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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바이러스처럼 널리 퍼진다

책 속으로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 책 낸 번스타인 교수
50년대 전체주의 주목한 아렌트
우리 시대 근본악 분석에도 유효

난민은 과연 불필요한 존재인가
예전 유대인·집시들 처지 떠올라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김선욱 옮김, 한길사
 
모든 사상가나 작가에 대한 관심은 부침을 거듭한다. 20세기 최고의 정치사상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독일 유대인 출신인 미국 정치 철학자·사상가 한나 아렌트(1906~1975)도 그런 경우다. 최근 『전체주의의 기원』(1951), 『인간의 조건』(1958)과 같은 저작,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논란이 많은 이 개념에는 ‘괴물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뜻이 담겼다. 아렌트의 추종자들은 폭력·혁명·진실·거짓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아렌트를 읽어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보다 명료하게 보인다고 주장한다. 아렌트 붐에 힘입어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가 출간됐다. 저자는 리처드 번스타인 뉴스쿨(NSSR) 석좌교수, 역자는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인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다.
 
견강부회(牽強附會)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 ‘촛불혁명’ 혹은 ‘촛불시위’도 아렌트의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국내 학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저자는 한글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국사에서 나타난 2016~17년의 비폭력적인 촛불시위 같은 사건들도 공동 행위를 통해 권력이 생겨나고 자라나는 현상인 혁명 정신의 발현을 보여줍니다.” 저자를 전화로 책 내용에 관해 인터뷰했다.
 
아렌트의 젊었을 때 모습. 유대인이었으나 시온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사진 한길사]

아렌트의 젊었을 때 모습. 유대인이었으나 시온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사진 한길사]

당신은 진보 사상의 아성인 뉴스쿨(NSSR)에서 한나 아렌트를 만났다. 그는 어떤 인간, 학자였는가.
“내가 신참 교수였을 때 그를 만났다. 놀라운 사람이었다. 엄청나게 박식하고 매사에 너그러운, 사물에 대해 정말 호기심 많은 인물이었다. 내 연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아렌트에 대한 관심이 미국에서 부활했다고 하는데 이유가 뭔가.
“한나 아렌트가 1975년 별세했을 때 그를 연구하는 학자는 독일과 미국을 중심으로 소수였다. 물론 그때도 ‘악의 평범성’ 개념이 나오는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이 불러일으킨 논란으로 한나 아렌트는 유명했다. 1975년 이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아렌트 사상의 풍성함을 발견하고 있다. 그의 저작은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됐다. 한국·중국·유럽을 비롯해 세계 어느 곳에 가건 많은 사람이 그의 사상에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아렌트는 인기 있는 주제다.”
 
미국의 경우에는 혹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때문은 아닌가.
“트럼프가 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이나 정치와 거짓말의 관계를 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렌트가 1950년대에 이미 말한 것들은 2018년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유관하다. 세계 곳곳에서 자유로부터 멀어지는, 심지어는 전체주의적인 징후들이 발견된다. 아렌트는 ‘어둠의 시대’를 분석했지만, 그는 영감을 주는 빛(illumination)의 사상가이기도 하다. 그는 시민의 참여를 통한 운동으로 보다 민주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의 사상가다. 아렌트는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s)’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저자 리처드 J 번스타인

저자 리처드 J 번스타인

아렌트는 한국의 통일에 관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인가.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는 아렌트는 행동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는다. 아렌트는 다만 논의가 필요한 문제들을 드러낼 뿐이다.”
 
악(惡)의 문제에 대해 아렌트는 어떤 입장이었나.
“많은 사람이 아렌트가 악의 이론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본다. 그는 평생 악의 여러 측면을 탐구했다. 특히 ‘근본악(radical evil)’에 주목했다. 그가 생각한 근본악은 어떤 사람을 완전히 ‘불필요한(superfluous)’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었다. 아렌트는 유대인·집시·동성연애자를 염두에 두고 근본악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나는 이 개념이 세계의 수많은 난민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민들은 불필요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아렌트는 우리가 사는 정치체제에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그에게 악은 바이러스나 곰팡이처럼 확산하는 것이었다. 난민에 대한 학살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아렌트는 악의 확산을 예견하고 경고했다.”
 
악이라는 게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선(善)의 부재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아렌트는 악이 세상에 실재한다고 봤다. 전체주의를 체험한 아렌트는 악이 선의 부재에 불과하다는 견해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아렌트에게 영감을 받은 정치는 어떤 정치인가.
“아렌트에게 정치에는 절대적인 것이 없다. 우리는 정치의 세계에서 협상하고 타협해야 한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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