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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회담 연기됐는데 느긋한 트럼프 “서두를 것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치르자마자 북핵 문제를 놓고 “서두를 것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지금 북한과 진행되는 상황에 만족하고 있으며,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미사일과 로켓도 멈췄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나는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그들의 대응이 있어야(responsive) 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쌍방향(two-way street)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선 현안인 전국선거를 끝내며 숨을 돌린 트럼프 대통령이 ①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 ②하지 않으면 제재 완화도 없다 ③제재가 있는 한 우리는 급할 게 없다는 대북 협상의 속내를 대놓고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됐는 데도 오히려 느긋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유지되는 한은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관련된 질문은 두 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답하면서 “서두를 것 없다(in no rush 혹은 in no hurry)”는 말만 일곱 차례 반복했다.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는 말은 네 차례 했다. 소식통은 “북핵 문제는 중간선거용으로 충분히 잘 썼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일 것”이라며 “고위급 회담 연기 발표를 중간선거일에서 1분 지난 7일 0시1분에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 “내년 초 언젠가”라며 고위급 회담 연기와 상관없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위급 회담 연기 배경과 관련한 질문에 “출장 일정들이 잡히고 있어서”라고 답했다. 취소(cancel)라고 표현하지 않고 일정 변경(change)이라고 표현하며 “다른 날짜에 하려고 한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통일부 소관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를 듣고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통일부 소관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를 듣고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연기를 요청한 쪽이 북한이라고 확인했다. 강 장관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설명으로는 북측에서 ‘서로 일정이 분주하니까 연기하자’고 하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의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순전히 일정 문제”라며 “굉장히 단순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일정 문제 때문”이라는 말만 12번 했다.
하지만 일정 문제를 내세운 것은 핑계에 가깝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영변 핵시설 사찰 및 이를 위한 핵심시설 신고를 요구하는 미국과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 사이에 본질적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실제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회담 취소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전까지는 경제적 보상이 없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입장에 대한 북한의 불만 메시지로도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북한 간 외교 프로세스가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정점을 찍은 뒤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quicksand)에 빠졌다”며 “양측의 기대와 요구가 맞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쉬울 게 없다는 식으로 나섬에 따라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북한 역시 미국의 ‘전략적 무시’에 도발로 대응한 전력이 있는 만큼 북ㆍ미 협상 지연이 장기화되면 도발 예고로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정부가 난감해졌다. “서두를 것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리민족끼리”를 내건 북한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도 있다. 9ㆍ19 남북 정상회담 때 합의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로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고위급 회담 일정이 다시 잡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유지혜ㆍ권유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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