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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결핵 백신서 비소 검출 … 놀란 부모들

“신생아용 백신에 비소라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에요.”
 
생후 5개월 된 아들을 둔 직장인 이모(40) 씨는 지난 7월 아이에게 경피용 BCG 백신을 맞혔다. 이씨는 “아기가 덜 아파하고, 흉터도 덜 생긴다고 해서 무료 주사 대신 7만원 짜리 경피용 BCG를 맞혔는데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결핵 예방 주사인 BCG 백신에서 비소가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일 회수 조치에 나선 가운데 영유아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8일 하루 새 부모들의 성토 글 150여개가 올라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은 ‘일본BCG’가 제조한 경피용 BCG다. 경피용 BCG는 백신 주사제, 식염수, 도장형 주사기가 한 세트로 구성된다. 주사제와 식염수를 섞어 팔뚝에 바른 뒤 도장 주사기를 두 번 찍어 눌러 피부 안에 밀어 넣는다. 제품 중 식염수에서 비소가 나왔다. 유리로 된 식염수 용기에 열을 가해 밀봉하는 과정에서 비소가 녹아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에 비소가 섞여 있다는 사실은 최근 주사제 시험 기준이 바뀌면서 확인됐다. 기존에는 식염수를 용기에 나눠 담기 전에 검사했지만, 완제품 상태에서 검사하도록 기준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비소 검출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건강 영향성 평가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제품에서 나온 비소의 양은 0.039㎍(0.26ppm)으로 하루 허용량의 1/38 수준이다. 허용량 기준은 평생 매일 맞을 때를 가정해 만든 것이지만, BCG 백신은 평생 한 번만 맞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 후생성은 지난 5일 “이미 유통된 제품은 회수하지 않고, 더는 새 제품이 공급되지 않도록 출하 정지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후생성은 제조업체의 보고를 받고도 이를 석달이나 늑장 공표해 비판을 받고 있다. 후생성 측은 “대체품이 없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어서 원인규명과 대책 검토를 하는 사이 공표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리 보건당국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시중에 깔린 주사제를 즉시 회수하기로 했다. 회수 대상 백신은 14만1215개다. 이 중 12만여개는 이미 접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승진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은 “만에 하나에 대비하기 위해 일단 회수하고 제품에 대해 독극물 시험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제품이 처음 국내에 들어온 건 1993년이다. 최 과장은 “만약 제조사가 줄곧 같은 재질의 용기를 사용했다면 25년간 문제가 이어져 왔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다만 백신 속 비소는 미량이고,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3~5일 이내에 소변으로 배출돼 과거에 맞은 백신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경피용 BCG를 쓰는 나라는 제조국인 일본과 한국 뿐이다. 해외에선 주사 바늘을 피부 아래로 찔러넣어 조그만 돌기 모양의 흔적이 남는 ‘피내용BCG(일명 불주사)’가 흔히 사용된다.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결핵 예방을 위해 반드시 피내용을 주사하도록 권고한다. 경피용은 예방접종 효과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고, 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무료인 국가예방접종사업에는 피내용 BCG를 쓴다. 경피용 BCG는 비급여로 접종 비용이 4만~7만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90년대부터 ‘프리미엄 주사’로 알려지며 유행했다.  
 
부모들은 “흉터를 적게 남기고 덜 아프다”는 장점 때문에 경피용BCG를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유병률·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을 결핵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려면 반드시 백신을 맞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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