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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왜 못된 상사가 잘 나갈까?…일은 입으로, 성과는 관계로

절제력 있고 아래위 관계 형성에 공 들여…진취적 태도와 추진력에 호평 받기도
 
누구나 한 번쯤 회사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고민하고, 화가 나고, 맥이 탁 풀리는 경험을 한다. 우리 조직은 왜 이럴까,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원래 세상살이가 그렇지 뭐’라는 말이 전부일 때가 많다. 진짜 그럴까?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알 수 없는 조직 속의 일을 탐구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사진:ⓒ gettyimagesbank

사진:ⓒ gettyimagesbank

김 팀장은 1년 전 이 맘 때 일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주말이라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 앞 카페에 있으니 잠깐 보자”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하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주말에 굳이 집 앞까지 찾아온 이유가 뭘까 하고 나간 그에게 정 팀장은 밑도 끝도 없는 제안을 했다. 김 팀장이 모르는 회사 상황을 두루두루 얘기해주며 “O팀장이 요즘 사장과 단둘이 만나는 일이 많다”며 “둘이 힘을 합쳐 잘해 보자”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말이라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헤어졌지만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회의에서 그가 하는 말에 동의를 해달라는 건지, 아니면 같이 할 아이템이 있다는 건지, 만일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후 회사에서 만날 때마다 그는 좀 더 친한 척했지만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까. 그가 다른 회사로, 그것도 한 직급이나 높여 옮겨갔다. 그런데 그가 떠난 후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그는 팀장 이상들끼리 모이면 “도대체 일을 시킬 사람이 없다” “O대리는 그렇게 좋은 학교를 나왔는데 왜 그렇게 굼뜬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하곤 했다. 그러니 다들 성과는 그 혼자 낸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팀원들이 한 일을 독차지한 것이었다. 그가 내세웠던 성과를 조사해 보니 거의 거짓 수치였다.
 
그런데도 팀원들에게는 자신의 상사인 이사가 사사건건 자기를 견제하는 바람에 팀원들의 고생한 결과가 위로 전해지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 말 하고, 저기서는 저 말하는 줄타기를 했던 것이다. 협력 업체를 얼마나 닦달하고 대가를 요구했는지 그들의 불만도 무성했다. 인사팀이 그의 이력서를 확인해 보니 거짓투성이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입사를 했을까?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입사했을까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10월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갑질금지법’ 국회 조속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10월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갑질금지법’ 국회 조속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년 반 전 유력한 사장 후보로 여겨지는 전무가 인재라면서 그를 데리고 왔기에 별 절차 없이 입사할 수 있었다. 전무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자전거 동호회에서 그를 만났는데 능력이 있다 싶어 데려왔다고 했다. 조회해 보니 이전 회사에서 했다는 성과도 거짓이었다. 완전히 속았던 것이다. 아마 옮겨간 회사에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김 팀장이 가슴을 쓸어 내렸던 것은 이런 소란이 한바탕 지나간 후였다. 우연히 O팀장과 술 한 잔 하게 됐을 때 그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말을 하자, O팀장이 깜짝 놀라며 “내게도 왔었다”고 했던 것이다. 하마터면 그에게 끌려들어가 무슨 일에 연루될 지 몰랐을 뻔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사람들을 가끔씩 보게 된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잘 나간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못된 사람’ ‘못된 상사’들이 잘 나가는 일은 의외로 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유형들이다. 우선 경쟁심이 유난히 강한 이들이 주변에 있거나 상사가 되면 하루하루가 피곤해진다. 이런 이들은 대체로 적극적이고 사교적이어서 발이 넓다. 사람 사귀는 데도 일가견이 있어 필요하다 싶으면 금세 가까운 사이로 만든다. 호감형에 말솜씨까지 좋아 소문에 빠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특히 경영진이 참석한 회의에서 혹할 만한 뭔가를 보이는 솜씨는 따라 하기 힘들 정도다. 당연히 경영진의 눈길을 사로잡아 유능한 인재로 인정 받는다. 물론 그의 눈에 들지 못하면 찬밥이 따로 없다. 앞에서 말한 정 팀장의 직원들처럼 영문도 모른 채 ‘의문의 1패’를 당하는 일이 허다하다. 여기저기에 험담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 찍혔다가는 큰 일이니 다들 몸조심을 하게 되고, 그럴수록 그의 목소리가 더 커진다.
 
어떤 이들은 상사의 상사와 친해지는 재능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상사만 만나도 긴장하는데 이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상사의 상사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가 금방 친해진다. 그들의 사무실을 빈번하게 드나들며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준다. 사내 알짜 정보가 그들을 통해 흐르니 주위에 사람들이 모인다. 이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자기 자랑을 하는 능력은 보면서도 감탄할 정도다. 엘리베이터에서 높은 분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보통은 어색한 침묵이 흐르게 마련인데, 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소개까지 한다. 그러면 또 높은 분들은 기다렸다는 듯 호의적으로 대해 준다. 다가서는 재주가 대단하다.
 
못된 사람이 분명한데, 의외로 잘 나가는 이들이 가진 가장 흔한 특징은 일은 입으로 하고, 성과는 관계로 낸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들에겐 묵묵히 성과를 내는 건 바보나 하는 것이다. 이들은 일을 하다 어려움이 생기면 어떻게든 피하거나 조용히 사라진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기 앞길을 막는다 싶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국 제거한다. 그 사람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가, 아닌가는 관심 밖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인가 아닌가가 유일한 관심거리다. 말은 회사를 위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잇속을 다 차린다. 장애물을 제거할 땐 잊지 않고 무능이나 파렴치와 연관시켜 다시 일어설 수 없게끔 ‘생매장’시키는 것도 똑같다. 이 두 가지는 수익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라, 일단 이 멍에가 씌워지면 나중에 결백이 드러나도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상사의 상사와 친해지는 재능
팀원들을 쥐 잡듯 흔드는 걸 즐기는 상사도 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높은 분들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대뜸 호통을 치며 팀원들을 사정없이 다그친다. 영문을 모르는 팀원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면 “자, 자, 잘 좀 하자고, 제발”하면서 달랜다. 마치 팀원들이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하면서 팀을 이끌어가고 있는지 보여주려는 일종의 ‘활극’이다. 동시에 팀원들에게는 자신의 힘을 확인시키고 말이다. 이럴 때 반기를 드는 사람은 즉시 ‘장애물’이 되어 제거 대상에 오른다.
 
어느 조직에나 이런 사람들이 한두 명쯤 있다. 이런 이들이 하나만 있어도 회사 생활이 힘들어진다. 두 가지 특징을 가진 이가 있으면 골치가 아파지고, 그 이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출근할 때마다 지옥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 같은 나날이 된다. 수렁 같은 무력감에 빠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특성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특별한 사람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떤 특별한 사람일까? 이들이 바로 가끔 공포영화에서 보는 사이코패스다! 10가지의 인격장애 중 가장 위험한 축에 속하는, 한마디로 마음 자체가 왜곡되어 있는 사람이다.
 
이들이 진짜 영화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한니발과 같은, 무시무시한 성향의 소유자라는 말인가? 그렇다. 다만, 한니발 정도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벼운 증상’을 가진, 그러니까 일부 특성을 가진 부분 사이코패스들이긴 하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도 ‘조직의 뜨거운 맛’을 경험하기엔 충분하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이 없다는 것이다. 분노 정도만 있다. 이들의 뇌를 촬영해 보면 감정을 담당하는 곳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니 양심의 가책 또한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었어도 흔들리는 일이 많다. 인간인 이상, 또는 양심이라는 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감정이 없기에 냉정하다 못해 냉혹하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훨씬 강력하게 집중할 수 있으며, 방해물이 나타나면 무자비하게 제거해버린다. 후회 또한 당연히 없다. 이런저런 감정에 흔들리지 않기에 상대의 감정을 마치 기계처럼 조작할 수 있고 조종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말솜씨를 익혀 매력적으로 다가선 다음, 약점을 잡아 상대를 쥐락펴락하는 재능을 일찌감치 터득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거짓말이란 거짓말은 다 꾸며낸다. 영화 [캣치 미 이프 유 캔]에 나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어떤 양심의 가책도 없이 으레 그런 것처럼 둘러댄다. 그러다 들키면 또 다른 거짓말로 덮으며 이런 저런 핑계를 댄다. 결코 책임 지는 법이 없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기꾼들이 이런 사람들이다. 대신 자신에 대한 우월감은 대단해 부하들을 하인처럼 부리고, 생각만큼 일을 못하면 대놓고 무시한다. 자신은 살고 다른 사람은 죽인다. 자신을 위해 조직과 구성원들을 망가뜨린다.
 
‘가벼운 증상’의 사이코패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주변의 ‘그들’은 앞에서도 말했듯 ‘가벼운 증상’을 가졌는데 바로 이 덕분에 성공가도를 달린다. 심리학자인 벨린다 보드와 카타리나 프리츠존이 영국의 경영자(39명)와 미국의 한 정신병원 범죄 수감자(1000명)이 가진 특성을 비교 연구한 결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비슷한 성향을 가졌는데 왜 경영자는 대명천지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살고, 수감자들은 위험인물이 되어 철저하게 격리 수용되고 있을까?
 
가벼운 증상을 가진 이들은 극단적인 사이코패스들이 가지지 못한, 욕구를 뒤로 미룰 수 있는 절제력을 갖고 있는 게 달랐다. 인내할 줄 아는 것이다. 여기에 자기중심적인 성격, 완고한 고집, 위압적이고 독재적인 경향, 상대의 약점을 동물적으로 간파해 공격하는 성향 같은 것들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들이 성공하는 두 번째 요인은 ‘노력’이다. 단, 일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에 대한 노력이라는 게 다르다. 이들은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데 힘을 쏟고 그 덕분에 사람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된다. 예를 들어 이들은 회사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 강한 첫 인상을 심어주며 정보를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한다. 누군가를 만나면 그가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고, 어떤 능력과 정보, 그리고 권한을 갖고 있는지, 그러니까 이용가치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발이 넓은 게 이 때문이다. 특히 불평불만을 가진 이들은 좋은 ‘먹잇감’이다. 온갖 위로와 공감을 통해 그들의 불평불만에 불을 붙여 속내를 털어놓게 한 다음, 이걸 다른 사람에게 퍼뜨려 또 다른 정보를 얻는다.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노력이다. 심리학자이자 컨설턴트인 폴 바비악과 범죄심리학자인 로버트 헤어에 따르면 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에 맞는 맞춤형 거짓말을 하고 그에 맞는 가면을 쓴다. 도저히 거짓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어낸다. 조직 속의 ‘잘 나가는 그들’도 증상은 가볍지만 비슷하다. 회사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둘러댈 뿐이다.
 
그래도 그렇지 경험 많고 똑똑한 경영진들이 왜 이들의 행각을 모를까? 모를 수도 있지만, 대체로 다르게 생각한다. 이들이 워낙 호감 있고 친근감 있게 접근하다 보니 ‘매력’에 넘어가 인재라고 여기는 것이다. 더구나 외롭고 지치게 마련인 경영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니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고 특히 진취적인 태도와 추진력, 평정심에 후한 점수를 주는 일이 많다. 예를 들어 감원을 한다거나 노조에 대한 대응을 할 때 보통 사람이라면 망설이거나 우유부단할 수 있지만 이들은 그런 게 없다.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간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능력을 보인다. 사실 감정이 없어서 그러는 것인데 이걸 능력으로 보는 것이다.
 
더구나 회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그랬다고 하면 대체로 넘어간다. 일이 커지면 좋지 않다며 묵인하기도 하고, 당사자가 강력하게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증거를 들이대면 역시 수용하기도 한다. 이 역시 또 다른 거짓말일 때가 많지만 워낙 강력하게 주장하니 넘어간다. 친분관계를 통해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찍히지 말고 신속하게 피해야
이러니 누군가 용기 있게 악행을 들추어 내거나 문제를 제기해도 작은 파문에 그치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질책을 받거나 퇴출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들이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물론 윗사람의 마음까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봉합한 다음 자신에게 도전한 이들을 반드시 보복, 도태시킨다.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악행은 선행보다 전염력이 5배는 강하기 때문에 악질 주위에 있으면 악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악질이 하나만 있어도 주변 모두가 엄청난 폐해를 입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이들이 상사가 되면 하루하루가 암울해진다. 회사가 지옥이 된다. 혹시 이런 이들과 함께 있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전문가들이 말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일단 찍히지 말라. 그런 다음 가능한 한 신속하게 피하라. 왜 그럴까? 폴 바비악과 로버트 헤어에 따르면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어떤 치료나 관리 프로그램이 이들의 상태를 호전시켰다는 사례나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
 
서광원


※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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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