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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정수빈은 어떻게 역전포를 쏘아올렸나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깜짝 놀랐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선발투수 조쉬 린드블럼도 믿기지 않는 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두산 2번 타자 정수빈(28)이 쏘아올린 역전 투런포를 보고 나온 반응이다. 
 
두산 정수빈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역전 투런포를 날리고 있다. [뉴스1]

두산 정수빈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역전 투런포를 날리고 있다. [뉴스1]

 
두산은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7전4승제) 4차전에서 8회 초 정수빈의 투런 홈런에 힘입어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양 팀은 2승2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두산이 이 경기에서 졌다면,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두산은 7회까지 0-1로 끌려갔다. 두산 선발 린드블럼이 7회까지 114구를 던져 1실점으로 역투했지만, 두산 타선은 상대 선발 김광현과 불펜 앙헬 산체스에 막혔다. 그러나 두산에는 '가을남자' 정수빈이 있었다. 8회 초 1사 주자 2루에서 정수빈은 산체스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정수빈은 바로 양 팔을 들었다. 하지만 이내 팔을 주춤거렸다. 그러다 담장을 살짝 넘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두 팔을 들어올려 환호했다. 정수빈은 경기 후 "사실 공을 쳤을 때, 홈런이라고 직감했다. 장외 홈런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타구가 나가지 않아서 순간 불안했다. 다행히 넘어갔다"며 웃었다. 정수빈의 홈런 비거리는 110m였다.
 
두산 선발투수 린드블럼이 역전 투런 홈런을 때린 정수빈을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선발투수 린드블럼이 역전 투런 홈런을 때린 정수빈을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수빈의 홈런을 바라보던 린드블럼은 더그아웃 펜스를 넘어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이 홈런으로 린드블럼은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정수빈은 "린드블럼도 내가 홈런을 칠 거라고 생각을 못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김태형 두산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어떻게 정수빈이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양의지(4번 타자)도 아니고 말이다. SK 우익수 한동민이 타구를 쫓아가서 잡히는 줄 알았다. 넘어가서 다행"이라고 했다. 
 
짧게 배트를 잡은 정수빈. [중앙포토]

짧게 배트를 잡은 정수빈. [중앙포토]

 
사실 정수빈은 홈런 타자는 아니다. 통산 9시즌 동안 그가 쏘아올린 홈런은 19개밖에 되지 않는다. 테이블 세터에 배치돼 안타 생산에 힘을 썼다. 올해는 군 복무를 마치고 시즌 중반 돌아와 방망이를 더 짧게 쥐고 있다. 손 하나가 더 들어갈 정도로 극단적으로 짧다. 배트 길이도 프로 선수 중에선 짧은 편인 33인치(약 83.8㎝), 무게도 850g으로 가볍다. 정수빈은 "여러 가지 타격폼을 해봤는데 이게 나한테 맞더라. 내가 홈런을 치는 타자가 아니지 않나"고 했다. 
 
그런 폼으로 정수빈은 홈런을 쳤다. 강속구 투수 산체스의 공 덕분이었다. 산체스는 정수빈에게 시속 153㎞에 달하는 직구를 던졌다. 그 공을 정수빈이 받아친 것이다. 정수빈은 "산체스가 볼도 빠르고 직구 위력도 있어서 그걸 이용하려고 했다. 좋은 타이밍에 맞아서 홈런이 나왔다"고 했다.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꾀돌이' 정수빈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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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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