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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동거와 저출산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프랑스 사상가 자크 아탈리는 일찍이 “2030년이면 결혼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도 동거하는 나라이니 그럴 만하다. 미국 인류학자 헬렌 피셔도 “과거 1만년보다 최근 100년간 결혼관습이 더 변화했다. 앞으로의 변화는 더욱 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사람들이 ‘전통적인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남녀가 사랑을 바탕으로 결합해 남자는 생계를 책임지고 여자는 살림하는 방식도 “자본주의가 등장할 때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결혼의 황금기라고 일컬어지는 1950년대에 절정에 이른 새로운 결혼 형태”(『진화하는 결혼』)다.
 

동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급변
가족정책에도 적극 반영해야

지난달 영국은 동성 커플에만 허용하던 ‘시빌 파트너십(시민협약제)’을 이성 커플에게도 허용하기로 했다. 시빌 파트너십은 전통적 결혼과 상속, 세제, 연금, 양육 등의 법적 혜택은 동일하면서 성평등이 강조된 관계다. 법적 호칭이 남편, 아내 대신 시빌 파트너다. 영국 언론은 “영국사회에서 근 200년간 가장 큰 변화”라고 보도했다. 출산율 반등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1999년 이와 유사한 시민연대협약(PACs) 제도를 도입하며 출산율 하락세를 뒤집은 프랑스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개인간 동거계약(팍스)만 있으면 조세· 육아· 교육· 사회보장 등에서 법률혼과 동등한 대우를 해준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신생아의 59.9%가 결혼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 외 네덜란드(동반자보호법), 스웨덴(동거법) 등 유럽 국가들은 동거에 대해 법률혼과 같은 권리를 인정해주고 있다. 혼외 출산 신생아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6년 아이슬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포르투갈, 덴마크 등 유럽 10개국에서 혼외 출산 신생아 수가 전체 신생아 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들 국가가 전반적으로 출산율도 높았다.
 
우리 통계청의 2018년 사회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동거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6.4%로 처음 절반을 넘었다. 20대는 74%였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도 처음 30%를 넘었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응답(48.1%) 역시 처음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조사가 보여주는 인식 변화와 함께 저출산 등 가족정책도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이른바 ‘정상가족’ 외에는 백안시해왔으나 날로 늘고 있는 비혼·동거 가족 등 사회적 변화를 따라잡지 않고서는 실효 있는 정책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더 이상 합계출산율을 올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미혼모 임신 출산 지원 강화, 출산 포기로 이어지는 비혼·동거 커플의 출산 양육에 대한 제도적 차별 해소 등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모였다. 비혼·동거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동거가족법 제정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물론 동거가족법 제정 등은 일각의 공고한 전통적 가족관에 비춰 사회적 숙의가 필요한 난제임이 분명하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를 추진했던 ‘생활동반자법’도 반대에 부딪혀 좌절한 바 있다. 현행 가족행정의 기준이 되는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구성된 2인 이상의 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561만명, 전체 가구의 28.6%에 달하는 1인 가구도 ‘가정’이 아니다. 동거가족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된 통계치조차 없다. ‘건강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소외되고 정책에서 배제된 제도 밖 가족들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이번 통계청 조사는 잘 보여준다. 
 
양성희 논설위원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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