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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편집국장 레터]홍남기ㆍ김수현은 베스트일까

“나는 개혁적 인사들이 일거에 내각과 청와대의 대세를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무현)당선인의 생각도 같았다. 사회분야 쪽은 그 게 가능했다. 우리에게 인재 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ㆍ안보ㆍ경제 등의 분야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 분야 인재 풀이 약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 쪽 분야는 잘 알지 못해서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운명』207페이지)
 
 VIP독자 여러분, 중앙SUNDAY편집국장 박승희입니다. 
다시『운명』이란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알고, 간접 대화라도 할 수 있으려면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섭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책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철저하게 사실을 기술한 책입니다. 문재인 냄새가 물씬 나는 책입니다. 그래서 지금 청와대와, 문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짐작하는데 이 책만한 선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인 2011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출간한 '문재인의 운명'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묘소에 헌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인 2011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출간한 '문재인의 운명'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묘소에 헌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경제 투톱이 교체됐습니다. 생각보다 갑작스럽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온갖 분석과 뒷얘기들이 등장할 겁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란 선택에 대해. 자유한국당 쪽 사람들에겐 묻지 않았습니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교체는 2기 경제팀의 출범이라 할만합니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한꺼번에 교체해서입니다. 교체에 대한 평가 지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홍남기와 김수현은 베스트 카드인가, 둘째 청와대는 이번 교체를 준비하면서 어떤 정책 목표를 세웠을까 입니다.
 
먼저 홍남기 부총리, 김수현 정책실장 카드는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인재 풀 중에서 베스트였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홍 부총리 내정을 발표하면서 인물평을 이렇게 했습니다. “예산ㆍ재정 분야 전문가이자 기획통으로 정평이 난 경제관료 출신으로, 국정과제 이해도가 높고 폭넓은 행정 경험으로 경제를 아우르는 정책 실행력과 조정능력을 보유한 경제 전문가…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 추진으로 경제 전반에 속도감 있게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상황에서 경제사령탑을 맡을 최고 책임자”.
1년5개월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내정할 때는 문 대통령이 직접 인물평을 발표했습니다. 이랬습니다. “기획예산처와 기재부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경제에 대한 거시적 통찰력과 조정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경제관료…지금 이 시기에 경제부총리 적임자로 판단했다. 경제계ㆍ학계ㆍ정계에서 두루 인정받는 유능한 경제전문가인 만큼 위기의 한국경제를 도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요. 한 명에겐 “최고책임자”, 다른 한 명에겐 “적임자”란 수식어를 쓴 게 눈에 띕니다. 다만 인물평에서 김동연보다 홍남기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지않는 건 편견일까요. 
문제는 시장의 반응입니다. 청와대 인물평과 달리 경제정책의 수요자인 시장의 판단은 2기 경제팀에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대기업 임원은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함께 발표됐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뉴스는 김동연ㆍ장하성 조합이 물러났다는 거고, 나쁜 뉴스는 그 자리를 홍남기ㆍ김수현 조합이 채웠다는 것”이라고. 대선 당시 ‘더문캠’에 몸담았던 인사는 “대통령이 자칫 시장을 상대로 싸우는 것처럼 비쳐질까 걱정”이라며 “꼭 이런 선택밖에 할 수 없었을까”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더문캠의 또 다른 인사는 “베스트를 기용한 인사라기 보다는 1년5개월 전 대통령이 경제팀 1기를 발표하면서 정했던 인선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찾아낸 퍼즐 맞추기 같은 인사”라고 평했습니다.  
종합하면 문 대통령을 좋아하거나, 좋아했던 사람들 조차 홍남기ㆍ김수현 카드가 ‘베스트 인선’이라는 데는 선뜻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2기 경제팀이 순항할지 여부가 달렸습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오른쪽)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5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오른쪽)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5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이번 경제팀 인사를 준비하면서 어떤 정책 목표를 세웠을까,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했을까는 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인재 풀이 풍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람을 교체했는데, 경제 현장의 평가가 냉랭하다면 ‘이럴 걸 대체 왜 바꿨느냐’는 실망이 보태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경제팀 교체를 가장 절실하게 바란 쪽은 실물경제 시장이었습니다. 이번 인사 발표 전 청와대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이 이 정부의 경제철학이라고 꿈쩍도 안한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 뭔지도 모르는 지역민들 사이에선 경제 때문에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심하다. 경제 지표가 나빠질수록 이 아우성들의 타겟은 장하성이고, 소득주도성장이다. 이 타겟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경제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의 바램은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인사를 발표하면서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을 고수하겠다는 목소리를 더 크게 냈습니다. 경제팀 교체를 발표하는 날 대통령은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습니다. 함께 이룬 결과물이 대기업집단에 집중되었습니다. 중소기업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가 무너졌습니다. 성장할수록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기업은 기업대로 스스로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켰습니다…”
홍 부총리 내정을 발표하면서 윤 수석도 “정부 철학ㆍ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저성장ㆍ고용없는 성장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소득주도성장ㆍ공정경제 등 핵심 경제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 포용국가를 이루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경제팀 교체가 아니라고 문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그래서 2기 경제팀 앞에는 1기 경제팀의 얼룩들이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백지에서 출발한 김동연ㆍ장하성 조합보다 더 열악한 환경입니다. 시장과 싸워야 하는 운명입니다. 이럴거면 왜 바꿨을까 라는 한탄도 고스란히 2기 팀의 몫입니다.  
 
책『운명』의 뒷부분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권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을 때,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빈틈없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매사 도덕적일뿐 아니라 능력 면에서도 최고의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가 과연 그랬는가를 묻는다면 겸허하게 돌아보게 된다…우리 역량의 부족함과 서투름,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경제팀 교체는 이런 성찰과 다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지난 주 중앙SUNDAY는 문재인 대선 캠프를 도왔던 진보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정부를 향해 “충성ㆍ진영보다 실력이 최고인 사람을 쓰라”고 조언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공감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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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중앙SUNDAY는 2탄 격으로 문 대통령의 경제멘토로 불렸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선데이 탐사보도팀은 ‘경찰서별, 판사별로 엇갈리는 복불복 성추행 판결’을 스페셜리포트로 다룹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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