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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의원과 배우 주윤발, 교황 프란치스코

기자
강정영 사진 강정영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12)
국정감사는 민생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를 경청하고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바로 잡는 자리지만 본연의 취지를 망각한 채 뭔가 억지로 한 건 하려는 듯 튀는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 10월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정감사.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국정감사는 민생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를 경청하고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바로 잡는 자리지만 본연의 취지를 망각한 채 뭔가 억지로 한 건 하려는 듯 튀는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 10월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정감사.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얼마 전 국정감사가 뜨겁게 진행된 바 있다. 외국 대통령도 만나기 어렵다는 대기업 총수, 세종시에서 먼 길을 달려온 공무원, 그리고 공기업 사장이 불려 나와 복도를 서성이며 대기한다. 차례가 돼 국감장에 들어가면 일부 국회의원은 시답잖은 질문 몇 개 던지고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친다.
 
민생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를 경청하고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바로 잡으려 애쓰는 국회의원도 많다. 그러나 몇몇은 국감 본연의 취지를 망각한 채 뭔가 억지로 한 건 하려는 듯 튀는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정부나 관련 공기업 관계자에게 도를 넘는 갑질을 하는 것은 보기 흉하다. 피감자는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복도를 서성이면서 기다리다 하루를 허비하는 것이 다반사다. 본질적인 문제나 제도 개선은 제쳐두고 변죽만 울리면서 고성만 오가는 국감이라면 왜 해야 하는지 그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모습과는 달리 어느 나라에서나 어두운 곳에 불을 밝히고 사회적인 약자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행동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권력을 이용해 큰소리를 치고 남의 이목을 끌기 위해 무리한 짓을 하는 이른바 힘센 자가 아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1세
바티칸 시국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프란치스코. 전통적으로 교황은 유럽 출신이 선임되어 왔지만 예상을 깨고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출신인 그가 교황으로 선출됐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바티칸 시국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프란치스코. 전통적으로 교황은 유럽 출신이 선임되어 왔지만 예상을 깨고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출신인 그가 교황으로 선출됐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98년 2월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교구인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 대주교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신부가 교황으로 임명된다. 그의 부모는 이탈리아 이민자로 총명한 그가 의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바람에 실망했다고. 그는 교구장을 위한 넉넉한 관사를 마다하고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손수 밥을 지어 먹었다. 운전사가 딸린 차 대신 대중교통을 즐겨 이용하면서 서민과 애환을 함께 한다.
 
15년 동안 극빈층이 사는 슬럼가를 버스를 타고 찾아갔다. 한계선상의 소외된 빈민들을 위로하고 임시로 마련된 천막에서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그곳 4만5000명의 빈민 대부분이 그의 사진을 걸어두고 살아있는 예수로 추앙했다고 한다. 그는 일찍이 예수회 소속 신부가 되면서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당한 자를 위해 사는 것을 소명으로 삼았다. 세례명은 청빈의 상징인 성자 아시시 프란시스코를 본 따 지었다.
 
그는 2013년 3월 베네딕토 16세 후임 교황 선출을 위해 아르헨티나 추기경 자격으로 바티칸에 온다. ‘문을 잠근 방’을 뜻하는 콘크라베 교황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 새 교황이 선출되면 바티칸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로 그 사실을 알린다.
 
전통적으로 교황은 유럽 출신이 선임됐다. 예상을 깨고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출신인 그가 교황으로 선출됐다. 생각지도 않은 선임에 당황한 그는 “지구 반대편 저 끝에 있는 사람을 찾아내 무거운 소명을 맡게 한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는 교황을 상징하던 금색으로 치장된 구두 대신 평범한 흰색 신발을 신고, 리무진 대신 티코처럼 작은 차를 탔다. 그를 보려고 다가오는 신자들과 스스럼없이 손을 잡아주며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 신변 보호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한없이 낮은 데로 임하면서 고통받고 소외당하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전념하면서 욕망으로 가득 찬 세상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분단으로 고통받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그가 역할을 하실 것으로 믿는다.


영화 ‘영웅본색’의 주윤발
홍콩배우 주윤발은 최근 8000억원이 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를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사진은 영화 '영웅본색'의 한 장면. [중앙포토]

홍콩배우 주윤발은 최근 8000억원이 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를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사진은 영화 '영웅본색'의 한 장면. [중앙포토]

 
얼마 전 영화 ‘영웅본색’의 홍콩 배우 주윤발이 8000억원이 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를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마침 중국의 유명 여배우 판빙빙이 탈세를 하고 잠적, 오랫동안 행방이 묘연하다는 보도와 맞물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1955년 농촌에서 태어났다. 아내 자스민 탠은 싱가포르의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고 한다. 주위에서 아기를 유산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부부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돈은 내 것이 아니고, 잠시 내가 보관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그의 돈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한 달 용돈이 12만원이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하나의 핸드폰을 17년간 사용했다. 얼마 전 홍콩이 태풍으로 물난리가 났을 때 거리의 쓰레기를 열심히 치우는 사람이 바로 주윤발이었다고 한다. 길거리 음식을 부부가 즐겨 먹고, 조깅과 등산을 좋아하며 할인매장에서 옷을 사면서 내 몸에 맞는 옷이 제일 좋은 옷이라고 말한다.
 
그는 매우 겸손하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한다. 독실한 불교 신자로 폭력을 매우 싫어해 톰 행크스와 같이 코미디나 멜로드라마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배우이기 때문에 터프가이 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어려운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소박하게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라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진정한 마음의 부자들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은 목소리가 크지 않고 낮은 자세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동한다. [사진 pixabay]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은 목소리가 크지 않고 낮은 자세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동한다. [사진 pixabay]

 
교황처럼 소외된 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아무나 할 수는 없다. 주윤발처럼 대단한 자선을 베풀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진정한 마음의 부자임이 틀림없다. 국회의원에게 그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경청할 줄 알고 겸손하게 처신하는 것이 기본적인 덕목이다. 일부이기는 하나 고성을 질러대고 삿대질을 하는 교만한 국회의원은 보기에도 좋지 않다.
 
많은 사람이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남을 비판하기는 쉽다. 국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취준생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가.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은 목소리가 크지 않고 낮은 자세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동한다.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aventam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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