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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왕실 궁전에서 맛보는 ‘왕의 밥상’

서현정의 월드 베스트 호텔 & 레스토랑   
인도 자이푸르 럭셔리 호텔,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의 메인 레스토랑인 수바르나 마할. [사진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

인도 자이푸르 럭셔리 호텔,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의 메인 레스토랑인 수바르나 마할. [사진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

  인도 수도 뉴델리(New Delhi)에서 남서쪽으로 약 266㎞ 떨어진 자이푸르(Jaipur)는 마하라자(최고 통치자라는 뜻) 사와이 자이 싱 2세(Jai Singh II·1699∼1744)가 1728년 세운 도시다. 싱 왕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자이푸르에는 왕이 살았던 궁전을 개조한 호텔이 있다.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Taj Rambagh Palace Hotel·이하 람바그 팰리스). 궁전 같은 호텔이 아니라 말 그대로 궁전이었던 호텔 건물로 1835년 지어졌다. 1957년 인도 최대 그룹 ‘타타’의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 브랜드 ‘타지(Taj)’가 궁전을 인수하기 전까지 싱 왕족이 머물렀다.
자이푸르의 보석으로 불리는 람바그 팰리스. [사진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

자이푸르의 보석으로 불리는 람바그 팰리스. [사진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

 호텔로 바뀌었다지만, 람바그 팰리스는 궁전의 위엄이 그대로 살아 있다. 자이푸르의 힌두 양식과 무굴 제국의 이슬람 양식이 뒤섞인 호텔 건물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아름답고 이국적이다. 거대한 아치형 문에 둥그스름한 지붕이 올라간 건물은 아이보리 색으로 빛난다. 건물 앞 드넓은 정원에는 공작새도 느릿느릿 걸어 다닌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면 주황색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근사한 콧수염을 기른 직원이 미소로 맞아준다.
힌두와 이슬람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결합돼 있는 람바그 팰리스.  [사진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

힌두와 이슬람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결합돼 있는 람바그 팰리스. [사진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

 이 호텔 안에 특별한 레스토랑이 있다. 메인 레스토랑 수바르나마할(Suvarna Mahal)이다. 영국 찰스 왕세자,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등 수많은 명사가 끊임없는 찬사를 바친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은 과거 왕실 대연회장이었던 만큼 호화롭다. 대리석 기둥이 솟아 있는 복도를 지나면 레스토랑 문 앞에 도착한다.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천장에는 거대한 샹들리에가 달려있다. 벽은 실크 벽지로 장식됐고, 거울과 기둥에는 금장 테두리가 둘렸다. 모든 장식과 소품이 싱 왕조의 영화로웠던 시절을 짐작하게 한다. 
 유럽 분위기로 꾸며져 있지만, 수바르나마할은 전통 인도 요리 전문점이다. 자이푸르가 속한 라자스탄(Rajasthan)주의 궁중음식을 계승한다. 메뉴가 다양한데, 한 번에 여러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로열 탈리(Royal Thali)’를 추천한다. 탈리는 큰 접시 위에 작은 그릇들을 얹어 여러 가지 음식을 함께 내는 전통 상차림이다. 인도 음식의 색다른 재미와 왕실에서 식사하는 경험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식기도 호화로운 수바르나마할.  [사진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

식기도 호화로운 수바르나마할. [사진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

 일반적인 탈리는 한 접시로 간단하게 식사가 끝난다. 반면에 로열탈리는 전채 요리와 디저트가 별도로 서빙된다. 꼭 서양의 코스요리 같다. 식기도 특별하다. 접시·컵 등 모든 식기가 금을 도금한 은 제품이다. 직원들은 인도식 전통 복장과 양복을 반듯하게 갖춰 입는다. 싱 왕조를 보필하던 시종이 그랬을까. 서비스는 유럽의 어느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역시 맛이다. 인도 요리는 향이 강해 부담스럽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수바르나마할의 인도 요리는 한국인 입맛에 부담스럽지 않다. 외국인 손님을 수없이 치른 식당이라 자연스럽게 보편적인 입맛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갖은 요리가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북인도 전통 상차림, 로열 탈리. [사진 서현정]

갖은 요리가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북인도 전통 상차림, 로열 탈리. [사진 서현정]

 로열 탈리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 납작한 인도식 빵 차파티(Chapati)와 튀긴 빵 푸리(Puri)다. 콩으로 만든 수프 달(Dal)과 인도식 커리에 찍어 먹어도 좋다. 자이푸르는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 세력이 지배한 도시였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로열 탈리의 주식재료는 양고기와 닭고기다. 
 물론 포크와 스푼이 있지만, 인도 사람처럼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도 해볼 만한 경험이다. 인도 사람은 음식을 입에 넣기 전, 손끝에서 이미 음식의 맛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인도산 와인을 곁들여야 럭셔리한 식사가 완성된다. 와인은 프랑스 명품 회사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이 투자한 술라(Sula) 와이너리에서 생산한다. 레스토랑에서 꼭 맛봐야 할 와인은 샹동(Chandon)이라는 샴페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샴페인 모엣샹동(Moet&Chandon)과 기술 제휴로 탄생한 샴페인이다. 크리스털 글라스에 담긴 로제샹동의 분홍색이 화려한 레스토랑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인도 물가가 싸다지만, 이 레스토랑은 예외다. 와인 값을 포함하면 1인 식사비가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모엣샹동과 기술 제휴로 탄생한 인도 샴페인, 샹동. [사진 서현정]

모엣샹동과 기술 제휴로 탄생한 인도 샴페인, 샹동. [사진 서현정]

 자이푸르는 1876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도시의 큰 건물을 선홍색으로 칠했다. 그런 까닭에 ‘핑크도시’라는 로맨틱한 이름도 얻었다. 광대한 타르 사막에 둘러싸인 척박한 지역이지만, 북인도를 대표하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상공업의 중심지였다. 람바그 팰리스는 이 대단한 도시 자이푸르에서도 ‘보석’이라 불리는 자랑거리다. 람바그 팰리스를 만들어낸 것은 우선 라자스탄 왕실로부터 계승된 문화자원의 우수함일 것이다. 여기에 거대 기업 타타의 자본과 기획력이 더해졌다. 
 인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궁전 건물에 대기업의 자본과 기획력이 더해진 람바르 팰리스. [사진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

인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궁전 건물에 대기업의 자본과 기획력이 더해진 람바르 팰리스. [사진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

 인도는 카오스 같은 여행지다. 동시에 인도는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한 문화 강국이자, 세계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경제 대국이다. 인도의 역사와 규모가 집약된 람바그 팰리스 호텔과 수바르나마할을 경험한다면 요지경 같은 인도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다가서게 될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서현정 여행 칼럼니스트 shj@tourmedici.com  
인류학 박사이자 고품격 여행사 ‘뚜르 디 메디치’ 대표. 흥미진진한 호텔과 레스토랑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품격 있는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사가 없어 아예 여행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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