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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연금안 유출자 잡으려 복지부 국·과장 휴대폰 압수

청와대가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 공무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런 사실이 공개됐다. 7일 보건복지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 개혁안을 보고하기 전날 저녁 당일 조간신문에 보고 내용이 먼저 보도된 것을 두고 유출자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폭거를 저질렀다”고 따졌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당한 감찰 절차”라고 맞섰다. 이날 예결위에 참석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복지부 실무자와 접촉했는데 전화가 모두 꺼져 있었고, 청와대에서 유출자를 조사하기 위해 국·과장 휴대전화를 압수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따졌다. 박 장관은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 보안 검사 차원에서 동의서를 받고 전화기를 제출했다고 들었다”고 시인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휴대전화 압수의 적법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김 의원=“청와대가 무슨 절차를 거쳐 압수한 것인가.”
 
▶박 장관=“(이번에)대통령 보고 전날 밤에 중간보고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그래서 정보가 왜 나갔는지 언짢았다. (청와대가) 유출 경위를 파악하려는 것 같다.”
 
▶김 의원=“헌법 12조에는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독재주의에도 없던 일이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가세했다. 장 의원은 “청와대가 국민연금과 관련된 자료를 언론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청와대에서 지금 보건복지부의 국·과장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는 거다. 어떻게 이런 폭거를 저지르느냐. 청와대가 무슨 힘으로 휴대전화를 압수하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예결위에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는 기재부 공무원 휴대전화 압수 여부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복지부 담당 국장과 과장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받아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특별감찰반이 감찰하고 있다. 압수가 아니다”며 “특별감찰반은 비서실 직제 제7조에 따라 설치됐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5급 이상 고위공직자 감찰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감찰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예결위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근대적이고 독재정권도 안 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국가공무원법상 비밀 준수 의무 위반하면 징계 사유”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안은 국민에게 밀접하게 영향을 주기에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이라며 “언론이 국민에게 알려주는 게 당연한데 정부가 공무원 휴대전화까지 받아 유출 경위를 조사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압박하고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이런 행위는 공무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청와대에서 분위기를 잡으면 공무원은 위축되고, 영혼 없는 공무원을 양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확정되지 않은 안이 언론에 보도돼 정책 대상인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게 정부 입장에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고, 공직자는 직무 수행에 관계된 정보나 비밀을 엄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휴대전화 제출을) 강제적인 분위기에서 동의받은 것은 실제 동의라고 볼 수 없다. 청와대가 공무원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할 권한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이승호·위문희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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