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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경유값·보조금 그대로 … 민간 경유차 줄일 대책 빠졌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인근 도로에서 한국환경공단 직원이 자동차 배출가스 원격측정(휘발유·가스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부문 경유차 퇴출 내용이 포함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8일 발표했다. [우상조 기자]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인근 도로에서 한국환경공단 직원이 자동차 배출가스 원격측정(휘발유·가스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부문 경유차 퇴출 내용이 포함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8일 발표했다. [우상조 기자]

정부는 8일 미세먼지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를 재난 수준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6월과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대책에 이어 세 번째 종합대책이다.
 
전문가들은 "타이틀은 그럴 듯하지만 대책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실속이 없다”는 반응이다. 국무총리실이나 환경부가 고심한 흔적은 보이지만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우선 2030년까지 공공 부문에서 경유차를 퇴출한다는 ‘클린 디젤’의 폐기 선언은 신선하지만 핵심이 빠졌다는 것이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낮은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경유차는 여전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2017년 한 해 신규로 등록한 차량 가운데 휘발유 차량이 41.5%였는데 경유차는 44.8%였다. 그나마 폴크스바겐 등의 배출가스 시험 조작이 드러나면서 경유차 구매가 주춤해진 탓이다. 2015년에는 신규 등록 차량 중 경유차가 52.5%였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민간 부문에서도 경유차를 줄여야 하는데, 화물트럭에 보조해 주는 유가보조금(국토교통부 소관)이나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기획재정부 소관)이 빠졌다”고 말했다.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휘발유·경유의 상대가격 조정 없이는 경유차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석태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경유세 인상은 환경부 소관이 아니어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가 논의를 통해 경유차를 줄일 수 있는 후속 조치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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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도 영향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이 기존에 시행하던 정책의 연장 선상이거나 조금 강화하는 수준이어서다. 예컨대 공공기관 친환경 차 구매 비율 확대 정책은 지금도 시행 중이다. 다만 현행 구매비율(50~70%)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게 차이점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승용차보다 특수차(폐기물처리차·청소차·고가사다리차 등) 비중이 높다. 정부도 특수차처럼 대체 차종이 없는 경우 여전히 디젤차를 쓰도록 규정했다. 게다가 2016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이미 클린 디젤을 저공해 차에서 제외했다. 노후 경유차 퇴출이나 소상공인이 경유차를 폐차하고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 역시 시행 중인 제도다.
 
다만 경유차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소한 인센티브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예컨대 클린 디젤차 소유자는 연간 두 차례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해야 하던 환경개선부담금(지자체별로 2만~4만원 안팎)을 면제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납부해야 한다. 또 공공주차장 주차비나 혼잡통행료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디젤차는 약 95만 대로 추정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럭·버스·화물차 특장차는 연료효율·파워 때문에 가솔린차로 대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디젤차 비중이 높은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파급 효과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디젤차 판매 비중이 70% 이상인 BMW그룹코리아는 "주력 모델이 디젤차인 상황에서 이번 정책 변화가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디젤 대신 BMW3 시리즈와 X5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나 i3 등 전기차 국내 도입 비중을 늘리는 등 판매 라인업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줄이는 내용도 큰 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일단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붙는 세금을 이날 발표대로 조정할 경우 LNG에서 ㎏당 55.4원의 세금을 더 걷다가 내년 4월부터는 유연탄보다 23원 더 적게 걷게 된다. 강 연구위원은 "영흥화력발전소 7·8호기의 경우 석탄 대신 LNG를 사용하면 연료비가 연간 1조원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세율이 달라지더라도 석탄 발전이 갑작스럽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업계 전체로는 종전보다 LNG를 더 많이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업계는 "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언급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입을 닫았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셧다운(봄철 또는 미세먼지 고농도 때 가동중지)이나 연료 세율 조정 조치가 발전소 인근 대기환경은 개선할 수 있지만 멀리 떨어진 수도권 미세먼지까지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도 "이번 정책을 추진하면 전기료가 급등할 텐데 이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며 "보다 정밀한 액션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클린 디젤 정책 잘못 시인 … 미세먼지 때문에 퇴출
2009년부터 시행된 클린 디젤 정책은 ‘저공해’ 기준에 부합하는 일부 경유차에 각종 감면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당시 경유차는 휘발유보다 연비가 더 좋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이유로 ‘클린 디젤’이라는 이름이 붙어 판매를 장려했다.  
 
2010년부터는 유로5 기준, 즉 유럽연합(EU)에서 정한 경유차 배출 허용 기준을 만족하는 경유차에 환경개선 부담금을 면제해 주면서 경유차 보급률이 크게 늘었다. 저공해 경유차는 서울시 공영주차장의 주차요금과 혼잡통행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던 중 2015년 말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경유차의 오염 논란이 불거졌다. 환경부는 2016년 6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클린 디젤 정책이 잘못됐음을 인정한 바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문희철·김민중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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