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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켈리는 그만, 웃는 켈리로 불러주세요

지난 7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는 SK 외국인 투수 켈리. 한국 진출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첫 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는 SK 외국인 투수 켈리. 한국 진출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첫 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켈크라이.’
 
프로야구 팬들은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30·미국)를 이렇게 부른다. 그의 이름 ‘켈리’에 영어 ‘크라이(cry·울다)’를 더한 별명이다. 2015년 SK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이후 눈물이 날 정도로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준 별명이다.
 
2015년, 데뷔 시즌부터 꼬였다. 그가 선발로 나서는 날에는 자주 비가 내렸다. 경기 시작시간인 오후 6시 30분까지는 한 방울도 비가 내리지 않다가 경기 도중 억수같이 비가 쏟아져 노게임이 선언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켈리는 당시 매일 아침 일어나 휴대전화로 날씨부터 확인했다. 켈리는 “동료들은 나를 ‘레인(rain·비)’이라고 부른다. 내가 생각해도 딱 맞는 별명이다. 한국의 신이 나를 시험하고 있나 보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날씨가 심술을 부린 탓에 켈리는 KBO리그 데뷔승을 개막한 지 한 달여 만에 올렸다. 번번이 비가 내린 탓에 선발 등판일이 조정되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지만, 2015년엔 완투승 한 차례를 포함해 11승(10패)을 거뒀다.
 
진짜 고난의 시간은 이듬해부터였다. 2016년 켈리는 33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모든 선발투수 가운데 최다등판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평균자책점은 3.69로 5위였다. 200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무쇠 팔을 과시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도 22차례나 됐다. 그러나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렇게 잘 던지고도 단 9승(8패)에 그쳤다. 켈리가 호투하는 날엔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혹은 불펜 투수들이 여러 차례 그의 승리를 날려버렸다. 켈리는 “괜찮다”며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팬들은 켈리의 그런 모습을 더 안타까워했다.
 
지난해엔 16승(7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하며 한국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왼손 에이스 김광현(30)이 팔꿈치 수술로 자리를 비운 사이 켈리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며 SK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지난해 활약 덕분에 올해 연봉은 140만 달러(약 16억원)로 껑충 뛰었다. 성적에 따라 35만 달러(약 4억원)를 더 받을 수 있다. 올 시즌엔 다소 기복이 있어서 평균자책점은 4.09로 높아졌지만, 12승(7패)을 거두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가을야구할 때마다 부진한 것도 그의 약점이었다. 올해 한국시리즈를 치르기 전까지 그는 포스트시즌 4경기에 나와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9.75의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2017년 5위를 기록했던 SK는 그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졌다. 선발로 나간 켈리는 2와 3분의 1이닝 동안 8실점을 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올해도 켈리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5차전에서 불펜으로 나왔다. 켈리의 가을야구 징크스는 올해도 계속됐다. 2경기 동안 6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6실점(3자책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켈리는 LA 다저스의 클레이턴 커쇼 같은 선수”라고 했다. 사이영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커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꼽히지만, 유독 가을야구에서는 실력 발휘를 못했다.
 
그랬던 켈리가 가장 큰 경기인 한국시리즈에서 마침내 포스트시즌 첫 승을 거뒀다. 지난 7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로 나와 7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0자책)을 기록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내야수가 결정적인 실책을 2개나 저질렀지만 흔들리지 않고 막아냈다. 지난 4시즌 동안 지독한 불운을 겪으며 단련된 덕분이었다. 켈리는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경기에서 포스트시즌 첫 승을 따냈다”며 “이제 ‘켈크라이’가 아닌 ‘켈스마일’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켈리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큰 고생을 모르고 자란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 켈리의 아버지는 유명 호텔과 여러 개의 식당을 경영했다. 켈리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 곳곳을 돌아다닌 덕분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도 잘 어울린다. 문화가 전혀 다른 한국에서 빨리 적응한 것도 이런 성격 덕분이었다. 다양한 한국 음식도 먹어봤는데 그중 구수한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한다.
 
한편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4차전은 비로 하루 연기됐다. 9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이 열린다. 경기가 하루 밀리면서 두산은 선발투수를 이영하(21) 대신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31)으로 교체했다. 지난 4일 1차전에서 선발로 나왔던 린드블럼은 6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홈런 2개를 포함해 6개의 안타를 맞고 5실점 해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1승2패로 뒤지고 있는 두산 입장에선 올해 다승 2위(15승), 평균자책점 1위(2.88)로 활약한 린드블럼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SK는 예정대로 김광현이 선발로 나온다.
 
메릴 켈리 KBO리그 성적
2015년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13
2016년 9승 8패 평균자책점 3.68
2017년 16승 7패 평균자책점 3.60
2018년 12승 7패 평균자책점 4.09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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