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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안 자르고 낮잠 보장 … ‘동물복지’ 농장 삼겹살, K 소울푸드 품격 높인다

잠을 즐기는 돼지들. 제일종축 돼지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의 수면 시간이 주어진다. [사진 제일종축]

잠을 즐기는 돼지들. 제일종축 돼지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의 수면 시간이 주어진다. [사진 제일종축]

#1 지난달 31일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제일종축. 2만2000㎡(약 6660여 평)에 달하는 축사에선 2만여 마리의 돼지가 키워지고 있다. 오후 3시 CCTV(폐쇄회로)로 들여다 본 축사 내부는 실내등이 꺼지고 어두운 상태였다. 그리고 그 안에선 수 많은 돼지들이 편한 자세로 누워 낮잠을 자고 있다. 축사 바닥엔 이렇다 할 오물이 눈에 띄지 않았다. 제일종축 조승현 팀장은 “돼지들이 점심을 먹고 낮잠 자는 시간이라 조명을 어둡게 한 것”이라며 “숙면을 위해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축사 내부를 어둡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2015년 농림수산식품부의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이곳의 돼지들은 ‘행복한 돼지’로 유명하다. 이곳 돼지들은 다른 양돈장 돼지와는 외모부터 달랐다. 우선 긴 꼬리가 그대로 달려있다. 돼지 꼬리는 일반적으로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잘라낸다. 서로 싸우다 꼬리를 물면 염증이 생겨서다. 뾰족한 송곳니도 갈아내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 먹이도 자유로이 즐긴다. 귀 부분에 삽입된 RFID(전자태그) 칩을 이용, 돼지당 하루 3㎏가 사료가 자동으로 배식된다. 조 팀장은 “행복하게 자란 돼지의 맛과 품질이 더 뛰어나다는 게 우리의 믿음”이라고 말했다.
 
 
수입산 돼지고기, 국산보다 40% 싸
 
도드람양돈농협 김제FMC 내부. 김제FMC에선 30분 마다 알콜 소독을 한다. [김경빈 기자]

도드람양돈농협 김제FMC 내부. 김제FMC에선 30분 마다 알콜 소독을 한다. [김경빈 기자]

#2 전북 김제시의 도드람양돈농협 김제FMC(신선육센터·이하 김제FMC)는 다른 곳엔 없는 ‘꽃 삼겹살’을 생산한다. 꽃 삼겹살은 돼지 갈빗대에 주변 부위에서만 발라낸 삼겹살을 말한다. 갈빗대 주변 삼겹살은 다른 부위와 달리 지방층이 고르게 있어 그만큼 맛이 좋다. 꽃 삼겹살은 일반 삼겹살보다 한 차례 더 생산 공정을 거친다. 일반 삼겹살에서 지방층이 고르지 않은 부분을 잘라내야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돼지 한 마리를 도축했을 때 생산되는 꽃 삼겹살은 전체 식육의 5% 선에 그친다. 하지만 인기는 꾸준하다. 김제FMC의 조차돌 생산팀장은 “꽃 삼겹살은 균일한 지방층을 갖고 있어 다른 삼겹살보다 확연히 맛이 좋다”며 “우리 FMC의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꽃 삼겹살(사진 오른쪽)과 일반 삼겹살(왼쪽). 꽃 삽겹살은 지방층이 고르다. [김경빈 기자]

꽃 삼겹살(사진 오른쪽)과 일반 삼겹살(왼쪽). 꽃 삽겹살은 지방층이 고르다. [김경빈 기자]

삼겹살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다. 삼겹살의 맛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수입산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산 돼지고기의 입지가 조금씩 좁아지고 있어서다. 수입산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10월 현재 국산 삼겹살의 평균 소매가격(100g·중품 기준)은 2049원인 반면,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은 100g당 1180원(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에 그친다. 수입산이 국산보다 40% 가량 저렴하다. 덕분에 돼지고기 수입량도 꾸준히 증가세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2016년 31만8498t이던 돼지고기 수입량이 지난해에는 36만9217t으로 16%가 증가했다. 올들어 8월까지 수입량은 32만9046t으로 지난해 전체 수입량의 89%를 넘어섰다. 반면 2016년 1654만5491마리이던 국산 돼지 도축두수는 지난해 1672만9662마리로 18만4171마리(1.1%)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마트 임승현 축산담당 바이어는 “2016년의 경우 이마트에서 판매된 전체 삼겹살 중 6.4%에 그쳤던 수입 삼겹살 매출 비중이 지난해에는 12.6%로 한 해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동물복지 양돈장 돼지 분만율도 높아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가공한 칼집 삼겹살. [김경빈 기자]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가공한 칼집 삼겹살. [김경빈 기자]

이에 맞서는 국내 돈육업계의 무기는 ‘고급화’와 ‘차별화’다. 김제FMC가 생산하는 ‘꽃 삼겹살’이 돈육 고급화의 대표선수다. 일반 삼겹살에 추가적인 가공방식을 더해 맛과 품질을 높이기도 한다. 이마트는 기존 삼겹살(두께 6㎜)보다 고기를 두 배 이상 두껍게(13㎜)썰고 9㎜ 간격으로 4㎜ 깊이의 칼집을 넣은 칼집 삼겹살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두툼하게 썰어내고 칼집을 넣은 덕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는 평을 받는다. 칼집 삼겹살 가공은 다른 곳에 맡기지 않고 경기도 광주시 소재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직접 한다. 이를 위해 돼지고기의 두께와 간격 등을 밀리미터(㎜) 단위로 정확히 자를 수 있는 전용 커팅 기계까지 들여왔다. 양우용 이마트 미트센터 지원팀장은 “일반 삼겹살은 시간당 100㎏을 생산한다면 칼집 삼겹살은 70㎏ 정도 밖에 생산할 수 밖에 없어 일반 삼겹살보다 10~20% 가량 더 비싸다”며 “하지만 맛이 뛰어나 올 들어서만 170억원 어치 넘게 판매됐다”고 전했다.
 
먹거리 안전과 동물의 복지까지 생각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양돈장에서 길러낸 돼지고기도 인기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위생적으로 자란 돼지가 더 맛있고, 먹거리 안전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동물복지 인증 여부가 소비자들의 본격적인 관심을 얻은 것은 지난 2017년 ‘공장식 밀집 사육’으로 인해 국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실제 이 인증을 받은 양돈장인 제일종축은 밀집사육을 최대한 피한다. 사육공간도 넉넉하다. 다른 양돈장에서 돼지 한 마리당 허용되는 면적은 1.43㎡인 반면, 이곳은 한 마리당 2.34㎡이상의 면적이 주어진다. 그만큼 돼지들이 서로 부대끼지 않고 자유로이 지낼 수 있다. 돼지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야구공 비슷한 장난감을 넣어주기도 한다. 청결한 축사 관리는 기본. 최 팀장은 “돼지들이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생육환경을 조성한 덕에 출하 때까지 드는 비용은 마리당 7~8%가 늘었지만 일반 양돈장에선 90% 선인 분만율(유산하지 않고 새끼를 낳는 비율)을 이곳에선 94%선까지 끌어 올렸다”며 “맛도 좋아서 인지 돼지가 출하되기가 무섭게 대형마트 등으로 전량 팔려나간다”고 자랑했다.
 
국산 돈육관련 업계가 고급화와 차별화를 무기로 내수시장 방어에 나섰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선 품질을 높인 꽃 삼겹살이나 칼집 삼겹살 등은 국산 일반 삼겹살보다도 10~20% 가량 더 비싼데다 생산 과정이 까다롭다. 동물복지 역시 일반 축산 농가에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제일종축의 경우 ‘환경친화적인 한국형 양돈장의 롤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3년간 총 250억원을 투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정현정 연구관은 “국산 돈육의 품질 경쟁력은 어느 정도 확보된 만큼 식품안전과 동물복지 등 소비자들이 관심이 많은 방향으로 개선해 가면 앞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인 학살 히틀러가 ‘동물보호법’ 제정 아이러니
히틀러

히틀러

양돈은 물론 국내 축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동물복지’다.
 
동물들의 권리, 즉 최소한의 ‘동물권’을 지켜주는 게 육가공품의 품질은 물론 먹거리 안전까지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덕에 일반 소비자들도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복지란 ‘동물의 5대 자유’를 보장하는 환경에서 가축을 키우는 일에서 출발한다. 동물의 5대 자유란 ▶배고픔과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통증·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 원칙에 맞춰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이 정한 각종 기준을 충족한 곳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이 주어진다.
 
양돈장의 경우 사육장 면적 등 70여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이 인증을 얻을 수 있다.
 
동물복지와 관련해서 한국은 후발주자다. 동물보호법 자체는 1991년 제정됐지만, 당시만 해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식용 개고기에 대한 논란이 일자 보여주기 식으로 제정된 법이란 비난을 받았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이 본격 시행된 건 2012년부터다.
 
동물복지 관련 법률이 가장 먼저 제정된 건 영국(1822년)이다. 현대적이고 구체적인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진 건 아돌프 히틀러와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나치당)이 집권하던 1933년 독일에서였다. 이 법은 동물에 대한 생체해부와 동물학대 금지 등을 골자로 한다. 동물을 버리는 행위나 관리소홀 등으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하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다. 이유 없이 동물을 학대한 이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처벌 조항도 담고 있다. 히틀러가 제정한 동물보호법은 아직도 전 세계 동물보호법의 근간이 된다는 평을 받는다. 게슈타포(나치 독일의 비밀경찰)를 창설하는 등 악명이 높은 헤르만 괴링이 1933년 라디오에 나와 “동물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실험을 경험하고 있다. 저는 신중하고 묵묵히 생각했다. 죽어가는 동물을 지속적으로 대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제·이천·광주=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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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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