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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탐사] 성폭행 신고 즉시, 집요하게 증거 찾는 창원서부서

왼쪽부터 김기동 경감, 김중혁 경위, 김광수 경사.

왼쪽부터 김기동 경감, 김중혁 경위, 김광수 경사.

지난해 12월의 어느 날. 창원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에 전 팀원 동원령이 떨어졌다. 20대 여성 A씨가 성폭력 신고를 한 직후였다. A씨는 전날 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모텔이었고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남아 있어 경찰서를 찾아왔다. 수사팀 1반장 김중혁 경위는 A씨를 해바라기센터(성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에 보내는 한편 즉시 모텔로 수사관들과 함께 출동했다. 서두른 덕분에 한 남성이 A씨를 끌고 모텔에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희미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날부터 수사팀 전원(10명)이 사진을 들고 사건이 발생했던 새벽 시간에 모텔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가게 직원부터 택시기사, 행인에 이르기까지 저인망식 탐문수사를 진행한 지 2주 만에 사진 속 남성을 찾아냈다. 대리운전기사 30대 B씨였다. B씨의 DNA는 범인의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B씨는 재판에 넘겨져 최근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다.
 
목격자도 없고 피해자조차 누가 그랬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이 사건을 해결한 창원서부서는 전국 경찰서 중 성범죄 사건 무혐의 의견 송치 비율이 가장 낮은 경찰서(전체 254개 경찰서 중 최근 5년간 성범죄 처리 건수가 누적 100건 이상인 184개 기준)다. 5년간 306건을 처리했는데 이 중 무혐의 의견 송치는 24건으로 7.8%에 불과했다. 전국 경찰 평균(19.4%)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창원서부서의 비밀은 무엇일까.
 
지난 5일 창원 현지에서 만난 서부서 여청수사팀 경찰관들은 ‘신속한 증거수집’을 가장 큰 비결로 꼽았다. 피해자 신고든 제3자의 고발이든 사건이 접수된 그날 바로 증거수집에 착수하는 게 원칙이다. 김기동 팀장(경감)은 “신속이 수사의 생명이다. 성범죄 사건 특성상 하루만 지나도 증거는 사라지고 피해자의 기억은 고통 속에 희미해진다”며 “접수 직후부터 CCTV와 블랙박스 등 객관적 증거수집을 시작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건을 완결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비결은 집요함이다. 객관적 증거가 충분치 않다면 증거의 증거를 찾고, 참고인의 참고인까지 찾아가 진술을 듣는다. 혐의 입증에 도움이 되는 정황들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 발생한 강제추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여성이 식당에서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남성을 고소했고 CCTV는 있었지만 손 부분이 제대로 촬영되지 않아 ‘곰탕집 사건’과 구도가 유사했다. 현장 주변에 있었던 이들을 추적하다 “여자가 남자에게 ‘왜 엉덩이를 만지냐’고 항의해 언쟁이 벌어졌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후 소환된 남성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는 답변이 ‘거짓’으로 판독되자 자백했고 법원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김중혁 경위는 “‘수사는 발득(得)’이라는 말이 있다”며 “발로 뛰다 보면 어디서든 실마리는 풀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유연한 조직 운영도 비결 중 하나다. 2인1조로 총 4개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성범죄 신고가 접수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초동 수사에 전원 투입된다. 김광수 경사는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오죽했으면 경찰서까지 왔겠냐’라는 관점에서 수사를 시작한다”며 “신속하게 수사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최후의 구제수단까지 상실한다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탐사보도팀=임장혁·박민제·이유정 기자
김나윤 인턴(성신여대 화학4)
deep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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