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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야당 의원 수시로 만나 쓴소리 들어라

집권 3년 차 앞둔 문재인 정부 … 여야 의원 3인의 제언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정치 복원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여야 의원 세 명이 마주 앉았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성식,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신인섭 기자]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정치 복원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여야 의원 세 명이 마주 앉았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성식,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신인섭 기자]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열었다. 같은 시각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5당 대표들과 취임 후 세 번째 오찬 회동을 했다. 민생이 어려운데 정치는 실종됐다는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자 강경 기조를 잠시 접고 머리를 맞댄 모습이다. 하지만 ‘협치’를 향한 길은 여전히 멀다. 당장 당일 오후 여야 의원들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았다.
 
그런 가운데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민생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자칫 여야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높다. 어떻게 하면 여의도 정치가 복원될 수 있을까. 중앙SUNDAY가 국회 특위 등 각종 회의에서 여야 간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자유한국당 김세연,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의 대담을 통해 집권 3년 차를 앞둔 정치권의 해법을 모색해 봤다.
 
 
촛불민심 독점, 일방통행에 정국 꼬여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

여의도 정치가 실종됐다는 우려가 높다.
김세연=“국내외 두 가지 각도에서 보고 싶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정치 암흑기에 들어가는 것 같다. 냉전 종식 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극우 바람이 풍미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치도 구조가 취약해 좌파 전체주의는 물론 극우의 출현까지 막아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한 상태다. 앞이 밝아 보이지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다만 국회 선진화법 이후 폭력의 금단 현상을 극복해 가는 모습은 희망적이다.”

김성식=“여의도 정치가 과거의 폭력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아 다행스럽지만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해 굵직한 과제들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하는 점은 늘 부끄럽게 생각한다. 청와대와 각 정당이 표를 의식해 인기 영합적 발언만 앞세우니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 아니겠나. 정치권이 먼저 어젠다를 설정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사후적으로 실랑이만 하는 게 현실 아닌가.”

원혜영=“그래도 20대 국회 들어 예전의 구태가 꽤 사라졌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하다. 사실 여의도 정치 실종이란 말은 정치 폄하적 요소가 강하다. 실제로는 여러 한계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의원이 적잖다. 다당제 또한 불안정하지만 나름 일정하게 작동하고 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본격 가동됐는데.
김성식=“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집권 1년6개월 만에 처음 열렸다는 건 만시지탄이다. 이런 경험을 계속 쌓아 나가야 할 거다. 다만 현 집권 세력은 그냥 등장한 게 아니잖느냐. 촛불을 통해 출범한 정권이라면 탄핵에 찬성한 세력들과 큰 틀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했는데 촛불 시민의 함성을 독점하고 전유하려 하면서 정국이 꼬이기 시작했다.”

원혜영=“아무리 대통령중심제라도 여소야대에선 국회와 야당의 협력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동을 통해 협력의 틀은 갖춰졌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격식을 갖춘 회의뿐 아니라 야당 평의원들과도 수시로 만나 대화하고 토론한다면 정치 복원에 큰 힘이 될 거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협치를 바라보는 시각차도 크다.
김세연=“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에 적용하기엔 매우 모호하고 실체가 불분명한 단어다. 게다가 시민의 참여를 중시하는 거버넌스라는 행정 용어를 정치적으로 쓰려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단어가 돼 버렸다. 현재는 과반이 아닌 여당이 야당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유행하는 단어를 정치적 수사처럼 쓰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진정 어린 자세다. 현 정부와 여당이 이전 정권들처럼 너무 일방통행만 하려는 점도 우려스럽다.”

김성식=“얼마 전 청와대에서 협치 내각이란 말이 나올 때 참 씁쓸했다. 야당은 장관 자리 하나가 아니라 주요 정책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원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자기들만 선하고 오류가 없으니 야당은 무조건 돕기만 하라는 자세다. 그렇게 협치를 규정한다면 가든(garden)이 국내에 들어와 불고기집으로 바뀐 것과 뭐가 다른가.”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원혜영=“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법은 선거제도의 개혁이다. 여야 모두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에 젖어 제로섬 게임에 사활을 거는 한 협치는 언감생심이다. 여당은 야당이 지리멸렬하니 다음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반면 야당은 민생 문제 등을 계속 몰아붙이면 역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 타협의 여지가 없다. 마침 여야 5당과 대통령까지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하는 지금이 적기다. 30년 만에 찾아온 천우의 기회를 꼭 살려야 한다.”

김세연=“정당의 후진성도 걸림돌이다. 여당 의원 다수는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보니 20대에 형성된 투쟁적 세계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보수 야당 의원들도 공천 때 친분 관계로 주로 충원되다 보니 양대 정당의 인재풀에 근본적 한계가 뚜렷한 실정이다. 지역구 행사도 정책 홍보는 뒷전이고 여전히 머릿수 채우기에만 급급한 게 현실 아니냐.”

김성식=“87년 이후 총선은 8번, 대선은 7번이나 치렀다. 그 사이 정권도 몇 번 교체됐고 총선 때마다 40%씩 물갈이도 됐다. 그런데도 왜 정치와 정당은 늘 그대로인 걸까. 그렇다면 제도를 바꿔봐야 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 사회는 양당제로 가기엔 너무 다원화됐다. 다당제가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정치권도 이젠 독식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청와대 참모 중심 국정 운영 탈피해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남북관계와 민생 문제가 주요 현안인데.
김세연=“보수 정권일 때 재벌개혁을, 진보 정권일 때 노동개혁을 확실히 했어야 하는데 각각 편들기만 하면서 나라가 더 빠른 속도로 망가졌다. 복지도 전달 체계 정비 없이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지원만 하면 결국 자녀 세대를 넘어 손주 세대까지 착취하는 꼴이 될 거다. 지금 여당이 내세우는 대표 브랜드는 평화와 복지인데 한국당의 강점도 안보와 경제였다. 둘이 맞부딪히는 상황인데 관점의 차이가 너무 크다. 판문점 선언 비준도 북한이 본질적으로 변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식=“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난 만큼 한국의 보수도 이젠 북한을 어떻게 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복지에 대해서도 퍼주기라고 비난하는데, 오히려 복지가 강화돼야 구조조정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질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진보는 도덕적 우월감과 정의의 독점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러다 보니 조직화된 지지층만 챙길 뿐 정말 어려운 계층은 돌보지 않는 자기모순에 빠졌다. 민주당은 또 어떤가. 여당이 된 뒤 아예 절간이 돼 버렸다. 목소리를 전혀 못 내는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도 짐만 되기 십상이다.”

원혜영=“여야 간극이 크긴 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야당이 아동수당 지급을 확대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부분부터 함께 논의하며 협치의 경험을 쌓아 가면 민생 문제도 하나씩 풀어갈 수 있을 거다. 국회 전원위원회를 활성화해 여야 의원들의 지혜를 폭넓게 모으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집권 3년 차 문재인 정부에 제언하자면.
김성식=“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 주위를 둘러보고 성찰할 타이밍이 됐다고 말하고 싶다. 경제도 인사만 논란이 되지 정책을 어떻게 보완하겠다는 얘기는 없으니 국민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도 기적과 같은 전환점을 만든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응원만 하는 국면은 지나가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청와대 참모 중심의 국정 운영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게 지속되면 집권 반환점을 돌면서 추진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쉽다. 역사가 증명하지 않나. 위기가 닥치기 전에 문제 해결에 나설 거냐,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거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김세연=“안팎으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 고비를 잘 넘지 못하면 대한민국에 엄청난 위기가 올 거라고 국민 대다수가 직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보다 못하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 과감한 발상 전환이 절실한데, 그간의 행보를 볼 때 과연 가능할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원혜영=“남북관계 진전이 내부 통합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갈등만 키우게 될지는 집권 세력의 노력에 달렸다. 민생 문제도 여소야대 현실에서 여당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부터 야당의 쓴소리를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야당도 이에 적극 호응하는 게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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