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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콘크리트 위에서만 사육하라는 이상한 법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33)
경기도 이천의 돼지박물관에서 축산농가와 생태학자가 모여 동물복지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아마도 농촌에서 국제 세미나가 열린 것은 처음일 것이다. [사진 김성주]

경기도 이천의 돼지박물관에서 축산농가와 생태학자가 모여 동물복지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아마도 농촌에서 국제 세미나가 열린 것은 처음일 것이다. [사진 김성주]

 
단풍놀이가 한창인 11월 3일 경기도 이천의 돼지박물관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해마다 열리는 ‘꽃돼지 축제’를 맞이해 축산농가와 생태학자가 모여 동물복지 국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축산 농장에서 동물복지를 논의하는 것이 생소할 수 있으나 사람이 음식으로 소비하는 가축부터 동물복지가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아마도 농촌에서 국제 세미나가 열린 것은 처음일 것이다.
 
농촌에서 처음 열린 동물복지 국제 세미나
주제는 ‘21세기 동물과 인간의 새로운 만남’이었다. 국립생태원의 정길상 박사가 ‘생물 다양성과 인간’에 대해 발표하고, 같이 근무하는 장지덕 박사가 ‘동물원의 동물 복지’를 발표했다. 
 
이어서 프랑스에서 생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에 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호텐스 세릿 박사가 ‘유럽의 동물복지 정책’을 발표하며 한국과 유럽 간의 동물 복지 정책 차이를 설명했다. 충북 음성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자연목장의 이연재 대표는 ‘자연목장의 동고동락’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정길상 박사가 국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정길상 박사는 최근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 공해에 대해 운을 떼면서 인간이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끼치는 해악에 대해 경고했다. [사진 김성주]

정길상 박사가 국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정길상 박사는 최근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 공해에 대해 운을 떼면서 인간이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끼치는 해악에 대해 경고했다. [사진 김성주]

 
정길상 박사는 최근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 공해에 대해 운을 떼면서 생물 다양성의 중요함을 이야기하며 인간이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끼치는 해악에 대해 경고했다. 게다가 국제 멸종위기종이 버젓이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무지한 현실을 고발하며 야생동물 보호는 가까운 곳에서 실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인간이 먹고살려고 짓는 농사로 인해 오히려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숲 보존 활동으로 커피 생산량이 20%가 상승한 코스타리카 사례는 농업이 가야 할 미래라고 주장했다.
 
닭 방목 법제화한 프랑스
프랑스에서 건너와 한국에서 생태학을 연구하는 오튼스 박사는 1850년 프랑스에서 동물복지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동물복지가 제도적으로 시행된 사례를 자세히 나열했다. 
 
예를 들어 앞으로 닭은 좁은 닭장에서 사육하는 것이 금지되고 완전히 방목하는 것이 법제화해 시행된다고 한다. 가축 뿐만 아니라 애완동물, 실험동물에까지 동물복지가 정책적으로 실현되는데, 유럽에서도 벨기에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에서 거위 간인 ‘푸아그라’가 퇴출당할 것이란 소식도 전했다.
 
장지덕 박사는 동물원의 세 가지 기능은 보전·연구·교육이며 이들의 공통분모가 동물복지라며 일반 시민들이 멸종위기종에 대해 의욀 무지하다며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래 멸종위기종이 서울과 대전 같은 대도시에서 발견되는 것은 유기된 동물이 밀거래 되는 증거라며 범시민적인 보호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차잎을 넣어 만든 사료를 돼지에게 먹이로 주고 있는 모습. 이연재 대표는 돼지를 사육하는 동안 방목을 하고 사료를 직접 만들어 주고 있지만 방목 사육은 불법이고, 콘크리트 바닥에서만 사육해야 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중앙포토]

녹차잎을 넣어 만든 사료를 돼지에게 먹이로 주고 있는 모습. 이연재 대표는 돼지를 사육하는 동안 방목을 하고 사료를 직접 만들어 주고 있지만 방목 사육은 불법이고, 콘크리트 바닥에서만 사육해야 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중앙포토]

 
마지막으로 자연목장의 이연재 대표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귀농해 양돈업을 시작하면서 몇 년간 겪은 일을 소개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양돈사업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도축해야 하는 돼지를 사육하는 동안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 방목을 하고 사료를 직접 만들어 주고 있지만, 방목 사육은 불법이라는 현실을 꼬집었다.
 
돼지는 흙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서만 사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싶어도 법이 따라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밀식 사육만을 전제로 제정된 축산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돼지의 사육 환경을 자연에 맞게 조성하다가 자칫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단다.
 
돼지 사육, 콘크리트 바닥서만 허용되는 우리나라
제도와 의식이 함께 가야 한다.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만큼 제도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가장 가까이 있는 동물의 복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축 관련 동물복지법부터 손 봐야 한다. 적어도, 돼지는 원래 더러운 것이란 철저히 인간 중심의 편견은 사라져야 하며 가축이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만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보편적 가치로 끌어내야 한다.
 
건강한 생태계는 먹거리부터 시작해 내 마당에서 실천하고,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과제라는 것을 거대한 호텔이나 컨벤션 센터가 아닌 조촐한 농장에서 확인하니 더욱 와 닿았다고 게 한 참가자의 소감이었다. 현장에서 의견을 모으고 실천 방안을 강구하는 농촌의 변화에 모두가 동참하기를 소망해 본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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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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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