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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의 시시각각] ‘공정의 덫’에 빠진 문재인 정부

이현상 논설위원

이현상 논설위원

말(성장)이 아니라 마차(소득)를 앞세우던 마부 둘이 결국 다 바뀔 모양이다. 티격태격 끝에 된 마부 하나는 흉중에 감춰뒀던 말을 내뱉었다. “경제 위기가 아닌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다.” 마부 따위가 아니라 마주(馬主)가 문제라는 뜻으로도 들린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운용 3대 축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다. “공정경제로 대기업 집중력을 해소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 이것만으로 좀 부족하니 혁신성장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두어 달 전 한 팟캐스트에 나와 한 설명이다. 듣기엔 그럴듯한데 썩 정교한 논리는 아닌 것 같다. 거꾸로 가는 현실을 보면 ‘희망 사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소득주도와 혁신은 이질적이다 못해 상반되는 면이 있다. 하나가 평등의 가치에 기반을 뒀다면, 다른 하나는 보상의 차이가 필요하다. ‘김 앤 장’ 두 마부의 갈등은 이 두 축의 대리전이었다. 중국 사회주의 수립 과정에서 벌어진 ‘홍전(紅專) 투쟁’을 연상케 한다. 공정경제는 어울리지 않는 두 축을 결합하는 아교 역할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문재인 정부의 약한 지점이 바로 ‘공정’이었다. 평창 겨울올림픽 단일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세습 등 이슈마다 불거져 지지층마저 흔들리게 했다. 왜일까.
 
공정성이란 게 뭔지 근본적 고민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게 공정인가, 누구든지 보편적이고 평등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게 공정인가. 현실에서는 다음 같은 질문이다. “열심히 정규직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우선인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우선인가.” 질문은 이어진다. “소비자에게 편리한 신기술을 들고나온 사업자가 우선인가, 이 때문에 어려움에 몰리는 집단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인가.”
 
미국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바른 마음』에서 이 질문을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으로 설명한다. 보수(우파)는 ‘비례의 원칙’에 맞아야 공정하다고 느끼고, 진보(좌파)는 ‘평등의 원칙’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공정을 들고나온 문재인 정부에서 두 원칙은 계속 부딪쳤다.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고용 세습 논란은 바로 ‘비례성의 원칙’이 훼손된 데 대한 분노였다. 한편으로는 보편적 복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친노동 같은 ‘평등 원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 충돌 지점을 애매하게 덮으며 가고 있다.
 
두 원칙 중 하나가 명확하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속 편할 텐데 애매한 신호 때문에 더 괴롭다. 혁신과 규제 완화 소리가 들리면 ‘비례 원칙’에 기대를 걸다가, 국회 계류 중인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생각하면 ‘평등’을 떠올리며 움츠러든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또 뭔가.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이 나면 협력업체와 나누라니, 이것도 ‘공정’인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내건 100대 국정과제 중 51개가 공정 경제 관련이었다(한국경제신문 지난해 9월 25일자). 이런 중요한 공정의 정체가 명확지 않아 시장은 헛갈리고 불안하다. 이런 와중에 혁신의 싹은 시들어 가는 게 문제다. 원격의료, 차량·숙박 공유 서비스 같은 유망 산업이 평등 프레임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소득성장과 혁신 사이에 있는 공정의 개념이 모호해서는 새로 마부석에 누가 앉든 갈등은 반복된다. 차라리 공정 대신 다른 단어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확실한 것은 배분할 자원이 적어질수록 비례의 원칙은 더 중시된다는 점이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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