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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들 범죄자로”…500억원 번 도박사이트 운영진의 말로

베팅액 1조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 이들은 외국 카지노 딜러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조작이 없다고 홍보했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베팅액 1조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 이들은 외국 카지노 딜러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조작이 없다고 홍보했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500억원. 최근 경찰에 붙잡힌 이모(38)씨 일당이 7년간 벌어들인 불법 수익이다. 2011년 이씨는 친구 나모(38)씨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에 손을 댔다. 개발자를 섭외해 사이트는 만들었지만 손발 역할이 필요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넘어가 최모(33)씨와 한모(33)씨가 뛰어들었다. 둘은 중학교 동창이었다.
 
이들 사이트의 도박은 합법적인 사행성 게임보다 베팅액이 높았다. 나눔로또의 ‘파워볼게임’ 등이 하루 3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면, 이곳에서는 5분마다 100만원까지도 베팅할 수 있었다. 개경주·사다리·홀짝·바카라 등 할 수 있는 게임도 다양했다. 딜러가 나오는 해외 카지노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인위적인 조작이 없다고 홍보했다.
 
이내 회원들이 몰렸다. 이들은 늘어나는 불법 수익을 한 계좌에만 넣어놓기 불안했다. 대포통장이 필요했다. 최씨와 한씨는 동창들을 유인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통장을 팔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가족과 부인 통장까지 판 경우도 있었다. 한 개에 50만~100만원 줬다.
 
7년간 이들은 200여 개 통장으로 불법 수익금을 관리했다. 경찰이 추정하는 수익금은 500억원 이상에 이른다. 지금까지 베팅금은 약 1조원 규모다. 규모가 늘어날수록 관리책들은 더 필요했다. 이 자리들도 모두 동창으로 채웠다.
 
회원이 상당수 모이자 이들은 사이트에 ‘회원가입’도 없앴다. 기존 회원들에게 추천받은 회원들만 가입시켰다.
경찰이 불법 도박사이트의 운영진에게 압수한 현금.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경찰이 불법 도박사이트의 운영진에게 압수한 현금.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하지만 이 회원들 때문에 그들은 꼬리가 잡혔다. 지난해 10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제보가 수차례 들어왔다. 이 사이트를 신고하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끈질기게 수사를 했다. 지난 3월 운영책 한 명 검거를 시작으로 피의자 14명과 통장 판매자 61명, 도박 행위자 31명 등 총 106명을 붙잡았다. 이 중 9명은 구속했다. 현금 22억7000만원, 외제차 4대 등도 압수했다.
 
김대환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수사1팀장은 “핵심멤버 대부분이 동창들이었다. 친구들을 범죄자로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나씨 등 일부 운영진은 붙잡지 못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사무실에서 운영되는 사이트에 대한 인터폴 수사를 진행해 검거에 주력하겠다”며 “은닉한 불법 수익금도 추적해 철저히 환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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