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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거리·오르막에선 핀 꽂고 퍼트해라

『퍼트 바이블』의 저자 데이비드 펠즈는 실험을 통해 ’핀을 꽂아 놓으면 퍼트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깃대가 기울어졌든, 내리막 또는 오르막이든 성공률이 높다는 주장이다. [AP=연합뉴스]

『퍼트 바이블』의 저자 데이비드 펠즈는 실험을 통해 ’핀을 꽂아 놓으면 퍼트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깃대가 기울어졌든, 내리막 또는 오르막이든 성공률이 높다는 주장이다. [AP=연합뉴스]

보수적이던 골프에서 내년부터 깃대 자율화가 실시된다. R&A 등 골프 규칙 규제기관은 규칙 현대화 작업의 일환으로 그린에서 핀을 꽂은 상태로 퍼트해도 된다고 허용했다.
 
이전까지 그린에서 퍼트해 깃대에 맞는 경우 2벌타가 부과됐다. 핀이 홀에 꽂혀 있든, 빠져 있든 퍼트한 공이 깃대에 닿으면 벌타였다.  
 
골프 규칙 역사를 연구한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골프 규칙이 깃대에 보수적이었던 이유는 핀은 코스의 일부가 아니라 멀리서 홀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만 하는 일종의 인공 장치로 봐서일 것”으로 추정했다. 
골퍼의 기술만으로 퍼트를 해야 하는데 깃대를 이용한다면 부당한 도움을 받아 옳지 않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초창기 골퍼들은 핀이 퍼트에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고 생각했으리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깃대 규칙을 지키려면 불편했다. 먼 거리에서 퍼트할 때도 누군가 깃대를 잡고 있어야 한다. 캐디 없이 라운드하는 아마추어는 홀까지 가서 깃대를 뽑고 와야 했다. 
 
규제기관은 경기 시간을 줄이려 오래된 규정을 고치게 됐다. 깃대에 따른 유, 불리함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깃대를 꽂아둬 공이 튀어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깃대에 맞고 홀에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으로 단순하게 봤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지난 5개월간 PGA 투어에서 4승을 한 뜨는 스타이자,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리며 실험정신이 넘치고, 자꾸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 보수적인 규제기관과 몇 차례 충돌한 브라이슨 디섐보가 “내년부터 깃대를 꽂고 퍼트하겠다”고 말하면서다.  
 
디섐보는 “핀의 반발계수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데 반발계수가 낮은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깃대라면 꽂는게 홀인에 유리하다”고 했다. 그는 또 “일반 대회 보다 굵은 깃대를 쓰는 US오픈에서는 빼겠다”고 했다. 
 
디섐보는 선수마다 핀을 빼고 꽂는 취향이 달라 경기시간이 단축되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 규제기관에서 규칙을 다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염장을 지르기도 했다.  
 
물리학도이자 세계랭킹 5위 디섐보의 말이라면 검증을 해볼 필요가 있다. 핀을 꽂고 퍼트하는 것이 유리한가, 빼고 하는 것이 유리한가.
 
JTBC골프의 세 명의 해설위원은 먼 거리는 꽂는 게 좋다고 봤다. 박원 위원은 “롱퍼트에서 거리감을 생각하면 꽂는 것이 유리하고, 가까운 거리에서도 아주 세게 치지 않는 한 불리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송경서 해설위원은 “과감하게 퍼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먼 거리는 내리막, 오르막 모두 꽂는 것이 유리하다. 가까운 것은 빼는 게 나을 듯하다”고 했다. 박도규 해설위원은 “꽂고 퍼트하는 것이 먼 거리는 훨씬 유리하며, 가까운 것은 골퍼 취향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나라면 가까운 거리도 꽂고 할 것”이라고 했다.  
 
최종환 퍼팅아카데미 원장은 “대체적으로 꽂는 게 유리하고 깃대의 기울기나 재질, 깃대 중앙을 맞춰서 넣기 힘든 경사가 심한 상황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KPGA의 김태훈 선수는 “대부분 빼고 칠 것 같다. 멀리 있는 것은 몰라도 짧은 것은 확실히 불편하다. 핀이 홀 중앙에 있는 경우가 별로 없고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변수가 생긴다”고 말했다.  
 
KLPGA의 최혜용은 “프린지에서 깃대 꽂고 퍼트했을 때 성공률이 매우 높았다. 먼 거리에서는 깃대를 꽂는 것이 거리감 등에서 확실히 좋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튀어나올 가능성 때문에 치우는 것이 나을 듯하다. 오르막은 꽂는 것이 좋지만 내리막은 홀인 보다는 붙이려고 칠 때가 많아 깃대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저스틴 로즈의 퍼트 코치인 필 캐년은 “전반적으로 반발계수가 높은 철제 깃대는 뽑는 게 좋고, 디섐보의 주장처럼 유연한 유리 섬유 등의 재질은 꽂는 게 나을 텐데 공이 떨어지는 공간과 바운스 등은 테스트를 해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테스트를 쇼트게임 전문가 데이비드 펠즈가 해봤다. 그는 2005년 ‘칩샷할 때 핀을 꽂는 것과 빼는 것 중 무엇이 유리한가’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퍼트 기계와 선수 출신이 공이 홀을 지나가는 스피드로 오르막, 내리막, 빠른 그린, 느린 그린의 홀 중앙과 좌우측 등으로 수천 개의 공을 쳐봤다.  
 
그는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깃대가 있는 것이 유리했다고 발표했다. 
 
그가 내린 세부 결론은 첫째, 깃대가 골퍼 쪽 또는 반대쪽으로 약간 기울어 꽂혀 있을 때 더 잘 들어간다. 골퍼의 반대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들어갈 구멍이 커지고, 골퍼 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공이 아래로 튕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둘째, 핀이 심하게 골퍼 쪽으로 기울어 있어 홀을 막는다면 빼는 것이 좋다.  
 
셋째, 공이 홀 구석으로 가 핀을 정통으로 맞히지 못하더라도 깃대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 내리막일 때 효과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데이비드 펠즈는 “프린지에 조금이라도 걸렸다면 반드시 핀을 꽂은 상태로 퍼트하라”고 충고했다. 내년부터는 프린지에 걸리지 않더라도 핀을 꽂고 퍼트를 할 수 있다. 펠즈의 실험이 현실에 적용된다면 긴 거리는 핀을 빼지 않고, 짧은 거리도 일부 골퍼만 깃대를 빼고 퍼트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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