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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영화면 어때 … ‘완벽한 타인’ 이야기의 힘

영화 ‘완벽한 타인’은 고교 동창인 네 남자와 이들의 아내인 세 여자 등 모두 일곱 사람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인 이탈리아 영화는 한국에서는 미개봉작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완벽한 타인’은 고교 동창인 네 남자와 이들의 아내인 세 여자 등 모두 일곱 사람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인 이탈리아 영화는 한국에서는 미개봉작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완벽한 타인’이 개봉 8일 만에 220만 넘는 관객을 모았다. 총제작비 60억원, 관객 수로 환산해 180만 명으로 알려진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기는 흥행 성적이다.  
 
부부 동반 모임에서 핸드폰 통화와 문자를 실시간 공개하기로 하며 각자의 비밀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로, 유해진·염정아, 조진웅·김지수, 이서진·송하윤 등이 극 중 부부로 등장한다. 그중 남자들은 모두 속초에서 자란 고등학교 동창. 식탁에는 속초에서 주문한 이름난 먹거리가 이어진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이탈리아에서 2016년 자국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Perfetti sconosciuti(완벽한 타인들)’. 한국에선 개봉한 적 없는 영화다.
 
낯선 해외 원작을 리메이크한 한국영화의 흥행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조진웅·류준열 등이 주연한 범죄액션물 ‘독전’이 506만, 손예진·소지섭 주연의 멜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260만, 김태리 주연의 청년 귀향기 ‘리틀 포레스트’가 150만 관객을 모으는 성공을 거뒀다. ‘독전’의 원작은 홍콩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에서 각각 소설과 만화로 나와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 만들어졌던 경우다.
 
과거에도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관객 459만, 원작은 아르헨티나 영화), 2013년 ‘감시자들’(550만, 원작은 홍콩 영화) 등 리메이크 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올해는 부쩍 늘어 리메이크 붐이라고 할 만하다. 체코 영화가 원작인 ‘바람 바람 바람’(119만), 스페인 영화가 원작인 ‘사라진 밤’(131만), 일본에서 소설로 나와 영화도 먼저 만들어졌던 ‘골든 슬럼버’(138만)등도 올해 개봉한 리메이크 영화다.
 
영화를 만드는 쪽에서는 이런 붐이 의도한 일은 아니란 입장이다. ‘독전’의 제작자 임승용 용필름 대표는 “리메이크에 따로 관심을 갖는다기보다 원작이든 오리지널 시나리오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이라며  “(일본 만화를 원작 삼은) ‘올드보이’도 그랬고, ‘방자전’도 춘향전을 새롭게 접근했던 것처럼 제게는 꾸준히 해왔던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프랑스 영화가 원작인 2014년 ‘표적’(284만), 일본 영화가 원작인 2016년 ‘럭키’(697만)로도 흥행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완벽한 타인’의 제작자 박철수 필름몬스터 대표 역시  “원작이 영화든 웹툰이든, 오리지널 시나리오든 제작자·기획자 입장에서 큰 차이는 없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상업적인 가능성이 있는가, 이 두 가지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타인’은 원작을 보고 휴대폰을 매개로 인간의 본성과 사람 사이의 관계나 비밀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고, 이것이 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벌어진 꿈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영화적 표현에 끌렸다”고 전했다. 속초는 실은 그의 고향. 영화에서 고교 동창들이 어린 시절 영랑호가 짠물이냐 민물이냐 등을 두고 싸우는 에피소드는 물론 원작에 없는 부분이다.
 
사실 원작의 유명세는 리메이크에 득보다 독이 될 수 있다. 올여름 개봉한 ‘인랑’처럼 원작이 워낙 유명하면, 달라진 전개나 결말이 비교될 수밖에 없다. 원작인 같은 제목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2000년 한국 개봉 당시 많은 관객이 본 건 아니지만, 원작자 오시이 마모루의 명성과 함께 꾸준히 회자돼 온 작품이다.
 
해외 원작의 리메이크에 대해 영화칼럼니스트  김형석씨는 “현실에서 직접적인 모티브를 많이 얻어온 한국영화의 콘텐트 전략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리메이크 영화는 프랜차이즈 영화처럼 ‘영화에서 비롯된 영화’”라며 “기존에 한국영화가 현실, 역사물이든 현대물이든 실제 사건이든 아니든 갑을관계를 비롯한 현실에서 창작 소스를 많이 가져왔던 것과 다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작을 한국화해서 한국적 맥락으로 전개하는 노하우가 많이 생긴 것 같다”며 다른 한편으로 “리메이크가 한국영화의 산업적 토대를 탄탄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웅·류준열 등이 주연한 영화 ‘독전’. 올해 5월 개봉해 500만 넘는 관객을 모았다. [중앙포토]

조진웅·류준열 등이 주연한 영화 ‘독전’. 올해 5월 개봉해 500만 넘는 관객을 모았다. [중앙포토]

올해 개봉한 리메이크 영화는 ‘독전’‘인랑’ 등을 제외하면 제작비 규모로 대개 중간 크기나 그 이하의 작품이다. 한국영화 시장이 어느새 대작 중심이 되면서, 추석 등 굵직한 대목에 개봉이 몰려 과열 경쟁이 벌어지는 것과 달리 이런 중간 크기 리메이크 영화는 상대적으로 비수기에 개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오리지널 시나리오에서 새롭고 돌발적인 이야기가 발굴되는 대신 중간 사이즈 리메이크가 그 빈 공간을 메워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타인’,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성공한 리메이크는 대개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라며 “그 바탕은 아이디어와 앙상블 연기력”이라고 꼽았다. 다시 말해 지금의 리메이크 붐은 “한국영화의 제작 수준이나 완성도가 높아진 데 비해 아이디어가 고갈된 데서 벌어진 현상”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리메이크는 원작이 자국에서 이미 흥행했다는 것이 영화화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리메이크만 아니라 오리지널 시나리오에서도 새로운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돼야 한국영화가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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