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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탐사] 대한민국 성범죄 처벌은 ‘복불복’

중앙SUNDAY는 성범죄 사건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판단과 법원의 무죄 판결을 집중 분석했다. 경찰이 무혐의 의견을 검찰에 송치하는 비율은 전국 경찰서별로 최대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고, 무죄 판결의 70% 이상은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주된 근거는 피해자답지못한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가해자 처벌 여부가 어떤 경찰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복불복(福不福)’으로 결정된다거나 법원이 성차별적인 ‘피해자다움’을 강조한다는 여성계의 지적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성범죄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은 곧 ‘무고’나 ‘명예훼손’ 맞고소로 이어져 피해자가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는 갈림길이다.
 
본지는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실과 공동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254개 경찰서별 성범죄 사건 송치 의견을 조사했다. 5년간 모두 100건 넘게 성범죄 사건을 처리한 184개 경찰서를 추려 송치 의견을 누적 집계한 결과 ‘무혐의 의견’이 가장 많았던 곳은 충남당진경찰서(31.4%)로 조사됐다. 대구서부(30.6%), 강원삼척(30.1%), 광주서부(28.6%), 인천미추홀(28.3%) 경찰서도 무혐의 의견 송치 비율이 높은 경찰서였다. 반대로 가장 낮았던 곳은 창원서부경찰서로 7.8%였다. 서울도봉(8.8%), 부산서부(8.9%), 서울종로(10.5%), 경기남부여주(11.3%) 경찰서 등도 낮은 편에 속했다. 당진과 창원서부 경찰서 간 무혐의 의견 비율은 23.6%포인트나 차이 났다.
 
검찰사무규칙에 따르면 무혐의 의견은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 등에 낸다. 경찰이 수사진행 경과에 따라 얼마든지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문제는 성범죄에 있어서는 유난히 경찰서별 무혐의 의견 비율의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1~2년 동안이 아닌 5년치 누적 통계에서 경찰서마다 내린 결론이 차이 나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균질한 성범죄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의심해 볼 만한 대목이다.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별도로 확보한 2015~2017년 경찰서별 폭행사건 송치 의견 현황에 따르면 위 184개 경찰서 중 무혐의 처분 비율이 가장 높았던 충남공주경찰서(10.6%)와 가장 낮았던 대구서부경찰서(2.1%) 간 차이는 8.5%포인트에 불과했다. 김한정 의원은 “성범죄 사건 특성상 실제 발생에 비해 신고나 고소로 접수되는 사건 자체가 적은데 무혐의 의견 송치 비율이 다른 범죄에 비해 확연히 높다는 것은 관련 수사에 구멍이 많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실제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해 온 전문가들은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 처벌은 일정 부분 ‘운’에 달려 있다고도 지적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단둘만 있는 상황에서 주로 발생해 CCTV나 목격자 등 객관적 증거 확보가 어려워 수사관의 의지와 성향에 따라 수사 성패가 갈릴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성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혜진 변호사는 “피해자 입장을 잘 이해하는 경찰관이 있다는 경찰서를 찾아다니며 사건을 상담할 정도”라며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도 어느 지역에서 범죄 피해를 당했느냐에 따라 보장받는 권리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개별 사안을 따져보지 않고 수치만 가지고 문제가 있다 없다 진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진술증거만 있는 사건에서 성범죄 혐의 유무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최근 ‘성폭력피해자 표준조사모델’을 개발하는 등 개선책을 계속 마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탐사보도팀=임장혁·박민제·이유정 기자
김나윤 인턴(성신여대 화학4)
deep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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