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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음 없이 "불이야!" 고함만…종로 고시원 화재 목격담

"우리 사람들 불쌍해서 어떡해, 차라리 날 데려가시지…….”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고시원 주인 A씨(여·69)씨는 사건 현장 인근 슈퍼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A씨는 “차라리 날 데려가시지”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웃의 부축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일어선 A씨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냐"고 말하며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 
 
9일 새벽 5시 발생한 이번 화재로 18명이 부상당하고 7명이 사망했다. 고시원 2층에 두 달 동안 거주했다는 정모씨(41)는 “잠을 자던 중 경보음이 아니라 ‘불이야’라는 고함 소릴 듣고 휴대전화를 보니 5시였다”며 “그때 다들 우당탕탕하면서 대피를 했고, 속옷만 입고 도망친 사람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씨는 이어 “스프링클러 같은 것은 못 봤고 간이소화기는 있었던 것 같은데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화재발생 2시간이 지나서야 완진된 고시원 건물 3층은 창문 인근이 온통 까만 그으름으로 가득했다. 곳곳에 깨져있는 창문이 화재 당시 거주자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탈출을 시도했을지를 짐작하게 해줬다.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에 화재가 발생해 최소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정동 기자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에 화재가 발생해 최소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정동 기자

일각에서는 고시원 거주자끼리 술을 먹고 싸움을 하다 불이 났다거나, 담뱃불로 인한 화재라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정씨는 “평소 술 마시고 늦게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을 닫아놨다”며 “혼성인 2층과 달리 3층은 남성 전용이라 예전부터 고시원 안에서 술판을 벌이는 경우가 잦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치상 출입문과 가까운 호실에서 불이 난 게 아닌가싶다“고 주장했다.
 
화재가 난 고시원 맞은편에서 전업사를 운영하는 나모(60) 씨는 “평소 술 먹고 들어가는 사람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문도 다 닫고 지냈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 동네가 원래 불이 자주 나서 불안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화재를 목격했다는 주민 이모(62)씨는 “건너편 가게에서 새벽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처음 비명을 듣고 무슨 일이 났나 했다”며 “처음에는 연기만 났는데, 이후 불길이 번지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맞은편 고시원에 7월까지 살았던 이모(29)씨는 “이 인근 고시원은 정말 열악하고, 너무 좁아서 움직이기도 힘든 곳이 대부분”이라며 “불난 곳은 정말 오래돤 곳이라 더욱 열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 중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싸우다가 불이 났다거나 담뱃불을 던져 불이 났다는 등의 고시원 생존자들 증언 중 확인된 사실은 일절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10일 오전 소방 및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 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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