반드시 받아야 할 예방접종부터 시작해 신생아 검진에 필요한 의약품, 어머니의 건강을 추스르는 데 필요한 물건이나 약품 등의 시장은 줄어들 겨를이 없다. 동시에 너무 많다고 여겨지는 출생아 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될 테니 피임 관련 시장도 불황을 모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청년 인구가 줄고 있고 저출산 현상도 심화하고 있어 피임 혹은 출산 관련 시장은 존재 자체가 어려워질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예컨대 경구용 피임약을 만드는 제약사가 하나도 없을 정도다. 지금보다도 더 커질 게 분명한 세계의 피임 및 출산 관련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돌파구를 찾을 수는 없을까?
 
 
주인이 바뀌는 미국 
미국은 매우 다양한 인종 혹은 문화집단(ethnicity)이 함께 사는 나라다.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백인·흑인·아시안·원주민만이 아니라 중남미계를 칭하는 히스패닉도 있다. 이처럼 인종 혹은 문화 집단이 다양하다 보니 이들을 구분하는 방법도 복잡하다. 그래도 편의상 나누어 보면 미국인은 크게 백인·흑인·히스패닉·아시안으로 구분된다.
 
한 나라에 주인이 있을 수 없겠지만, 숫자도 가장 많고 여러 측면에서 주(主)가 되는 인종은 존재한다. 미국에서 주가 되는 인종은 누구일까? 대부분의 독자께서는 백인을 생각하셨을 것이고, 맞는 답이다.
 
미국 인구통계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는 약 3억 2600만 명이 살고 있고, 백인 62%, 흑인 12%, 아시아계 5%, 그리고 히스패닉 17%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현재 미국의 주인이 누구냐고 한다면 백인이라고 답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인종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히스패닉 인구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2010년 히스패닉은 약 15% 정도였다. 7년간 2%포인트의 변화는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되지만, 워낙 미국의 인구가 크기 때문에 절대 수로 보면 변화가 적지 않다. 2010년 약 5000만 명이던 히스패닉은 2017년 약 5900만 명으로 커졌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의 주된 생산자이며 소비자로 성장할 20대 히스패닉 인구가 2010년 약 860만 명에서 2017년 1450만 명으로 많이 증가했다. 앞으로 젊은 히스패닉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미국 인구통계국은 2045년이 되면 미국의 절대다수는 더는 백인이 아니고 소수 인종이 절반을 넘게 될 것인데, 당연히 그 중심에 히스패닉이 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주인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인구로 보나 구매력으로 보나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힙’한 시장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고민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인구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젊다. 매년 350만 명이 태어난다. 구매력 지수로 본 1인당 국민소득은 6만 달러를 넘는다. 우리나라는 3만8000달러이다. 게다가 기업을 경영하기에 매우 투명한 제도와 행정 환경을 갖추고 있다.
 
만일 이런 시장이 매우 안정적이면 (IT산업과 같이 기존에 없던 종목이라면 모를까) 이미 존재하는 유통·제조·서비스·레저 등의 분야에 새로운 기업이 혜성같이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만일 그 시장에 지각 변동이 발생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인구 발(發) 시장의 지각 변동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내수와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탄탄한 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 기업이 한 번 해볼 만한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변화하는 인종 구성에 맞추겠다는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한 번 공략해 보면 어떨까?
 
 
신인류가 등장한 중국 
전 세계 인구를 거론하면서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중국에는 14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워낙 인도의 인구 증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곧 인도가 중국의 아성(牙城)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래도 인구 대국으로서의 중국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인구는 단순히 크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최근 중국의 인구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매우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중국의 인구 특성은 이러했다. 인구가 너무 빨리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1자녀 운동을 했고, 농촌에 살고 있던 수많은 젊은이는 중국 개방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기회를 찾아 도시로 이주했다. 교육 수준이 낮은 젊은이들이 넘쳐나면서 중국 정부는 전 세계 제조업을 중국으로 유치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의 수많은 공장도 이전했다. 많은 사람이 중국 인구는 이처럼 언제나 젊고 낮은 비용으로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인구는 이것들과 크게 달라지고 있고 앞으로 변화의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몇 년 전 중국 정부는 30년 넘게 지속하여 온 1자녀 운동을 폐지했다. 출산 정책 변화가 정말로 인구를 바꾸어 놓았을까? 1자녀 운동이 한창이던 2000년대 매년 약 1600만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었다. 1자녀 운동을 폐지한 직후인 2016년 출산아 수가 1790만 명으로 증가했으니 앞으로 중국의 인구 증가의 속도가 다시 빨라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미 2017년 출산아 수는 다시 1720만 수준으로 줄었고, 앞으로도 줄어들 전망이다. 아이를 낳는 주된 연령대의 여성의 수가 이미 매년 줄어든 것이 한 요소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원인은 바로 청년들의 교육 수준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 청년들이 바로 1자녀 운동으로 태어나 부모들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고 자란 이른바 ‘바링허우(八零後)’ 세대다.
 
얼마 전 영국인 저널리스트 알렉 애쉬는 저서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Young Lives in New China)에서 바링허우는 높은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서구의 젊은이들과 다름없는 삶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물론 1자녀 운동 이후 태어난 모든 청년을 바링허우라 볼 수 없지만, 이들의 경제력과 정치력은 앞으로의 중국을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 온 중국과는 질적으로 다른 나라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
 
10~15년 전 중국에 진출했던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최근 철수하거나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사드(THAAD) 국면’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만은 볼 수 없지만, 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인구, 특히 신인류인 바링허우들이 중국의 시장을 질적으로 바꾸어 놓은 것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에서 철수하면 그만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생산기지로 여기던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중국을 철저히 시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바링허우를 필두로 중국의 소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도시의 소득과 소비는 우리나라도 넘어섰다.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우리가 중국보다 ‘잘사는 때’는 불과 몇십 년 되지 않는다. 우리보다 잘사는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간과하는 기업에 기회는 없을 것이다.
 
 
유럽을 바꾸는 중동 인구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또 다른 인구 현상은 중동 인구, 특히 젊은 인구의 급성장이다. 중동은 종교적인 이유로 다산을 권장해왔다. 그러다 보니 청년 인구가 중동 지역에서 소화해 내기 불가능할 정도로 커졌고, 인구 압박은 이주를 촉발했다. 이들은 주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고령화로 일할 젊은이가 필요한 유럽으로 이주 중이다. 유럽은 머지않아 이들이 만들어 내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게 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시장의 질적인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우리가 얼마만큼 중동 인구를 알고 있는지 한 번 확인이 필요하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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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